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최근 잇따른 연예계 마약 스캔들과 역대 최다 마약사범 검거 등으로 마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기관 내 마약류 안전사용에 대한 중요성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원내 마약류 업무를 담당하는 병원약사들의 처우와 보상 체계가 미비해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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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병원약사회(회장 김정태)는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 2층 제3세미나실에서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과 함께 '환자안전과 사회안전을 위한 의료기관 마약 관리 강화 방안'을 아젠다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의료기관 마약관리의 현황과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한국병원약사회 정경주 부회장(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약제팀장)은 "국내에서는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등을 통칭해 '마약류'로 정의하고 있으며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약류는 의존성과 내성, 금단증상이 있는 약물로 개인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적인 해를 끼치는 까닭에 취급에서부터 매우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라며 "의료용 마약류 역시 관리 과실에 대한 처벌이 무겁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한국병원약사회 정경주 부회장
사진. 한국병원약사회 정경주 부회장

현행 법령에 따르면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약사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투약하거나 투약 목적으로 제공하는 마약류를 조제·수수(授受)하고 관리하는 책임을 지는 '마약류 관리자'로 분류돼 있다.

4명 이상의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가 종사하는 의료기관에서는 마약류 관리자를 필수적으로 고용해야 하며, 마약류 관리자가 구입 또는 관리하지 않은 마약 및 향정은 환자에게 투약할 수 없다.

이처럼 마약류는 규제가 엄격한 탓에 병원 내에서 마약류에 대한 관리 및 사용 절차 역시 매우 복잡하다. 의료기관 마약류 업무를 단계별로 살펴보면 ▲구입 ▲보관 ▲처방 ▲조제 ▲투약 ▲폐기 등의 총 6단계를 거치게 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의료기관에서 마약류를 구입할 시 약품명, 수량, 유효기간, 제조번호/일련번호 등의 정보를 확인해 입고하게 된다. 마약은 낱개까지 일일이 일련번호를 통해 관리되며 하나씩 바코드를 입력해야 한다.

이렇게 입고된 마약류는 기본적으로 여타의 다른 의약품들과는 구별해서 저장하게 된다. 다만, 마약과 향정은 보관 방법에 다소 차이가 있는데 마약은 이중 잠금 장치 철제 금고에 보관해야 하며 향정은 잠금 장치가 설치된 장소에 저장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자동 설비 중 하나인 '약품 자동 불출 캐비닛(ADCs)'가 설치된 병원도 마약류를 보관할 때는 앞서의 규정을 지켜야 한다"라며 "자동화 기기에서도 별도의 관리 절차를 진행하는 탓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원내 마약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금고 정도의 설비로는 충분한 마약류를 보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일부 병원에서는 아예 별도의 방을 철제로 시공해 저장시설을 만들고 있다. 마약 보관에 소요되는 시설과 설비, 인력에 대한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처방과 조제 단계에서도 복잡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식약처가 고시한 '의료용 마약류 안전사용 기준'과 '마약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조치 기준' 등에 따라 6단계에 걸친 사전알리미 운영 절차를 따라야 하며, 오는 2024년 6월부터는 타 기관에서 복용했던 마약류 투약 이력 확인도 의무화된다.

조제 업무 시에는 처방 사전 검토와 처방 감사, 조제약 감사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때 마약은 더욱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마약은 처방전 한 장에 한가지 마약만을 처방할 수 있다. 개별 건별로 이중 금고에서 마약을 꺼내 조제하고 감사해 불출해야 한다.

반면에 향정은 업무 시간 동안 조제실에 비치해서 사용할 수 있으며 다른 의약품과 함께 조제도 가능하다.

환자에게 투약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마약은 이송장비를 사용할 수 없고 일련번호를 확인해 직접 얼굴을 보고 손에서 손으로 건내주는 '면접 수수' 방식으로 전달돼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약사는 전달서명, 이송원은 불출서명, 간호사는 인수서명 등 전산서명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자에게 투약하고 남은 잔여 마약류를 처리하는 폐기 단계에서도 주의가 요구된다.

정 부회장은 "1300 병상 대학병원 기준 일주일 동안 평균적으로 약 300kg의 잔여 마약류 폐기(70여통)이 발생한다"라며 "암 환자 통증 관리나 수술 후 통증 치료, 분만장에서의 마취 보조 및 무통 분만 등 갈수록 마약성 진통제 사용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와 비례해 잔여 마약류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잔여 마약류 처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라며 "잔여 마약류는 희석·분쇄·소각 등의 과정을 거쳐 처리되며 이 과정에서 피치못할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별도의 보고서를 작성해 관할 보건소에 사실 증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주목할 점은 이처럼 마약은 향정신성의약품 보다 관리 항목이 훨씬 많고 행정처분도 강력해 병원약사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지만, 전담 인력이 부족하고 수가 보상 체계 역시 미미하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마약은 구입에서부터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일련번호를 관리하므로 긴 소요시간과 많은 약사 인력 그리고 높은 긴장도를 요하는 업무"라며 "향정은 재고가 부족해도 사용량 대비 인정분이 있는 반면, 마약은 단 '한 알'만 부족해도 3개월의 업무 정지 처분이 내려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현실은 외래환자 방문당 160원, 입원환자 일당 230원의 마약류 관리료 뿐이다"라며 "2000 병상 상급종합병원과 700 병상 종합병원 2곳에서 마약류 관리료에 따른 약사의 마약류 업무 수행 인건비 보상률을 계산해보니 고작 6% 수준에 그쳤다"라고 덧붙였다.

해외 사례로 제시된 일본의 마약지도료를 살펴보면, 일본은 마약이 향정에 비해 약 9배 높게 책정돼 있었다. '2022 일본 조제보수검수표'에 따르면 향정은 80엔이고 마약은 700엔으로 조제료가 정해져 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약류 관리자가 필요한 의료기관의 범위를 다시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가 4인 이상인 의료기관에서만 마약류 관리자 지정을 해야 하지만,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 도입 후 의료기관의 마약류 실사용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마약류 처방 환자 수와 처방량을 기준으로 의료기관의 범위를 재지정 하자는 것.

실제로 대부분의 요양병원은 마약류 관리자 지정 의무가 없으나 고령의 복합질환 환자가 많아 마약류 처방 빈도가 많은 편이다. 또한 지참 마약이 많아 환자 상태 변화 및 사망 시 잔여 마약류 관리 부실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끝으로 정 부회장은 "이외에도 약사 법정 정원과 별도로 마약류 관리에 필요한 필수 인력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며 마약류 관리자의 권한도 강화해야 한다"라며 "특히 마약류 관리 업무에 있어 투입 노력 대비 인건비의 6% 밖에 보상해주지 않는 수가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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