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상이란 상은 전부 휩쓸었다. 불과 1년 사이, 신약을 연달아 개발했기 때문이다. 10년을 쏟아부어 1년에 겨우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국내 현실을 고려하면 그 제약사의 기세는 놀라울 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 대다수는 곰 캐릭터로 상징된 우루사만을 기억하지만 실상은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에 전력을 투구하는 제약사다. 

단순히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보톡스 톡신 제품은 글로벌 무대를 정복하기 직전이다. 신약 개발과 의약품 수출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과를 남겨온 제약사란 뜻이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도대체 그런 제약사가 우리나라에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제약 기업을 기나긴 문단과 문장으로 설명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이름을 들으면 무릎을 '탁'하고 칠 수 있다. 

주인공은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펙수클루'와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 개발에 성공했다.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글로벌 성과를 바탕으로 펙수클루와 엔블로 역시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갈 채비를 마쳤다. 

그중에서도 대웅제약의 '36호 신약' 엔블로는 반대편 나라 '브라질'과 대형 수출 계약을 맺었다. 

그렇다면 엔블로는 어떻게 브라질 시장에 진출이 가능했을까. 나보타의 성과는 엔블로의 남미 시장 공략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팜뉴스 취재진이 그 해답을 얻기 위해 지난 10일 대웅제약 본사에서 글로벌사업본부 김도영 글로벌개발센터장을 만났다. 

김 센터장은 구둣발이 닳도록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대웅의 글로벌 진출을 최전선에서 이끌어온 인물이다. 그는 10년 전의 대웅제약과 '글로벌 대웅'의 성장을 눈앞에서 목도했다. 김 센터장의 목소리를 통해 엔블로의 브라질 시장 진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한다.  

10일, 김도영 글로벌개발센터장이 대웅제약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이다. 

# 대웅제약 글로벌개발센터는 어떤 곳인가. 소개 부탁드린다.  

글로벌개발센터는 주로 대웅 그룹사의 사업과 제품을 글로벌로 진출시키고 블록버스터로 육성하는 역할을 해왔다. 총 5개 팀으로 구성됐고, 과제별 글로벌 진출 '전략'과 마스터플랜을 '기획'한다. 또 해외 지사법인이나 파트너와 협업해서 각국의 식약처에 현지 판매를 위한 '허가'를 신청하고 신속히 전 세계에 공급될 수 있도록 '개발'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필요한 임상이 있다면 현지 임상을 수행하고 현지 직접 임상이 부족하다면 투자 의향이 있는 파트너와 같이 작업하는 일도 담당한다. 허가 승인 이후 지사 법인 또는 현지 파트너와 시장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해서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글로벌개발센터의 역할이다. 

# 김 센터장은 그동안 대웅 해외수출 계약 체결 및 합작법인 설립 등의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해왔나. 

약 15년 전 대웅제약 글로벌 사업 초기엔 나보타 수출계약,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설립 등의 실무를 담당했다. 특히 대웅제약 제품의 글로벌 진출 초석을 다지는 일을 해왔다. 현재는 신약 '펙수클루' 등 대웅 자체 개발 신약들을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펙수클루를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 중 최고 블록버스터 사례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허가 1년 만에 펙수클루를 11개국에 허가 자료를 제출했고 필리핀, 에콰도르, 칠레 당국의 허가를 받았다. 현재까지 수출 계약금액도 총 1조 2000억원에 달한다.  

"한국에서 그동안 36호까지 신약이 개발되었지만 그중 속도로 치면 가장 빠르지 않을까." 이렇게 자부하고 있다. 펙수클루의 성공사례를 다시 엔블로로 선순환하려고 노력한 결과, 브라질과 멕시코를 대상으로 엔블로의 해외 최초로 수출계약을 빠르게 체결할 수 있었다. 

