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절벽에서 피는 꽃일수록 아름답다.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뿌리를 깊게 내리고 짙은 향기를 내뿜는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강원도 정선 동강 절벽에만 피는 동강할미꽃이 특별한 이유다. 

국산 신약 개발 소식이 들릴 때마다 업계에서 '절벽에서 꽃이 피었다'고 평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다른 나라와 달리, 대한민국이란 척박한 땅에서 일궈낸 기적이란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대웅제약이 36호 신약 '엔블로'를 개발할 수 있었던 계기는 뭘까. 엔블로가 글로벌 제약사들의 각축전이 벌어진 틈 속에서 어떻게 꽃을 피울 수 있었을까.

팜뉴스가 "녹십자가 피운 꽃, 대웅에서 만개하다"의 후속으로, 박준석 신약개발센터장의 '입'을 통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한다.

절벽 핀 동강할미꽃(게티)
절벽 핀 동강할미꽃(게티)

SGLT2 저해제는 당뇨 치료제 중 가장 최근에 개발된 약물군이다. SGLT2(sodium-glucose cotransporter 2 inhibitor)은 이름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소듐인 나트륨과 글루코스를 내뿜는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요(소변)에 있는 소듐과 글루코스가 (여과 작용으로 신장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재흡수되는데, 실제 당뇨 환자는 글루코스를 체내로 재흡수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SGLT2 저해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다. 저해제를 복용하면 신장에서 소듐과 글루코스의 재흡수가 줄어들고 요(소변)로 우리 몸속의 혈당과 소듐이 빠진다. 

글루코스를 소변으로 배출하면 혈당이 줄어 당뇨에 효과가 있다. 나트륨(소듐)도 소변으로 빠지기 때문에 혈압과 관련이 있다고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더구나 기존의 약물들은 인슐린 의존성이 굉장히 강했다. 하지만 SGLT2 저해제는 인슐린 비의존성 효과를 보이는 독특한 작용기전을 지니고 있다.

박준석 센터장 발표 자료(배포 자료 PDF 캡처본)
박준석 센터장 발표 자료(배포 자료 PDF 캡처본)

저희 대웅이 SGLT2 저해제 신약 개발을 결심한 계기다. 다만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2020년 글로벌 SGLT2 시장의 대표 주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와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이었다. 시장에 굉장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저희가 개발할 경우 국내 5번째, 글로벌 시장의 8번째 데뷔작이었다. 국내 5위, 해외 8위라는 것 자체가 시장 창출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의미했다. 

개발 기간 동안 마켓과 개발 쪽에서 연구진을 독려를 했던 이유다. "어떻게 차별화를 할 것이냐"고 말이다.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개발 과정 내내 어려움이 있었다. 어려움이 6~7년간 이어졌다.

하지만 전임상과 임상을 거듭할수록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저희 신약 후보 물질이 기존의 SGLT2 저해제와 다른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에 출시된 기존의 제품보다도 강력한 SGLT 타겟 단백질에 대한 저해 효과를 보였다. SGLT2 저해제는 신장에 분포가 많을수록 효과가 좋아질 것이란 예상이 가능한데, 기존의 8가지 약물 중 엔블로가 신장에 가장 많은 분포를 하고 있었다. 

높은 신장 분포를 통해 강력한 저해 활성 효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동물 실험 결과, 시장 1등 약물인 다파글리플로진보다 두 배 적은 용량에서도 당뇨의 지표인 당화혈색소(HbH1C)를 떨어트리고 당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임상을 진행했다. 1상에서는 정상인에 대해 PK(약동학) 또는 안전성을 보는데, SGLT2 저해제는 소변으로 당을 빼기 때문에 당을 측정하면 약물 효과에 대한 파악이 가능했다. 

아래 그래프는 시간에 따라 얼마만큼의 당을 소변으로 배출하느냐를 설명한 것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효과가 좋은 것인데 2주 정도 투여했을 때 저희 물질 0.3mg이 시장의 1등 약물 10mg보다 효과가 좋았다. 

임상 2상에서는 0.1mg, 0.3mg, 5mg 용량별로 실험했다. 0.1mg에서도 빠르고 강력한 효과를 나타냈다. 다만 임상 3상을 위한 용량을 결정할 때 식약처와 협의를 거쳤다. 처음 임상 3상 용량은 0.5mg였지만 식약처의 자문 결과 0.3mg 충분한 효과를 나타낼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임상 3상에서 6개월 동안 엔블로를 투약할 결과 우수한 혈당 저하 효과를 보였다.

3상 결과가 "얼마나 강력한가"라고 스스로 묻는다면 비교실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었다. 

다만 기존 7개 치료 물질보다 30배 낮은 용량에서도 월등한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 엔블로의 차별점이었단 사실은 분명했다. 

마지막 남은 관건은 약물의 안전성이었다. SGLT2 저해제는 체중 감소 등 다양한 효과가 있고 기존 약물 대비 우수했지만 유일한 단점은 생식기 감염 리스크였다. 

글루코스가 미생물한테 굉장히 좋은 영양분인데 달달한 글루코스를 소변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생식기 감염 리스크가 굉장히 컸다.

기존 약물의 임상에서도 리스크가 있었고 환자 비율도 꽤 높았는데 엔블로는 2상과 3상에서도 사례가 전무했다. 안전성 부분에서도 차별성을 드러낸 것이다. 

엔블로 임상 3상 안전성 자료, 빨간 빗금 부분= 생식기 감염 리스크 제로 
엔블로 임상 3상 안전성 자료, 빨간 빗금 부분= 생식기 감염 리스크 제로 

결국 난관을 극복하고 지난 5월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엔블로는 굉장히 많은 병원에서 처방되고 수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도 진행 중이다. 올해 중남미를 시작으로 현지 승인 사례가 늘어났고 내년까지 기술수출이 증가할 것이다. 

물론 과제도 있다. 주요 적응증은 당뇨병인데 SGLT2 저해제가 북미시장을 차지했기 때문에 진출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엔블로가 당뇨 외에도 부가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임상의들과 빅 마켓으로 진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비만 치료제 쪽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고 최근 당뇨병성 망박변성 쪽으로도 임상 1상을 승인 받았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36호 신약이고 녹십자와 협업해서 만든 토종 신약이다. 그런 자부심을 토대로 글로벌에서도 자랑스러운 엔블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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