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20년 만에 등장한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질환 치료제 케렌디아(피네레논)가 시장 안착을 위해 SGLT-2억제제와 관계 정립이 중요해졌다. 국내 의료 전문가들은 SGLT-2억제제와 케렌디아의 기전, 급여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일부 처방 환자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18일 국내 당뇨병성 신장병(콩팥병) 치료에 기존 SGLT-2억제제에 더해 새로운 기전의 케렌디아가 처방 옵션으로 고려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이용호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 김성균 대한신장학회 총무이사
(사진 왼쪽부터)이용호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 김성균 대한신장학회 총무이사

케렌디아는 지난 2월 1일부터 국내 2형 당뇨가 있는 만성 신장병 성인 환자에서 표준요법(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ACE) 또는 안지오텐신(Angiotensin) II 수용체 차단제와 병용 급여가 인정돼 본격적인 처방이 가능해졌다.

기존 당뇨병성 만성 신장병 치료에는 RAS억제제와 SGLT-2억제제를 사용해왔다. 특히 SGLT-2억제제는 지난해 당뇨 급여 기준 확대를 통해 사실상 표준치료 지위를 가진 만큼 많은 의료진들이 처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제까지 당뇨병성 신장병 치료는 RAS억제제와 생활 습관을 바꾸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충분한 표준치료에도 40%의 환자들은 결국 신장병(콩팥병)이 진행했으며 미충족 수요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약제로 SGLT-2억제제와 케렌디아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대한신장학회와 대한당뇨병학회는 케렌디아 이후 당뇨병성 신장병(DKD) 진료 지침을 새로 발표했다. 1차 약제로 케렌디아 처방을 강력히 권고하면서 당뇨 치료는 물론 신장 기능 보호까지 확인한 SGLT-2억제제와 경쟁 구도가 관심을 받고 있다.

우선, SGLT-2억제제와 케렌디아는 당뇨병성 만성 신장병 환자 처방 기준이 다르다. 이용호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는 "진료지침은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반영된다"면서 SGLT-2억제제와 케렌디아는 임상을 토대로 허가 적응증을 받았고 이에 처방 기준도 다르다고 짚었다.

그는 "SGLT-2억제제는 신장 기능 여과율(Glomerular Filtration Rate, GFR)이 60 미만인 환자나 단백뇨가 30mg 이상인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권장하며, 케렌디아는 특히 GFR이 감소하고 단백뇨가 300mg 이상인 환자에서 연구를 진행해 그 부분에서 허가된 것이다"고 말했다.

당뇨병성 만성 신장병 치료에서 SGLT-2억제제가 광범위한 처방군을 가지고 있는 반면 심각한 신장 손상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서는 케렌디아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뇨병성 만성 신장병은 많은 환자들이 동네 의원, 즉 개원가에서 진료 받는다. SGLT-2억제제와 케렌디아 허가 적응증이 다르다고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다. 케렌디아는 만성 신장병 뿐만 아니고 초기 신장병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SGLT-2억제제와 케렌디아가 처방 환자군을 놓고 직접적인 경쟁이 예상된다.

김성균 대한신장학회 총무이사(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는 케렌디아가 단순히 말기 신장 질환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신장 기능이 보존된 초기 단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넓은 범위의 신장병 환자에 사용 가능한 만큼 정확한 처방 지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무이사는 "케렌디아는 스테이지2 단계의 콩팥 기능이 충분히 보존된 환자에서 단백뇨를 줄이기 위해 충분히 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말기 신장병 환자를 진료하는 신장내과 외에도 내분비내과 등 1차적으로 처방해야 하는 개원가에서 정확한 지식이 없으면 막연히 고칼륨혈증(Hyper Kalemia)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 김 총무이사는 학회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개원가에서 훨씬 많이 처방할 것이기 때문에 처방에 불편한 점을 최소화 하는 것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학회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무이사도 "SGLT-2억제제가 굉장히 좋은 약이지만 과거 시장에 처음 출시됐을 때 충분한 정보나 지식 없이 잘못 사용한 경우가 있었다. 이 경우 일부 환자가 케톤산혈증, 염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고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케렌디아도 굉장히 안전한 약물이지만 칼륨을 약간 높이는 부분이 있다. 개원가 대상으로 제약사, 학회 차원의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교육 수가 등 문제가 있지만 환자 교육이 이뤄지는 등 보완이 돼야 좋은 약제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렌디아가 개원가에서 많이 처방된다는 것은 다양한 상태의 환자에게 처방된다는 의미다. 두 전문가가 새로운 약물 도입과 사용을 위한 전방위적인 모니터링과 전문가, 환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배경에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케렌디아와 SGLT-2억제제, 단독 처방과 병용