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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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제약은 최근 엔블로정(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을 브라질과 멕시코에 수출하는 약 8436만 달러(약 1082억 원) 규모 계약을 목샤8과 체결했다. 엔블로의 첫 해외 수출 국가를 브라질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 당뇨 협회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 당뇨 환자수는 1,573만명으로 중남미 전체 당뇨 환자 수에 50%를 차지한다. 그만큼 브라질에 환자가 많다는 뜻이다. 브라질 당뇨 시장은 중남미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시장 규모도 약 1.3조원으로 중남미 전체 시장에 60% 차지할 정도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규모와 사업적인 측면에서 브라질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브라질에서 첫 해외 수출이 진행돼 인근 중남미 국가와도 연쇄적인 수출 계약이 이어질 수 있다. 브라질의 ANVISA는 중남미에서 가장 높은 규제 수준을 가진 규제 당국이기 때문이다. 중남미에서는 ANVISA의 위상을 미국 FDA에 비견할 정도로 최고 등급으로 여긴다. 

# 목샤8은 브라질, 멕시코 전 지역을 포괄하는 병·의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최근 5개년 연 성장률이 48%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제약사라고 들었다. 목샤8을 현지 파트너사로 선정한 이유는. 

목샤8은 과거 UCB 및 사노피에서 중남미 전역 대표를 오랜 기간 역임했던 조엘 바를란(Joel Barlan)이 CEO를 맡고 있다. 조엘 바를란 대표가 중남미에 많은 정부 병원 이해관계자들을 확보한 상태였고 새로 사업을 꾸리면서 매년 10개씩 신약을 공격적으로 도입해왔다. 

단순히 약만 도입한 게 아니라 영업 조직(브라질 248명, 멕시코 119명)도 빠르게 구축했다. 브라질에서 약 4만명, 멕시코 약 2만명 이상의 의사 고객을 확보한 이유다. 

물론 표면적인 부분만으로 파트너쉽을 맞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목샤8이 이미 대웅의 나보타를 통해 성공 사례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브라질에서 나보타 발매 2년 만에 CAGR(연평균 성장률) 50% 달성했고 단숨에 톡신 시장 M/S(점유율) 3위로 끌어올렸다.  

나보타 외에 항정신병 제제를 도입하여 출시 2년 만에 멕시코 중추신경 치료제 점유율 MS 16%로 (CAGR 63%) 시장 1위를 만들어냈다. 더구나 두 품목은 목샤8의 기존 주요 치료 사업군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품목 도입 이후 빠르게 영업, 마케팅 조직을 구성해서 성과를 이뤄냈다. 

브라질 현지에 목샤8 이상으로 규모를 갖춘 회사들이 많다. 하지만 목샤8이 나보타를 통해 성공 사례를 입증했고 엔블로도 같은 전략을 쓴다면 빠르게 안착할 것으로 기대했다. 목샤8을 현지 파트너사로 선정한 이유다.

# 대웅제약은 현지 파트너사 물색 과정에서 엔블로의 강점 중 어떤 부분을 강조했는가. 

먼저 엔블로 자체의 장점으로 약물의 용량을 언급하고 싶다. 용량이 기존 브라질에서 시판 중인 SGLT2 저해제들의 용량에 비해 약 30분의 1 이하인 0.3mg이다. 그런데도 경쟁품과 유사한 수준의 약효를 보인다. 제품에 들어간 약의 용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을 통해, 기존 시판 약물 대비 뛰어난 당화혈색소(HbA1c)·공복혈당 강하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자료를 강조했다. 치료 전 대비 당화혈색소 0.5%p 초과 감소한 환자비율 또한 동일 계열 약물의 40~60% 수준 대비 최대 82.9%를 기록했는데 이점도 마찬가지였다. 

이뿐 만이 아니다. 혈당 조절이 불충분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는 점도 홍보했다. 신기능이 저하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동일 계열 약물 대비 우수한 혈당 강하효과와 단백뇨 개선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존 당뇨 약물과 병용 처방이 가능한 점 (▲단독요법 ▲메트포르민 병용요법 ▲메트포르민과 제미글립틴 병용요법) 등을 강점으로 내세워 홍보했다. 

# 그렇다면 실제로 브라질 현지의 반응은 어땠는지, 목샤8은 엔블로의 어떤 매력을 느껴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나. 

당시 브라질 메이저 회사들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아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목샤8은 기존 SGLT2 경쟁품 대비 약효가 뛰어난 점, 당뇨 약물과 병행 처방이 가능한 엔블로의 장점을 높이 평가했다.

