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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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은 의료적 용도에 비하여 오용하거나 남용될 우려가 크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의존성을 유도하기 때문에 엄격하게 규제를 받는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일부 마약 종류가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케타민 (상표명 스프라바토)은 치료가 어려운 우울증 환자나 자살 충동이 있는 우울증 환자에 대하여 적용하도록 2019 년에 이미 허가를 받았다. MDMA와 실로시빈은 미국에서 각각 혁신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마약성 환각제들은 기존의 항우울제로 치료가 어려운 우울증 종류,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PTSD)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MDMA는 암페타민에서 유도된 화합물로서, 유흥가에서 엑스터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MDMA를 사용한 임상시험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대하여 수행되었으며, 약물이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였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대해서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한다. MDMA가 허가를 받는다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위해 개발된 최초의 약물이 될 것이다. 실로시빈은 환각버섯에서 환각을 일으키는 유효 성분이다. 환각버섯이 고대부터 종교적 의례에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그 작용에 대하여 오랫동안 알려져 왔다. 약물로 개발 중인 실로시빈은 합성 마약이다. 기존의 항우울제로 치료가 어려운 우울증에 적용하거나, 말기 암 환자 등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우울증과 불안을 완화시켜서 삶의 질을 회복하는 목적으로 임상시험이 수행되고 있다.

MDMA와 실로시빈은 항우울제로 개발된다고 해도 프로작이나 기존의 항우울제들과 쓰임에서 많이 다르다. 약물 치료를 위해 단독으로 사용되도록 처방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심리치료를 동반한 약물 치료, 또는 심리치료 중에 사용하는 보조 약물로서 개발 중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이들 약물은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다시 말하면, 임상시험에서 환자가 심리치료만 받았을 때보다 약물 투여를 병행했더니 환자의 치료 효과가 더 빠르고 우수했다. MDMA에 대한 임상시험 3 상의 결과가 나와 있고, 실로시빈에 대한 임상시험 2 상의 결과가 나와 있다.

환자는 여러 주에 걸쳐서 심리치료를 받으며, 그 기간 중에 정해진 스케쥴에 따라 약물을 1 회에서 3 회 투여 받는다. 약물 투여를 받은 상당 수의 환자가 환각을 경험한다. 환자는 편안하고 안락하게 꾸며진 장소에서, 그러나 규격화되고 엄격하게 관리되는 환경에서 치료를 받는다. 훈련된 치료사가 함께하여 환자의 약물 투여를 관리하고 환자의 경험을 치료의 과정에 부합되도록 유도한다. 약물을 치료사의 입회 하에 투여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안전성 때문이다. 환자가 약물을 자의적으로 투여하면, 혹시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환각을 경험하는 환자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MDMA는 20 세기 초에 합성되었다. 실로시빈은 20 세기 중반에 환각버섯에서 분리되었고 합성되었다. 당시 향정신성물질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되었고 정신과 치료에서 환자에게 적용하도록 연구되기 시작했다. 1960 년대에 히피 문화가 퍼지면서 각종 향정신성 약물들을 쾌락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전세계적으로 마약으로 규제되기 시작했다.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구호는 이 때에 이미 나왔다. 금지된 약물에 대한 연구도 거의 중단되었다. 2000 년대에 들어와서야 이들 물질이 우울증 치료제로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으며, 환각 물질에 대한 연구가 재개되었다.

MDMA와 실로시빈은 모노아민 신경계, 특히 세로토닌 신경에 작용한다. 프로작을 비롯해서 다수의 항우울제도 세로토닌 신경계에 작용하지만, 이들은 환각 작용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 차이는 무엇인가? 이 약물들은 세로토닌 신경계에 작용함에도 불구하고 일차적인 타겟이 다르고, 따라서 영향을 주는 신경 회로가 각각 다르다고 보고 있다.

이들 물질이 기존의 치료제가 잘 작용하지 않는 신경 회로에 어떤 변화를 도입하여 환자의 치료를 돕는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분명하게 말하지 못한다. 약물이 뇌신경에 변화, 즉 가소성을 유도해서 심리치료를 더 잘 받아들이게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약물이 불균형 상태로 고착화된 신경회로에 변화를 도입하여 불균형을 해소하고 회로를 되돌린다는 해석도 있다. 환각을 경험하는 환자가 플라시보 효과를 나타낸다고 말하는 극단적인 견해도 있다. 어떠한 해석을 하든 약물들이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나타내자 작용 기전을 알기 위한 연구가 급증하고 있다. 심리치료만으로는 환자의 증상 완화는 보통 느리고 서서히 진행되지만, 약물을 투여하면 치료 효과가 빠르다. 약물을 추가했을 때에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약물 투여 후 1-2 일부터 나타나기 시작하고 여러 주 동안 지속된다.

약물이 나타내는 환각 작용이 치료 과정과 관련이 되어 있는가에 대한 증거는 없다. 환각 효과와 치료 효과는 동일하지 않다. 환자가 약물 투여를 받으면 30 분에서 1 시간 내에 환각 증상이 시작되며, 그 효과가 2-3 시간 안에 정점에 오르다가 여러 시간 안에 없어진다. 반면에 치료 효과, 즉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완화하는 효과는 그 이후에도 계속 진행되고 여러 주 또는 여러 달 동안 지속된다. 환각 효과가 치료 효과와 전혀 무관하다고 말하지는 못한다. 치료가 어려운 우울증 환자나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심리치료와 함께 실로시빈을 투여한 임상시험을 했다. 약물 투여를 받은 많은 환자가 정도에 차이가 있으나 ‘신비스러운’ 체험, 즉 현실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신비스러운’ 체험의 정도가 강했던 환자들에게서 증상의 완화 효과가 대체로 큰 경향을 보였다.

종교 생활이나 명상을 하는 사람도 종종 ‘영적 체험’ 또는 ‘신비체험’을 한다고 말을 한다.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그리피스 박사는 약물이 일으키는 환각 체험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 4000 명 이상에게 설문 조사를 했다. 질문의 대상은 실로시빈을 비롯해서 몇 가지 환각제를 투여하고 ‘신비체험’을 한 사람들과, 종교나 명상 중에 ‘신비체험’을 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강력한 힘에 압도되는 경험을 했으며, 경험 중에 시청각 등 감각에 느낌이 생생했다고 진술했다. 경험 중에 메시지나 영감을 얻는 등 지적 능력이 관련되었고, 경험 후에 여운이 오래 남았으며, 경험들이 이후의 삶의 태도와 인식에 변화를 주었다. 특이하게도 약물에 의하든 종교나 명상에 의하든, 신비체험의 내용과 정도가 서로 아주 유사했으며, 이러한 접점 때문에 그리피스는 실로시빈을 우울증의 심리 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오랫동안 금지되어 왔던 약물들이 깨어나서 항우울제 개발의 최첨단에서 연구되고 있다. 이들이 약물로 사용되려면 규제와 법도 개정되어야 한다. 환자가 환각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적은 용량을 자의적으로 심리치료와 병행하지 않고 투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환자가 순도가 높은 실로시빈이 아니라 환각버섯을 임의적으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으로도 우울증에 효과가 있는가에 대하여는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며 안전성이나 오남용의 우려가 있어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훈련되지 않은 비의료인이 심리치료를 가장한 유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MDMA나 실로시빈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경우도 가정할 수 있다. 이들 마약류의 물질들이 합법적인 약물로 승인을 받을 기대가 높은 만큼 오남용의 우려도 높기 때문에, 규제와 법령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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