바이엘 케렌디아
바이엘 케렌디아

케렌디아와 SGLT-2억제제는 급여 상황에도 차이가 있다.

케렌디아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차단제를 최대 허용(내약) 용량으로 4주 이상 안정적으로 투여했음에도 ▲uACR(urine albumin/creatinine ratio, 소변 알부민 대 크레아티닌 비율) > 300mg/g 또는 요 시험지봉 검사(urine dipstick test) 양성(1+ 이상)이며 ▲추정 사구체 여과율(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 이하 eGFR)이 25≤eGFR<75mL/min/1.73m2인 경우 급여 대상이다.

즉, 단백뇨 검사인 요 시험지시봉 결과가 1+ 이상만 나와도 된다. 여기에 GFR 75 미만이면 급여 처방이 가능하다. 당뇨병성 신장병 환자에서 폭 넓은 처방을 예상할 수 있는 근거다. 

SGLT-2억제제는 만성 신장병 처방이 당뇨병 치료에 속해 있다. 그러다보니 다른 당뇨 치료제와 조합(1제, 2제, 3제 병용)에 따라 급여 여부가 결정된다. 당뇨병이 없는 만성 신장병 환자(CKD)에서 SGLT-2억제제는 비급여로 써야 한다.

이에 김 총무이사는 "케렌디아가 처음 SGLT-2억제제 국내 들어올 때와 비슷한 약가를 받았다. 경제적인 비용 효과면으로 볼 때 현재로선 SGLT-2억제제를 먼저 선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작년부터 SGLT-2억제제를 많이 써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백뇨가 감소하지 않는 환자는 우선적으로 케렌디아를 쓰지 않을까 싶다. KDA, 미국당뇨병학회(ADA) 진료지침처럼 초기부터 단백뇨를 줄이기 위해 엄청 노력해야 하고, 반드시 30% 이상 줄여야 한다는 목표가 주어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총무이사도 "당뇨병 합병증 중에서 투석까지 이르게 되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사망 위험이 너무 높아지기 때문에 사실 고위험군 환자들은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공감했다.

그러면서 "단백뇨가 많이 나오는 사람들은 질환 악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SGLT-2억제제로 단백뇨 개선은 되지만 충분히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케렌디아 같은 또 다른 약제가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에서 SGLT-2억제제를 못 쓰는 사례도 있다. 그는 "노인층에서 SGLT-2억제제를 쓰면 체중 감소가 아주 심한 경우가 있고, 포도당이 소변으로 많이 빠져나오는 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오니까 요로 등 생식기 감염이 민감한 경우가 있는데 많지는 않아도 SGLT-2억제제를 사용하지 못 하니 케렌디아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두 치료제를 함께 병용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기전이 완전히 다른 SGLT-2억제제와 케렌디아의 병용이 추가적인 단백뇨 감소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김 총무이사는 전적으로 SGLT-2억제제와 케렌디아는 다르기 때문에 분명히 병용했을 때 추가적인 혜택을 예상한다. 그는 "케렌디아 임상(FIDELIO, FIGARO 연구)에 참여한 환자 5~6%가 SGLT-2억제제를 복용하고 있었으며, 이 환자들에서 충분한 단백뇨 감소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케렌디아와 SGLT-2억제제 등을 다 써야 우리가 원하는 당뇨병성 만성 신장병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병용 연구가 진행 중인 만큼 두 약제를 병용했을 때 좋은지 안 좋은지는 한 3년 정도 기다리면 알 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