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사진.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의료업도 지속하다 보면 숙련도 및 노하우가 쌓이기에 환자수도 늘어나고 다른 지역의 환자들에게도 동일한 의술을 펼치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상황이 오게 마련이다.

또한 의사들이 의료기관을 운영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타 의료기관에 전수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고 의료기관 운여 경험이 없는 의사들은 누군가 내가 개설할 의료기관의 운영에 가이드를 해주거나 혹은 도맡아(?) 해주기를 바랄 수도 있다. 어쩌면 업종을 불문하고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2012년 의료법이 개정되어 의사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한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해야 한다는 조항이 도입되기 전까지 대법원은 의사가 다른 의료기관에 가서 직접 진료를 하는 것만 아니라면 타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경영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시해왔다.

그러나 앞서의 의료법 개정 이후 의사들은 타 의료기관을 운영하여 수익을 얻기는 커녕, 타 의료기관 운영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 경우에도 수사대상이 되고, 수사 결과 유죄 취지의 판단을 받게 되면 제2, 제3의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요양급여 전액을 환수 당하는 등 큰 불이익을 받아왔다.

다행히, 2018년 대법원이 비의료인이 운영하는 사무장병원과 달리 의사가 여러 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비록 의료법 위반죄가 성립하더라도 제2, 제3의 의료기관에서 받은 요양급여비용을 환수처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해 주어 의료인들끼리 자연스럽게 동업을 하거나 의료기관을 확장하여 운영을 대신하는 경우의 리스크가 많이 감소되었다.

다만,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되며 2021년 6월부터는 의료인들끼리 여러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경우 다시 제2, 제3의 의료기관에 대한 환수처분이 가능해졌다.

사실 대법원이 복수 개설 의료기관에 대한 환수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2018년 이후부터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이 의사 1인 1개소법이 별다른 위력을 떨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되고 동시에 의료법에 새로운 현지조사 규정까지 도입되며 2023년부터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현지조사 내용은 다름이 아니라 오로지 조사 대상 의료기관이 혹시 비의료인이 운영하는 곳은 아닌지 또는 의료인이 1인 1개소법을 위반하여 운영하는 곳은 아닌지에 대한 것으로 요양급여 실시에 관한 현지조사와 달리 진료기록부 등을 살펴보는 대신 해당 의료기관의 금융거래내역과 각종 업체들과의 계약서만 집중적으로 살핀다.

특히, 최근 의료기관 운영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하여 활발히 이용되는 MSO(병원경영지원회사)와 거래가 있는 의료기관은 위 현지조사에서 요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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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을 운영하는 필자 본인도 변호사의 고유 업무 외에 인력관리, 자금관리, 각종 자잘한 운영 사항을 관리하는 일이 버거울 때가 있는데 의사의 경우에는 환자 진료에 몰두할 시간도 부족한데 운영에 대하여 하나하나 관여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 병원경영지원회사에 경영 업무의 상당 부분을 맡기는 경우가 있다.

이들 MSO는 인테리어 뿐 아니라 시설 및 장비 설치의 고민, 직원들 고용 고민, 회계관리 고민을 나누어 지고 의료인이 해야 하는 가장 주요한 업무인 ‘충실한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특히 의료기관 경영에 노하우가 있는 의사들이 이러한 MSO를 직접 설립하여 다른 의사들을 돕는 일에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이 MSO가 계약 대상 의료기관의 업무를 돕거나 대행하는 그 행위가 바로 의사가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으로 오해를 사는 일이 있어 문제가 된다.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법의 개정으로 새로운 현지조사가 도입되며 1인 1개소법 위반을 이유로 한 수사의뢰 및 고발, 경찰과 검찰 조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바로 이 수사기관에서 어떻게 대응하여 소명하는지 여부에 따라 향후 제2, 제3의 의료기관에 대한 거액의 환수처분 진행 여부, 요양급여비용 지급거부처분 진행 여부가 결정될 뿐 아니라, 이 환수 대상 금액에 대한 사기죄 인정 여부까지 결정된다. 만약 유죄 취지의 판단을 받을 경우 사기죄 기소는 물론,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의사 면허 정지 처분 등이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큰 파장이 닥치는 일임에도 대법원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 과정,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목된 다른 의료인과의 관계, 자금 조달 방식,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 구조, 실무자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 주체, 운영성과의 분배 형태, 경영지원업체가 있을 경우 그 업체에 지출되는 비용 규모 및 거래 내용”에 따라서 1인 1개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시하고 있다.

각 의료기관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운영될 수 있음에도 대법원의 판단기준이 상당히 추상적이다.

즉, 1인 1개소법은 어떻게 운영하여 왔느냐에 따라, 혹은 운영해 온 방식을 어떻게 수사기관에 자세히 소명하느냐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는 법조항이다.

형사처벌을 하려면 해당 법 조항만으로 수범자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 근대 형사법의 이념이지만 현행 의료법과 판례만을 보면 어느 경우가 처벌되고 어느 경우가 안전한지 모호한 지점이 생기게 된다. 의료기관의 다양한 운영형태에 관심이 있는 의료관계자라면 반드시 짚어보아야 할 조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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