결국 목샤8이 우수한 사업 제안 조건을 내걸었고 계약 체결까지 완료할 수 있었다. 목샤8 측도 순환내분비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니즈가 있었기 때문에 양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나보타를 통해 오랫동안 맺어온 파트너십 덕분이었다.  

# 김 센터장은 나보타로 시작해서 펙수클루부터 엔블로까지 대웅 제품들의 글로벌 진출을 총괄하고 있다. 엔블로 진출 과정에서 특히 신경을 쓴 대목은 무엇인가. 

실사 일정 이슈가 있다고 들었다. 언제 실사를 올지 모르는 경우다. 사전에 일정을 안내했는데 갑자기 취소하는 상황이다. 브라질의 시간 관념이 저희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 실사 일정을 취소하고 국내 제조소 여름 휴가인 8월에 실사를 온다고 한다. 

이런 경우 우리 제조소에서 만든 제품은 회사의 판단하에 "전사 휴가 일정을 바꿔서 하자"고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미 허가 자료를 제출한 펙수클루와 향후 엔블로 허가를 대비해 언제든지 브라질 규제 당국의 실사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인 이유다.

그러나 자체 제조가 아닌 위탁 제조인 경우는, 위탁 제조시설이 실사 이력이 있는지, 실사에 맞게 일정 조정이 가능할지 등에 대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업체와 협업해야 한다. 

# 나보타는 이미 브라질 현지에서 인지도와 매출 면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안착했다. 그런 점이 엔블로의 브라질, 멕시코 진출 과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

앞서 언급했지만 나보타는 브라질에서 출시 2년 만에 현지 톡신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최근 펙수클루가 중남미 주요국인 에콰도르, 칠레에서 허가를 받으면서 중남미에서 대웅의 신약 인지도를 상승시켰다. 

중남미 인지도를 기반으로 엔블로 파트너링 타진 당시, 대웅제약에 대한 홍보 과정과 시간을 줄이고 신속한 논의가 가능했던 이유다. 다수의 메이저 제약사들이 엔블로 협상에 참여 의사를 보였고 후보사 비교 분석을 통해 최적의 파트너사를 선정할 수 있었다. 

# 중남미권에서 '나보타 프리미엄'을 누렸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렇다. 지금도 나보타와 파트십을 맺고 싶다고 전 세계 이곳저곳에서 메일이 온다. 대웅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가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이다. 나보타에 이어 펙수클루를 내놓은 결과 남미에서 "대웅이 지속적으로 좋은 제품을 내놓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상당한 홍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엔블로가 허가를 받아서 실제로 매출을 일으키는 것이다. 과거 국내 제약사들이 순환내분기계 약물을 기술 수출한 전례는 있지만 실제로 매출로 연결된 사례는 극소수다. 

과거의 사례를 답습하지 않고 사전에 바로 허가를 제출할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한 상태다. 올해 하반기 안에 브라질 규제 당국에 엔블로 허가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 브라질 시장엔 기존의 글로벌 빅파마 등 경쟁사 제품이 진입한 상태다. 당뇨병 치료제의 경우 국민들의 기질에 따라 다른 효과를 보인 경우도 있다. 브라질 현지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한 엔블로만의 전략은 무엇인가.

브라질은 다소 보수적인 국가다. 목샤8가 보유한 중남미 내 KOL(Key opinion leader)을 대상으로 전통적인 학술 교류 형태인 심포지엄, 그룹 세미나를 개최하고 제품의 특장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반면, 멕시코는 디지털 소비자 마케팅이 일정 부분 상용화된 국가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환자카드 발급하거나 멤버십을 주는 방식으로 제품 프로모션이 가능하단 얘기다. 목샤8과 공동으로 디지털 마케팅을 접목해 제품 홍보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 화제를 돌려보겠다. 김 센터장은 일전에 바이오 기술 세계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엔블로를 포함한 대웅제약의 국산 의약품 해외 진출을 진두지휘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예전에는 해외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싸이닝 세리머니를 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았다. 특히 체결 직후 파트너사 대표 또는 실무자가 안아줄 때 감동을 느꼈다.

