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NASH), 또는 대사성 지방간염(NASH)라고 부르는 이 질환은 이름 그대로 간에서 만성적으로 발생하는 대사성 질환이다. 유병률이 높지만 치료제가 아직 없다. 많은 후보 약물들이 NASH 치료를 위해서 개발 중이며, 임상시험의 후기 단계에 포진한 약물들이 치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각축을 벌인다.

오칼리바가 최근 FDA의 심사를 받았으나 통과하지 못했다. 레스메티롬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으며, 라니피브라노, 세마글루타이드 등도 개발의 선두 그룹에 속한다. 머지않아 치료제가 나오리라는 기대감이 높다.

지방간은 간에 지방의 침착이 심한 상태이다. 지방간이 악화되면 지방간염으로 발전하고, 더 악화되면 간경화로 진행된다. 비만이나 제2형 당뇨병이 있는 사람에게서 지방간의 발생이 높다.

나이, 유전적 요인, 식사와 생활 습관, 환경 등 여러가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한다. 치료제 개발은 어느 두드러진 바이오마커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경로와 타겟을 대상으로 한다.

NASH 치료제로 승인을 받으려면 임상시험을 통하여 약물이 간염을 개선하거나 간염의 악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간염이 악화되어 간경변으로 발전하는 것을 약물이 억제하거나, 간염으로 환자가 사망하는 비율을 감소시킨다고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가 이런 상황에 이르도록 오랫동안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도 않고 윤리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은 NASH 치료제에 대하여 가속승인을 목표로 한다.

환자에게서 간염의 증상이 실제로 완화되었음을 입증하는 대신, 간의 조직검사를 통해서 약물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간의 상태를 개선하거나 병변의 악화를 저지한다는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가속승인을 받고자 한다. 조건부 승인을 먼저 받고나서 환자에게서 임상적으로 간염이 완화되었다는 자료를 보강하여 정식승인을 받으려는 전략이다.

오칼리바(성분명: 오베티콜릭 산)는 2023년에 NASH 치료제를 위한 FDA의 가속승인 심사를 받았으나 통과하지 못했다. 오칼리바는 체내에서 분비되는 담즙의 성분과 유사한 화합물인데, 당, 지질, 담즙 대사 등에 다양하게 관여한다.

오칼리바는 담즙성 담관염에 대하여 적용하도록 2016 년에 이미 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이다. 시판된 지 3년 후에 약물이 간을 손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서 추가로 블랙박스 경고를 받았다.

개발자인 인터셉트는 오칼리바의 NASH 치료 적용을 위해서 2020년에 가속승인을 신청했지만, 임상시험에서 수행한 조직검사의 분석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반려되었다. 자료를 보강하여 2023년 재심사를 받았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조직검사 상에서 간병변이 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작용 대비 약물 사용의 장점이 크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담관염 약물로 사용하는 동안 대두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으며, 많은 환자가 약물을 사용하는 동안 가려움을 호소하여 지속적으로 약물을 사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 약물에 대하여는 이제 가속승인 대신, 환자의 NASH 증상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데이터를 보강해서 정식 승인을 받는 선택지가 남아 있다. 인터셉트는 이 약물에 대하여 자체적으로 NASH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중단한 상태이다.

레스메티롬은 FDA에 가속승인을 신청해서 심사를 앞두고 있다. 레스메티롬은 갑상선호르몬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갑상선호르몬은 체내에서 여러가지 대사를 조절하는 비교적 작은 화합물이다.

호르몬이 체내에서 다양한 작용을 하는 근거는 여러 종류의 수용체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베타 수용체를 통해서 간에서 지질대사를 조절하고, 알파 수용체를 통해서 심혈관계 대사를 조절한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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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로슈는 갑상선호르몬의 구조를 변형하여 일련의 화합물들을 합성했다. 그 중의 하나인 레스메티롬은 베타 수용체에 대하여 높은 선택성을 가져서 간의 지질대사를 조절한다.

알파 수용체에 작용하지 않으니 심혈관계에 대한 부작용이 적다. 로슈에서 대사성 질환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면서, 소유권을 넘겨 받은 마드리갈이 이상지질혈증을 조절해서 대사성 질환을 관리하는 약물로 개발했다. NASH 환자에게서 약물이 간의 병변을 완화하였으며 경각심을 일으킬만한 부작용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임상시험의 결과들을 최근 발표했다.

라니피브라노는 현재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시험 2상에서 다른 경쟁 약물들에 비해서 짧은 기간 안에 약물이 간 병변을 개선하고 악화를 억제했다. NASH 치료제로 가속심사를 받으려면 조직검사에서 간 병변의 개선(NASH 관해)을 보이거나 간 병변의 악화(간의 섬유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라니피브라노는 이 두 가지 지표를 동시에 충족시킨 유일한 약물로서 주목을 받는다. 이 화합물은 혈중의 인슐린, 지질, 당 지표도 개선하며, 체중 증가 외에는 두드러진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임상시험 2상의 결과는 전반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의 면에서 고무적이다. 임상시험 3상의 결과는 2024년 중에 발표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라니피브라노는 PPAR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PPAR은 NASH 치료제 개발에서 주요한 타겟이어서, 라니피브라노 외에도 다수의 PPAR 작용제가 임상시험 중이다. PPAR은 인슐린 조절과 당 및 지질 대사에서 다양한 작용을 하고, 염증 과정에도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제2형 당뇨병에 피오글리타지온 등의 PPAR 작용제들이 사용된다.

체내에서 당 대사와 지질 대사는 상호 연결되어, 제2형 당뇨병이 있으면 지방간의 발생이 높다. NASH 치료제 개발에서 당뇨병 약물의 작용 방식과 접점이 있음은 당연하다. 2010년에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피오글리타지온과 항산화제인 비타민 E가 NASH의 간 병변을 개선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피오글리타지온과 비타민 E는 현재 임상적으로 간질환에 사용되지만 치료제로 승인되지는 않았다. NASH 치료제가 아직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 하나가 있다. 사로글리타자가 2020년에 인도에서 NASH 치료제로 승인을 받음으로써,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NASH 약물이 되었다. 사로글리타자는 인도 회사인 자이더스가 제2형 당뇨병성 고지혈증 약으로 개발했으며, PPAR 작용제이다.

세미글루타이드는 NASH에 대하여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며, 2024년 중에 결과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임상시험 2상에서 간의 병변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였다. 세미글루타이드는 요즘 가장 화제가 되는 약물들 중의 하나이다. 2017년에 제2형 당뇨병에 대하여 상표명 오젬픽으로 승인이 되었고, 2021년에 고용량의 제형이 상표명 위고비로 비만약 승인을 받았다.

세미글루타이드는 GLP-1 수용체에 작용한다. GLP-1은 음식물 섭취에 따라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데, 췌장을 자극해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의 분비를 조절한다. 세미글루타이드는 GLP-1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세미글루타이드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이다. 제2형 당뇨병과 비만약으로 사용하는 동안 아직까지 안전성의 면에서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심지어 오젬픽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위험을 완화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승인이 되었으며, 이 약물이 당뇨병이 없는 비만인의 경우에도 심혈관계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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