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폴라이비
로슈 폴라이비

[팜뉴스=김민건 기자] 신체를 보호하는 'B 세포'가 통제할 수 없이 성장하거나 증식해 악성 종양이 되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 Cell Lymphoma, 이하 DLBCL)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며 공격적이다.

악성 림프종임에도 불구하고 조기 검진 방법이나 예방법이 없으며 첫 진단 이후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는 치료제를 사용해야 완전관해(CR)에 도달할 수 있다. 한 번이라도 재발·불응한 경우 고난과 역경이 펼쳐진 길을 가게 된다. 나중을 생각하지 않고 1차치료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DLBCL 치료는 발전이 없었다. 단일 약제로는 치료가 어려운 탓에 다양한 작용 기전과 독성을 가진 R-CHOP(리툭시맙+시클로포스파미드·독소루비신·빈크리스틴·프레드니손) 복합항암화학요법을 1차 표준치료로 사용해왔다.

문제는 해당 치료법을 통해 대다수 환자가 초기 치료에 반응을 보여도, DLBCL 환자 10명 중 4명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을 겪는다는 점이다. DLBCL 치료에서 대부분 재발은 1차치료를 마친 후 2년 이내 발생한다. 이보다 앞서 조기 재발하는 경우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4.6개월에 그친다.

그렇기 때문에 혈액암은 환자의 건강 상태가 가장 좋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20년 만에 R-CHOP 요법을 넘어설 효과적인 1차치료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로슈 항체약물 접합체(ADC) 폴라이비(폴라투주맙 베도틴)다.  

구원투수는 게임을 마무리 짓기 위해 등장하는 존재다. 가장 확실한 실력을 가진 해결사에게 맡겨진다. 미충족 수요가 큰 DLBCL 1차치료 성공을 위해 폴라이비가 등판했다.

▶기존 치료 대비 사망 가능성 24% 낮춰...IPI 고위험군서 더 효과적

기존 표준치료인 R-CHOP에서 빈크리스틴을 제외한 '폴라이비와 R-CHP(이하 폴라이비 병용요법)' 병용요법은 무진행생존기간(PFS)을 개선한 효과를 확인했으며, 질병 악화 혹은 사망 가능성을 24% 감소시켰다. DLBCL 1차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3년간 추적관찰한 POLARIX 3상에서다. 

특히 POLARIX 하위 그룹 분석을 통해 고위험군인 국제예후지수(International Prognostic Index, IPI) 3~5점 환자군이 IPI 2점인 환자에 비해 폴라이비 병용요법 치료에서 더 좋은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발 가능성이 높은 예후가 안 좋은 환자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다.

여기에 폴라이비 병용은 R-CHOP 투여군과 유사한 안전성을 보였다. ADC 치료 기전인 폴라이비를 사용했음에도 부작용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반면,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한 효과를 보였다. 

 

기존 치료와 비교해 사망이나 질환 위험을 24%나 줄이고 고위험군에서도 효과를 보인 폴라이비에 환자와 의료진이 기대하고 있다.

한국혈액암협회가 DLBCL 환자·보호자 1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재발·불응을 경험한 82.8%가 "2년 이내 재발·불응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1차 치료에 최신 치료법을 이용한 치료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65.1%가 "예"라고 응답했다. 모두 새로운 치료 요법을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폴라이비 병용은 R-CHOP과 비교해 향후 10년동안 2차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27%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라이비를 사용하면 환자 예후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치료 부담을 줄이는 부가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의료전문가들은 DLBCL 1차치료에서 치료 반응을 유지하고 재발율을 낮추면 환자 예후와 삶의 질 개선, 후속 치료 비용까지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PFS 24  도달 시 5년 생존율 일반인과 비슷...혈액암 특수성 고려 필요

폴라이비가 주목받는 또 다른 부분은 'PFS 24' 지표다. PFS 24란 DLBCL 치료 후 24개월 동안 질병이 진행되지 않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PFS 24가 중요한 이유는 해당 지표를 달성할 경우 5년 생존율이 94.4%로 일반인과 유사한 수준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PFS 24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는 19%로 크게 떨어진다.

 폴라이비는 POLARIX 연구를 통해 기존 치료법 대비 PFS 24를 높였다. 치료 시점부터 24개월까지 사망하거나 질병 진행 위험을 24% 감소시키는 결과를 냈다.

미국FDA는 해당 지표를 인상 깊게 봤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가장 높은 권고 수준인 category 1 선호요법으로 폴라이비를 지정하면서 글로벌 치료에 변화를 가져왔고, 영국과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도 이를 토대로 보험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ESMO 가이드라인도 PFS 24와 유사한 치료 후 24개월 EFS 데이터를 전체생존기간(OS) 대리지표로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OS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리기 때문에 빠르게 질환이 진행하는 DLBCL 환자는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어떤 상황일까. 지난 6월 한국로슈는 폴라이비 급여 신청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했다.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건강보험 적정성을 다룰 예정이다. 관건은 이 과정에서 혈액암 특수성을 반영한 심사가 이뤄질지다.

올해 초 대한조혈모이식학회와 대한혈액암학회은 암질심에서 혈액암 치료제가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혈액암 치료제를 고형암 기준으로 심사하는 탓에 진료 현장에서 보는 시선과 괴리감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20년 만에 등장한 신약인 폴라이비가 PFS 24 등에서 보인 적정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급여 등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거나 좌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전영우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팜뉴스에 "DLBCL 첫 치료는 환자의 생사를 가를 뿐만 아니라 남은 삶의 질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환자들이 더 이상 기다림 속에 명을 달리하지 않도록 치료 24개월 시점의 PFS(PFS 24)를 유의하게 개선한 폴라이비에 하루 빨리 보험급여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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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이비 #DLB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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