지금은 다르다. 해외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먼저 알아보고 찾아오면 보람을 느낀다. 

매년 전 세계 최대 규모 의약품 전시회가 바르셀로나, 파리 등 유럽에서 열린다. 전시회가 코로나19 때문에 3년 동안 열리지 않았다가 지난해 오랜만에 가서 부스 전시를 했는데 고객들이 "펙수클루와 엔블로를 중동에 판매하고 싶다"고 우리 부스를 찾아왔다. 

그때 "10년 전엔 내가 부스 이곳 저곳을 찾아다녔는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웅을 알려온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큰 감동이 밀려왔다.

# 최근에 보람을 느낀 순간은 있다면.

대웅제약 홈페이지에 해외 제품 문의 연락처로 저의 메일 주소가 쓰여 있다. 매일 저에게 세계 각국에서 메일이 한 통 이상 도착한다. 나보타가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아이큐비아 자료를 토대로 해외 국가별 TOP10 회사 매출을 목록으로 만든 이후 전화를 돌려 우리 제품을 홍보했지만 이제는 대웅 제품을 팔고 싶다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 벌써, 나보타는 미국 포함 50개국 이상에서 팔리고 있다. 펙수클루도 필리핀과 에콰도르, 칠레 등 3개국에서 승인이 됐는데, 격세지감을 느끼는 대목이다. 

#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대웅제약을 롤모델 삼아 '국가대표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해 '국가대표 의약품'을 생산하려고 노력 중이다. 험난한 길을 개척한 선구자로서 남미 의약품 수출을 꿈꾸는 국내사들에게, 특별히 조언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 국내 신약이 글로벌 영역에서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 실질적으로 '국가대표 제약사'라고 할 수 있는 제약사가 드문 이유다. 이런 점을 염두할 때 의약품 수출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스터플랜을 제대로 짜야 한다는 점이다. 

회사가 지닌 신약이나 과제가 있다면, 해당 과제를 어떻게 어디로 진출시킬지에 대한 계획을 사전에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계획이 없이 되는대로 하다가 한국형 신약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 수출에 앞서 현실적으로 마스터플랜을 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인가.

일단 "글로벌 전시회에서 홍보한 다음, 걸리는 국가가 있으면 가야지"라는 생각이라면 성과가 제대로 나올 수 없다. 마스터 플랜에 기반한 구체적인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저희는 먼저 글로벌 시장 분석을 통해 수출 대상 국가를 정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우리 허가 자료의 수준 파악이 가능하다. 미국인지, 브라질인지, 사우디아라비아인지 알 수가 있다는 뜻이다. 

타깃 국가 하나를 정하고 반드시 진출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세우지만 "브라질만 가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대안을 포함해서 3~5개 국가를 최우선순위로 놓고 동시에 추진하는 방법이다.

브라질을 하다가 안 되면 멕시코, 멕시코가 안 되면 다시 브라질, 그런 식으로 수출 계획을 세우기 전에 마스터 플랜을 짜야 한다.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과 함께 말이다.

게티
게티

# 남미 대륙 현지에서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의약품 수출은 의사결정이나 프로세스 진행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다. 특히 정부 기관과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원하는 방향에 맞게 소통할 수 있는 파트너사가 중요하다. 누구든 '잘한다'고 호언장담하지만 실제로 리스크가 닥쳤을 때는 변명거리를 늘어놓는 파트너사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일단 현지 파트너사 선별을 위한 사전 정보 파악 및 검증이 중요하다. 어떤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사업을 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신뢰도를 검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신뢰도를 검증해야 하는데 회사 한 곳만 검증하면 안 되고 5~10곳의 회사들과 논의해서 우리가 파악한 정보들이 브라질 스탠다드(통상적인 기준)에 맞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 다양한 방식으로 신뢰도를 어떻게 검증한다는 뜻인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예를 들어 의약품 허가를 현지에서 받아야 하는데 어떤 회사는 "1년 만에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다른 회사는 "1년 반 안에 가능하다"고 한다. 1~2년 걸린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게 일반적인 기준인지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회사별로 상호 교차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1년 만에 허가를 받아내겠다는 회사를 향해 "이쪽에선 1년 반이 걸린다는데 당신들은 왜 1년이 걸리느냐"라고 물어봐야 한다. 그런 작업 없이 무턱대고 계약하면 계획이 망할 수 있다. 

