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임상시험은 신약이나 기존 의약품의 새로운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실시하는 시험으로 신약 개발에 있어 필수적으로 거치는 연구 과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프랑스 등에 이어 글로벌 8위의 임상시험 수행 국가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위암과 간암 임상시험은 전세계 3위를, 폐암 및 유방암은 글로벌 10위권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임상시험'이라고 하면 아직까지 부정적이거나 낯설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임상시험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나 거부감을 비롯해 약효가 미미하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암학회가 국립암센터의 지원을 받아 발간한 '암연구동향 보고서 2023'에는 유방암을 앓고 있는 암환자가 직접 임상시험에 참여하며 겪었던 생생한 후기가 게재됐다.

암환자가 들려주고 싶은 임상시험 이야기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팜뉴스가 그 생생한 내용을 전한다.

(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이지은 교수, 정병화 씨
(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이지은 교수, 정병화 씨

지난해 10월, 임상시험 참여 제안을 받고 두려움이 컸지만, 새로운 약에 대한 기대감과 담당 교수님에 대한 믿음으로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지금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건강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경기도 이천에 거주 중인 정병화 씨는 지난 2017년 동네의원에서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는 소견에 따라 회송‧의뢰 협력병원인 서울성모병원에 내원, 유방암 3기 판정을 받았다.

30대 젊은 나이에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적잖이 놀랐지만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이지은 교수를 만나 희망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왔다.

5년간 수술과 표준요법 항암치료를 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2년 가을, 정 씨는 재발과 간 전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당시 이 교수는 환자의 암 진행 속도가 너무 빨랐고 통증까지 동반돼 빠르게 치료를 해야겠다고 판단해 새롭게 시작하는 연구자 임상참여를 제안했다.

이 교수는 "이전에 환자 분이 보험적용을 받아 BRCA 유전자 변이에 대한 검사를 받은 적이 있고, 당시 해당 유전자변이를 확인했다"라며 "때마침 이를 타겟한 PARP 억제제에 대한 연구자 임상시험이 시작됐고 바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제반사항이 갖춰진 동시에 환자의 상태와 치료여건, 등록 기준 등이 모두 적합하다고 판단해 임상참여를 권유했다"라고 말했다.

정 씨는 임상시험의 선정기준에 적합하고, 이미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었기에 참여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특히 임상시험을 참여할 때 치료에 대한 적극성과 의사와 환자와의 상호 신뢰 형성이 중요한데, 정 씨는 수년간 치료를 잘 따라오고 여러 수행능력도 좋다고 판단해 더욱 적극적으로 제안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적응증이 맞는다고 해서 무조건 환자에게 임상시험에 참여하라고 하지 않는다. 의사들은 임상시험을 권유할 때 환자의 상태와 여건 등이 적합하고 실 보다는 득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될 때 참여를 권유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제안을 받은 정 씨는 "유방암 진단 이후 열심히 치료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10월 갑작스럽게 전이 소식을 듣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라며 "첫 진단 때보다 실망감이 컸고 처음으로 교수님 앞에서 울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서 임상시험을 제안받았다. 처음엔 '임상시험'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거부감과 함께 많은 환자들이 그렇듯 실험대상이 된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오랜기간 교수님께 진료를 받아오면서 신뢰가 형성됐기 때문에 믿고 참여해보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정 씨는 "치료를 받으면서 8주에 한 번 내원하는 것을 제외하고 출퇴근이나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라며 "교수님이 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기도 했고 임상에 참여하면 새로운 치료약을 먼저 사용하고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참여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선택의 폭이 좁았고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결정했다"라고 부연했다.

가족이나 지인들 역시 임상시험 참여에 대해 처음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이 교수가 정 씨에게 자세히 설명했던 것처럼 정 씨도 새로운 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니 안심하고 응원해줬다고 전했다.

정 씨는 "참여 전 교수님께서 '빈혈 부작용이 다빈도로 나타나 수혈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고, 사실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빈혈이나 어지럼증은 물론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CT 촬영 때마다 암 사이즈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고 있어 기분 좋게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환자들도 저처럼 임상시험 참여 권유를 받으면 두려움이 앞서겠지만, 교수님들은 환자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최적의 선택을 제안하기 때문에 믿고 시작해보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치료의 최우선 목표는 좋은 치료효과와 삶의 질 유지다. 그러나 이미 수술 전 항암치료를 2번 했기 때문에 세포독성 항암치료를 권하기 어려웠다"라며 "다행히 임상시험 참여로 일상을 유지하면서 치료효과를 보고 있어 뿌듯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환자 분들이 임상시험이라는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극복하고 참여해주는 걸 알고 있어 매우 감사하다"라며 "환자와 담당 의사는 물론, 병원 일선에서 연구간호사, 행정 인력 등 많은 사람들이 임상시험을 위해 노력해주고 있다. 정부에서도 임상시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정책을 보완해준다면, 임상시험이 더욱 활성화 돼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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