[팜뉴스=김태일 기자] 글로벌 통상 질서가 자국 중심으로 재편되며, 화장품 산업 전반에 커다란 충격파가 몰아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지정학적 대응, 공급망 안보를 명분으로 화장품·퍼스널케어 제품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 원가 급등, 소비자 가격 인상, 공급망 분산, 생산 거점 이동 등 업계 전반의 체질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화장품 수입제품 관세 인상과 산업 영향 분석'보고서를 통해 주요 국가 간 통상 정책이 자국 중심주의로 선회하며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 장벽이 강화되면서 주요국이 높은 관세 대상에 올랐으며, 글로벌 통상 질서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美·EU, 관세 장벽 강화… K-뷰티도 직격탄

2025년 4월, 미국은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관세를 적용하고, 무역수지 적자 상위국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경 관세 정책을 시행했다. 특히 중국(34%), 베트남(46%), EU(20%) 등 주요국이 고관세 대상에 포함됐고, K-뷰티 역시 포장재 및 스킨케어 중심 제품이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 내 중소 브랜드들은 "관세 이후 원가가 평균 25~30% 올랐다"며 가격 경쟁력 상실과 유통 채널 축소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는 현지 생산 혹은 제3국 조달 전략을 검토 중이다.

EU도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해 화장품·향수·에센셜오일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대표 화장품 수출국들은 수출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실제로 2025년 1분기 유럽산 향수의 미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7% 감소했다.

아시아·신흥국은 ‘정반대 전략’… 교역 다변화 가속

중국은 올해 6월, 아프리카 53개국에 대해 화장품 무관세 정책을 전격 시행하며, 신흥국 시장과의 경제 블록 확대에 나섰다. 유기농·천연 화장품 중심의 수출이 늘어나고 있으며, 중국 이커머스를 통한 B2B 수출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있다.

러시아도 우호 국가에 한해 선택적 관세 면제를 적용했다. 한국,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일부 국가에 대해 화장품 품목의 관세를 인하하거나 면제함으로써 산업 보호와 외교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인도는 올해 5월 영국과의 FTA를 체결하며, 영국산 화장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단계적 인하하기로 했다. 연간 15~18% 성장하는 인도 화장품 시장에서 영국 브랜드의 수출 기반 확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가 구조가 무너진다”… 포장재 관세만 145%

미국 뷰티 산업은 수입 원자재에 크게 의존한다. COGS(매출원가) 기준, 전체 원가의 65%가 수입 원자재에서 발생하며, 신규 관세로 인해 원가는 평균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산 병, 튜브, 캡 등 포장재에는 최대 145%의 관세가 부과되며 충격이 크다.

미국산 제품도 중국산 포장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국내 생산조차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에 따라 브랜드들은 공급선 다변화, 미국 내 포장재 공장 유치, 자체 개발 등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인도·멕시코·베트남이 대안

기업들은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베트남, 태국, 폴란드, 멕시코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자국 내 리쇼어링(reshoring)을 확대 중이며, 인도는 차세대 화장품 제조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조치는 인증 체계와 조달 인프라 차이로 인해 6~12개월 이상의 전환 준비 기간이 필요하며, 초기 비용도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 회피와 공급 안정성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위기다.

“화장품 산업, ‘로컬 중심’ 전환 시급”

글로벌 관세 장벽은 단순한 통상 이슈를 넘어 소비재 산업 전체의 생산·유통 구조를 재편시키고 있다. 특히 고관세를 정면으로 맞은 화장품 산업은 원가 압박과 유통 전환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K-뷰티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은 △현지 생산 확대 △전략적 제3국 조달 △포장재 내재화 △디지털 통관 시스템 연계 등 전방위적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무역 협정 기반의 안정적 시장 확보와 자국 인증 제도에 대한 적응력 확보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25년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로 촉발된 화장품 수입제품 관세 인상은 △제품 가격 △공급망 △소비자 수요 △브랜드 경쟁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면서 "산업계는 핵심 원료나 제품의 국내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신흥시장 개척으로 시장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등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혁신으로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정책 입안자와 산업 관계자는 화장품처럼 소비자 후생과 밀접한 산업에서는 관세와 무역장벽이 소비자 물가와 건강에 직결되므로, 이에 대한 모니터링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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