# 인허가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인가. 

수출 약가 책정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1달러에 판매할 것이란 회사가 있는 반면 0.5달러에 판매 가능하다는 회사도 나타난다. 

'누굴 믿어야 하는가'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국내 제약사 입장에선 판매가에 따라 수출을 얼마나 할지 정해지기 때문에 수출가를 손해를 보지 않고 이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어떤 업체가 하는 말이 맞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여러 회사들한테 동일한 제품에 대한 사업 제안을 받아 비교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신들은 왜 이 가격으로 하려는 것인가"라고 구체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런 과정 없이 덜컥 1달러를 제시한 회사와 계약하면 나중에 그것이 0.1달러인 경우가 있다. 수익이나 사업 계획에 강력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 그렇다면, 엔블로의 현지 파트너사 목샤8이 대웅제약의 검증작업을 통해 신뢰를 얻었다고 볼 수 있는데. 

맞다. 목샤8는 본인들의 계획대로, 합리적으로 일을 해왔다는 신뢰를 줬다. 목샤8는 인허가뿐 아니라 유통, 영업 판매도 가능한 파트너사로 자신들의 약속을 제대로 지켰다. 그것이 목샤8가 대웅의 나보타는 물론, 엔블로와도 인연을 맺은 배경이다. 

저희 대웅의 조직문화도 반영이 됐다. 대웅은 기회를 줬을 때 잘한 회사에게 또 다시 기회를 준다. 나보타로 성공했으니 엔블로와 계약을 맺은 것이다. 다른 회사들도 조건이 좋았지만 목샤8을 믿고 맡긴 이유다. 

# 제약사 해외 영업팀을 취재해보면 세계 각국이 그 나라 특유의 문화가 있다고 한다. 우리 시선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다. 브라질에도 그런 부분이 있었나.  

그런 측면에서 제가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가치가 '인내심'이다. 브라질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과 다르다. 기본적으로 지구 반대편 나라이기 때문에 시차의 차이가 크다. 줌 미팅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에선 밤에 해야 한다.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뿐 아니라 브라질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빨리 의사결정을 해서 답을 주지 않는 국가란 점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브라질 규제 당국도 그렇고 현지 업체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브라질과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3년 이상의 네트워킹을 통한 라포 형성이 중요하다. 브라질이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리고 이해관계자도 많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뚫었는데 계속 기다려야 상황들이 생긴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 하지만 국내사들이 '브라질의 시간'을 비상식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인내심에 한계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진 않다. 브라질이 무작정 '끝이 없는 나라'는 아니다. 아시아의 어떤 나라는 계획을 잡아놓고 실행하기 직전 정책 담당자가 바뀌면 전부 바뀐다. 예측 자체가 불가능해서 순식간에 암담한 상황이 된다. 반면 브라질은 분명 끝이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결국 진행이 된다.

다만 중남미권의 시간개념이 한국처럼 빠르지 않기 때문에 사업 계획을 여유 있게 수립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너무 타이트한 계획을 세운다면 목표대로 진행되지 않아 낭패를 볼 수 있다. 중남미 사업을 추진한다면 마스터 플랜을 토대로 중남미만 집중하지 말고, 다른 대륙과 병렬 추진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 마지막 질문이다. '국가대표 제약사'라는 키워드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향후 비전과 계획)

국가대표라면 기본적으로 가장 먼저 '책임감'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좋은 제품 품질, 효과 좋은 제품을 계속 연구 개발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 동시에, 국가대표라고 하면 단순히 하나의 국가 차원을 넘어서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도록 빠른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가대표 제약사라면 신약을 가지고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저희 대웅의 나보타만큼은 국가대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발매 중이고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3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글로벌 의약품 올림픽으로 생각하면, 나보타로 인해 저희는 은메달 수준 쯤에 온 것 같다. 향후 나보타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펙수클루를 연착륙시키고 엔블로를 통해 종극적으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국가대표라면, 좋은 것을 널리, 빠르게 알려야 하는 책임이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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