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베오자(Veozah, 성분명: 페졸리네탄트)는 여성의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약이다. 폐경기의 여성에게 안면홍조나 식은 땀을 흘리는 증상들을 완화하는 목적으로 투여한다.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50세 전후에 폐경을 하고, 그들 중의 상당 수가 폐경 증상을 경험한다.

기대 수명이 증가하면서 여성은 점점 오랜 기간을 폐경기에서 보낸다. 폐경기 증상이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더라도 수많은 여성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폐경기 증상을 관리할 이상적인 약물이나 치료법이 없는 상태에서 2023년에 미국과 유럽에서 베오자가 신약으로 승인을 받았다.

베오자는 NK3(뉴로키닌3) 수용체 억제제이다. 뇌에 체온을 조절하는 센터가 있는데 이 부분의 활성을 직접 조절해서 안면홍조나 식은 땀을 흘리는 증상을 개선하는 약물이다. 다시 말하면, 갱년기 증상에 흔히 쓰이는 에스트로겐이나 프로제스테론 등의 호르몬 약물과 다른 종류이다.

우리의 신체는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를 위해서 신체의 여러 기관이 협업을 하는데, 뇌의 중심부에 있는 체온 조절 센터가 외부 온도의 변화를 인지하여 신체가 이에 대응하여 체온을 유지하도록 통합하고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이곳에 체온계 기능을 하는 신경이 있다. 에스트로겐이 브레이크 역할을 하여 이 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지 못하게 한다. 폐경기에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체온 조절 신경이 피드백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작은 자극에도 과잉 반응을 하고 체온 조절에 불균형이 생긴다. 폐경기 여성이 안면홍조를 경험하거나 식은 땀을 흘리는 이유이다.

브레이크 기능이 있으면 엑셀레이터 기능도 있다. NK3 수용체가 체온 조절 신경계를 활성화하는 엑셀레이터 기능을 한다. 브레이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에 엑셀레이터 기능을 조절하여 체온 조절을 하고자 하는 약물이 베오자이다.

아직까지 폐경기 증상을 위한 치료의 중심은 호르몬 대체요법이다. 폐경이 되면서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과 프로제스테론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여성은 여러 가지 신체적 변화를 경험한다. 호르몬 대체요법은 여성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보충해 주어 폐경기 증상을 완화한다. 여성의 폐경기 증상들을 전반적으로 개선할 뿐만 아니라 아주 효과적이다.

안면홍조를 가라앉히며 폐경에 따른 골밀도 감소를 완화한다. 1940년대에 처음 도입이 된 이후 오랫동안 폐경기 여성들에게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다. 에스트로겐 제제인 프리마린은 1990년대에 매출이 가장 큰 약물 중의 하나였다.

대중적으로 사용되던 호르몬 대체요법에 제동이 걸리게 된 배경은 2002년과 2004년에 나온 일련의 보고서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을 중심으로 수만 명의 폐경기 여성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호르몬 대체요법의 효과와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1990년대부터 수행되었다.

나이가 들어서 폐경이 된 여성들과 자궁절제를 하여 폐경이 된 여성들이 대상이었다. 이 보고서는 호르몬 대체요법을 장기간 사용하면 유방암 등의 발병의 위험이 높아지고, 심혈관계 질환과 혈전, 뇌졸중의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의 파급 효과가 커서, 지금까지 사용해 오던 약물이 안전하지 않으며 이를 대체할 별다른 약물이 없다는 점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호르몬 대체요법이 회춘의 비약이 아니라 위험도를 수반한 치료법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이 시점을 분기점으로 하여 호르몬 대체요법의 사용이 급감했다.

호르몬 대체요법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크게 대두된 반면, 임상시험의 결과 분석이 과장되었다는 반론도 나왔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환자들을 계속 추적 관찰하고 결과를 재분석하여 2012년에 3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삼만 명 가까운 폐경 여성들을 1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관찰한 결과, 호르몬 대체요법이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라 수행되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폐경 여성의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호르몬 대체요법은 60세 이전과 폐경이 발생한 지 10년 이내의 여성에게 비교적 안전하다. 호르몬 대체요법은 나이가 많은 여성에서 심혈관계 질환과 유방암 및 난소암의 발병에 대하여 잠재적인 위험성을 높인다.

장기적으로 사용하거나 예방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이 아니며, 증상이 있을 때에 호르몬 치료제를 사용하고 중단하도록 권고된다.

호르몬 대체요법 외에 여성의 갱년기 증상을 개선하도록 유일하게 허가를 받은 약물로서 파록세틴이 있다. 파록세틴(상표명: 브리스델)은 2014년에 허가를 받았다. 약 1천 명의 여성에게 임상시험을 한 결과, 파록세틴이 안면홍조를 완화하고 수면을 돕는 효과를 보였다.

파록세틴은 최초의 비호르몬성 갱년기 증상 개선제인데, 실제로는 항우울제(상표명: 팍실, 펙세바)가 용도 변경되어 사용되는 것이다.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때에는 우울증 약물로 사용되는 용량에 비하여 저용량을 투여한다.

파록세틴이 갱년기 증상 완화제로 허가를 받은 배경에는 약물의 효과가 특별히 우수해서가 아니라, 호르몬 대체요법을 대체할 약물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각되었기 때문이었다. 파록세틴은 우울증 환자에게 흔히 처방되는 SSRI 계열의 약물 즉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로서, 잘 알려진 프로작이나 셀렉사도 이 계열의 항우울제이다.

파록세틴이 항우울제로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왔으므로 안전성의 면에서 잘 알려져 있다. 우울증 치료는 느리게 진행되는 과정이어서, 환자가 항우울제를 복용해도 여러 주를 기다려야 증상 완화를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갱년기 증상의 완화는 다행히도 약물 복용 후 며칠 사이에 비교적 빨리 나타난다.

파록세틴 외에도 비슷한 계열의 항우울제들이 갱년기 증상 완화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벤라팍신(상표명: 이팩사)은 갱년기 여성 수십 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이들의 안면홍조를 개선했다는 결과를 가지고 있다.

벤라팍신은 SNRI 계열의 항우울제, 즉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이다. 작용 방식에서 파록세틴과 유사점이 많은 약물이다. 벤라팍신이 갱년기 증상 완화제로서 허가를 받지 않았으나, 의사의 재량에 따라 허가 범위 외 사용된다.

베오자는 최초로 체온 조절을 통해서 작용하는 비호르몬성 약물이다.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안면홍조를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70세 이상의 여성들의 경우, 그보다 젊은 여성들에 비해서 호르몬 대체요법의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거부감이나 기저질환, 나이 때문에 호르몬 대체요법을 사용하기에 부담스러운 여성들에게 베오자가 새로운 선택지이다.

하지만 이 약물은 간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달고 허가를 받았다. 간 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투약하지 못하며, 사용 중에도 환자는 3달마다 간 기능 검사를 해야 한다. 간은 약물이나 음식을 대사하는 장소이다.

약물이 간의 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뜻은 다른 약물들을 함께 투약하는 경우 간에 부담이 커지거나 약의 효과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등의 약물 상호 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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