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성건 박사(약사)
사진. 김성건 박사(약사)

이번 시간에는 피로에 대해 정리해보겠다. “피로는 간 때문이다” 라는 유명한 광고카피가 있다. 그렇다면 피로는 정말 간 때문일까?

특히 한국인들은 피로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전에 유럽, 핀란드에서 생활하였었다. 약 3년 반 동안 핀란드에 지내면서 회사생활을 하였다. 그때 느꼈던 점이 핀란드인들을 참 여유가 있구나 하는 점이었다.

핀란드 친구들은 일과 본인들의 생활에 구획을 정확하게 구분 짓고 특히 가족과의 시간과 본인만의 취미를 즐기는 시간을 필수적으로 어떻게든 가지려고 하는 점이 참 인상깊게 다가왔다.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한국인들은 이런 여유가 없다. 한국인들이 짧은 산업화 과정으로 빨리빨리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고, 또한 필자가 생각할 때 한국인들은 일을 해도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런 문화가 많은 성과를 갖고 왔고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잘 나가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아 피곤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되었다. 자 한국인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는 피로, 이 피로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필자가 피로에 대해 생각해본 계기가 피로가 “간 때문이다” 라는 카피이다. 그렇다. 모든 물질은 간에서 대사가 되기 때문에 간은 항상 피곤할 수 밖에 없는 장기이다. 하지만 피곤하면 간이 아픈가?? 간에서 이상한 느낌을 감지할 수 있나??

간은 대표적인 침묵의 장기라고 한다. 신경분포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기가 힘들다.

물론 간 옆에 자리잡고 있는 담낭(쓸개)의 경우 결석이 생기면 극심한 통증이 생기기는 하지만 간의 대표적인 질환인 지방간, 간염, 심지어는 간경화가 오더라도 간에 통증이 심해지지는 않는다. 다만 간손상으로 인해 다른 부위에 이상이 생겨 우리가 감지할 수 있게 된다 (황달과 같이).

이처럼 간에서 피로가 생간다? 이런 명제는 성립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피로를 느끼는 것은 적어도 간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도, 지금도 우리는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필자는 피로에 대해 찾아보면서 만성피로 증후군의 병리적 과정을 설명하는 논문을 찾는 순간 “아 유레카!!”를 외쳤다.

만성피로 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의 다른 명칭으로 근육통성 뇌척수염(Myalgic encephalomyelitis)이라 불린다. 다시 말하면 뇌가 피로에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고 필자는 뇌가 피로를 느끼는 부위이기 때문에 뇌기능이 떨어지면 피로감을 더욱 더 느낀다 라고 해석을 해본다.

그리고 피로에 또 깊게 관여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혈액순환이다. 혈액순환은 각 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혈액순환이 안되면 각 세포의 활성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피로와 밀접한 관련이 되어 있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만성피로증후군에 노출된 환자들에게서 혈관 내피세포의 손상이 확인되었다. 혈관내피세포의 손상이 정상적인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결국 만성피로증후군을 악화한다는 내용이다. 즉 혈액순환도 피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간, 맞다. 간도 피로에 깊게 관여하긴 한다. 간은 대사기관이며 우리 몸에 들어온 식품, 영양소, 보조제, 의약품, 술 등 모든 물질들의 대사에 관여하며 이 대사과정에서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들이 생산되기도 한다. 따라서 간기능이 원활해야 대사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피로감이 덜하게 된다.

즉, 피로는 하나의 장기 또는 시스템에서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장기, 시스템에서 유발되는 복합 병리 증상이며 특히 뇌 (중추신경계), 혈액순환, 간 이 세가지 장기 및 시스템이 깊게 관여함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면 위 3가지 장기 및 시스템을 잘 관리해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피로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위 3개 장기 및 시스템의 기능을 정상화 시켜주는 영양소는 어떤 것이 있을까?

뇌(중추신경계)의 기능을 정상화시켜 주는 영양소는 바로 벤포티아민이다.

비타민 B1은 티아민(thiamine)이며 정상적인 탄수화물 대사를 돕는 물질이다. 벤포티아민 (Benfotiamine)은 활성형 비타민 B1으로 티아민의 생체이용률을 높인 형태이다. 일반 티아민의 경우 흡수율이 떨어지고 흡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금방 배설이 된다.

하지만 활성형 형태인 벤포티아민은 흡수율은 높아지고 배설속도를 늦춰 생체 이용율을 증가시킨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탄수화물 대사를 돕는 비타민인 비타민 B1은 어떻게 뇌의 항상성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뇌는 질량기준 우리몸의 2%를 차지하지만 총 에너지의 20%를 소모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집약적 장기이다. 그리고 뇌는 탄수화물이 대사되어 생기는 당 (glucose 등) 만을 에너지 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탄수화물 대사에 관여하는 비타민 B1은 뇌내의 항상성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알코올성 치매로 알려진 베르니케 뇌증의 주 원인이 알코올에 의한 비타민B1 고갈이다. 비타민 B1이 극단적인 알코올 섭취에 의해 고갈되면 뇌 크기가 줄면서 치매증상이 나타난다.

