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기자는 보건복지위 국감 당시 "'4선' 국회 부의장의 관록, '국감'을 빛내다"라는 기사를 썼다. 기사의 주인공은 김영주 국회의원이다. 

김 의원이 날카로운 질의를 바탕으로 국정감사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심지어 기자는 당시 김영주 의원에 대해 "국민을 위한 '국정감사'라는 취지의 걸맞게 민초(民草)들을 대변해왔다"고 호평했다. 

실제로 국감 당시 김 의원은 "키 크는 주사도 차별이다"며 "여유 있는 아이들은 맞고 어려운 사람은 못 맞는다. 식약처는 국민들에게 해당 의약품의 오남용 위험성을 알리고 일반인에게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부분에 대한 단속을 해야 한다. 식약처장에게 의견을 다시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도 "대상포진 환자가 매년 70만명 이상 발생하는데 50대 이상 국민이 한 번 걸리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며 "유명 연예인까지 TV 광고를 할 정도로 국민들의 큰 관심사다. 하지만 대상포진 백신은 필수예방 접종 사업에 포함이 되지 않았고 비급여 제품이라서 국민들의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질의는 그만큼 강렬했다. '키 크는 주사' 오남용을 방관한 식약처를 고발했고, '대상 포진 백신' 단가 문제를 외면한 복지부를 질타했다. 의·약사 타이틀을 가진 의원들보다도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김영주 의원이 국민의힘 입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기자는 소식을 접한 순간, 진한 아쉬움을 삼켰다. 기자가 국감 당시 생생하게 목격했던 '김영주'의 모습보다는, 자신의 영욕을 위해 하루아침의 당적을 바꾼 '철새 정치인'의 이미지로 끊임없이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순간부터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당적을 버렸다', '철새 정치인이 등장했다'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단순히 민주당 지지자뿐만이 아니다. 중도층에서도 "김영주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비판이 나왔다. 

기자조차 이런 댓글들을 볼 때마다 "앞서의 국감 기사를 수정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정치인을 옹호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물론 팜뉴스(약사신문)는 좌우를 떠나, 오로지 '국민'과 '독자'를 바라보는 의약전문언론이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이 한 정치인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과거에 썼던 기사와 논조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가 그날 이후로 가슴이 답답하고 잠을 이루지 못했던 이유다.  

무엇보다도, 가장 아쉬운 대목은 김 의원이 탈당을 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타이밍이다.

김 의원은 농구선수 출신이다. 프로 농구 경기에서도 주전 멤버가 갑자기 벤치로 전락했다고 시즌 중, 그것도 라이벌팀과의 결전을 앞두고 팀을 옮기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억울하고 분해도 탈당을 결정하는 시기가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때문에 기자는 김 의원이 언론 지면에 빨간 점퍼를 입고 다니는 모습이 아직은 낯설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번에 조금만 참고 여유를 가진 뒤에 당적을 바꿨으면 어땠을까"하는 회한마저 든다. 

지금 그의 모습과, 4선의 관록으로 복지부 장관과 식약처장을 상대로 날카로운 질의를 이어갔던 김 의원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괴리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인 김영주의 '결정'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후대의 몫이다. 때문에 기자는 앞서의 기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하지 않을 것이다. 부디, 김 의원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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