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유명한 속담이다. '한 길'은 사람의 키 정도 길이를 뜻하는데 '열 길'이면 사람 10명의 높이다. 그만큼 깊은 물속은 꿰뚤어보는 것은 쉬워도 사람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렵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바이오 회사 프로젠에 투자한 '이수만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이돌 그룹을 발굴하고 키워낸 성과와 바이오 신약 개발의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팜뉴스는 공개 정보를 토대로, 이수만의 투자 목적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유한양행'이란 거물이 등장했다. 유한양행은 신약 개발과 기술수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국내 제약사다. 

팜뉴스는 앞서 보도를 통해 이수만의 또 다른 투자처인 '파블로항공'을 주목했다. 파블로항공이 의약품 배송 서비스를 꿈꾸는 드론 회사이고 프로젠이 비만 치료제 개발 기업이라는 점을 통해 이수만의 투자 패턴을 묶는 키워드를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의약품이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수천 곳의 제약 바이오 기업 중에 왜 하필 프로젠에 투자했을까"라는 의문이다. 

프로젠은 1998년 설립된 바이오 신약 개발 벤처 회사다. '다중 표적 단백질 기술'이란 플랫폼을 활기반으로 대사질환, 면역질환, 면역 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김종균 대표를 중심으로 진현탁 제넥신 출신 진현탁 연구소장과 윤영대 최고과학책임자(CSO)가 주축 멤버다. 

특히 이수만의 프로젠 투자 소식이 알려질 당시 프로젠의 '비만신약' 파이프라인이 주목을 받았다. 프로젠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신약 'PG102(MG12)'로 지난 6월 식약처에 임상 1상을 신청한 상태다. 

세계적으로 위고비 등 비만 신약 열풍이 불고 있다. 위고비를 개발한 노보노디스크는 유럽 시총 1위에 올랐다. 위고비 역시 (GLP)-1 계열 비만 신약이다. 이수만이 프로젠의 비만 신약에 주목하고 자신의 지분 투자를 했다는 가정을 해볼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국내 비만 신약 개발 기업은 프로젠 이외에도 많기 때문이다. 

펩트론은 1개월에 1번 맞는 당뇨·비만치료제 GLP-1 주사제를 개발 중이다. 일주일에 한번 투여가 필요한 위고비를 뛰어넘는 신약 개발을 목표하는 바이오 회사다. 펩트론 외에도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 국내 제약사들도 GLP-1 계열의 비만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더구나 프로젠은 파블로항공처럼, 코스닥 상장이 가시화된 기업도 아니다. 오히려 지난 15일 '제3의 시장'으로 불리는 코넥스에 상장했다. 펩트론이 2015년 코스닥에 상장한 점을 고려하면 이수만의 투자 결정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그러나 제약 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이수만이 상당히 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코스피도 코스닥도 아닌 코넥스에 이제 상장한 기업인데도 말이다. 

바로 유한양행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젠의 단일 최대 주주가 유한양행"이라며 "유한은 최근 눈부신 기술 수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유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토대로 프로젠의 비만 신약 파이프라인이 기술 수출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대박을 칠 수 있다. 이수만은 프로젠 옆을 든든하게 지키는 유한을 보고 베팅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유한은 2018년 스파인 바이오파마에 퇴행성디스크 치료 후보물질을 2440억원에 기술 수출했다. 2019년 길리어드사이언스, 베링거인겔하임에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8억 7000만 달러, 길리어드는 7억8500만달러 규모였다. 이중 스파인 파이오파마와 베링거인겔하임 기술수출 사례는 벤처사와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이뤄낸 성과였다. 항암 신약 렉라자 역시 벤처사로부터 후보물질을 들여온 뒤 해외 판권을 얀센에 수출했다. 

그렇다면 이수만은 프로젠의 미래를 유한양행 기술수출 성과를 통해 예측하고 수십억을 투자한 것 아닐까. 

지난 4월 유한은 300억원으로 프로젠 전체 지분의 38.9%를 인수하고 최대 주주 지위를 얻었다. 당시 유한과 프로젠은 "초기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이전과 상용화를 위해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비만 신약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며 "국내 바이오 벤처 입장에서는 글로벌 임상을 할 수 있는 자본이 부족하다. 전임상 또는 1상을 거치고 기술수출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프로젠이 비만신약을 글로벌 제약사의 기술 수출 그림은 새로운 그림이 아닌 예측 가능한 것"이라며 "이수만이 비만신약 개발사이기 때문에 프로젠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유한의 기술수출 노하우를 보고 프로젠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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