음주를 좋아하는 분들은 반드시 비타민 B1을 이왕이면 활성형 비타민 B1인 벤포티아민이 함유된 제품을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활성형 비타민 B1도 존재하지만 필자는 벤포티아민을 강조하고 있다.

왜나하면 현재까지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벤포티아민만이 동물모델에서 인지능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2020년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경증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결과 증상을 완화하는 결과를 확보하였다. 적어도 벤포티아민이 뇌에서 효율적으로 작용한다는 증거는 확보한 셈이다.

이 밖에도 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양소는 비타민 B12 (cobalamin, 신경세포의 기능을 원활히 하는 마이엘린 구조 재생에 도움), 비타민 B6 (pyridoxine, 신경전달물질 대사 정상화), 콜린 (신경전달물질 합성), 포스파티딜 세린 (신경세포막의 구성성분) 등이 있다.

다음으로 혈액순환, 혈액순환을 개선하려면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억제를 해야한다.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호모시스테인 (homocysteine)이다.

호모시스테인은 우리 몸의 대사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고 정상적인 과정에 의해 다른 무해한 물질로 전환된다. 하지만 그 전환과정에 필요한 물질들이 부족하면 호모시스테인이 체내에 쌓이게 되고 이 물질이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호모시스테인을 제거하는데 필요한 물질은 비타민 B6 (pyridoxine)와 B9 (folic acid), B12 (cobalamin) 이다. 이들이 생성된 호모시스테인을 무해한 물질로 전환시키는 과정에 관여한다. 그리고 베타인(betaine)이 있다.

베타인은 구기자의 주성분으로 간기능 정상화에도 탁월한 성분이다. 간에서 지방합성을 억제하여 지방간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또한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호모시스테인에 메틸기를 공여하여 메치오닌 (methionine), 무해한 성분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호모시스테인은 혈액순환 뿐만 아니라 치매, 당뇨 등 여러 질병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어서 이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요소가 바로 산화적 스트레스이다. 혈액내 산화적 스트레스는 LDL(Low density lipoprotein)을 산화LDL로 전환시키고 산화LDL은 혈관에 쌓이고 혈관을 딱딱하게 경화시키는 작용을 유발하여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무기질 셀레늄 (selenium)은 글루타치온 과산화효소 (glutathione peroxidase)의 조효소로써 글루타치온 작용에 필수적인 무기질로 작용한다. 체내 특히 혈액내에서 글루타치온은 강력한 항산화 효능을 기본으로 산화적 스트레스를 제거한다. 따라서 셀레늄을 충분히 공급해주면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는데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간, 간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물질이 바로 UDCA (ursodeoxycholic acid)이다. 피로는 “간 때문이야” 라는 카피가 세상에 나오게끔 했던 바로 그 성분이다.

UDCA는 간에서 생성되는 담즙 (쓸개즙)을 원활히 담낭 (쓸개)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성분이다. 담즙이 간에 정체될 경우 간세포 손상을 유발하게 된다. UDCA는 이러한 손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최근 연구에 의하면 간내 에너지 대사를 촉진하여 지방간 억제하는 효능도 밝혀졌다.

그리고 타우린 (taurine), 타우린은 본래 일본에서는 울혈성 심부전 치료제로 사용될 만큼 심장근육을 보호하는 효능이 강한 성분이다. 즉,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타우린은 대사증후군을 억제하는 효과도 보고되어 있다.

간의 지방분해를 촉진하고 지방합성을 억제하여 혈액내 지질농도를 낯추고, 간내 콜레스테롤을 담즙으로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간기능을 정상화하면서 인슐린 저항성도 감소하여 당뇨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피로와 관련된 장기 및 기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양소에 대해 살펴보았다. 최근에는 이러한 성분들이 모두 함유되어 있는 종합 비타민제제들이 출시되고 있다. 피로는 한 가지 장기 또는 시스템에 의해서 유발,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기전이 얽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다른 약리기전을 갖는 성분들이 칵테일처럼 섞여 작용을 해야 효율적으로 피로를 관리할 수 있다.

필자는 지금 이 컬럼을 쓰는 이 시간에도 위 성분들이 함유된 종합비타민제제 2정을 입에 털어 넣으며 피곤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피로야 가라!(원래 적정량은 1일 1정이나 어제 과음을 했다던가, 많이 피로할 경우에는 2정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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