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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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민건 기자] 병원의 폐업, 이전으로 약국 권리금과 잔여 기간 월 차임료 지불 갈등으로 난처한 상황을 겪는 약사가 적지 않다. 이 경우 임대차 특약이 중요하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병원의 존재 여부가 약국 임대차 계약 체결에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입증하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료 차감을 인정받을 수 있는 판결이 나왔다.

1일 팜뉴스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제27민사부는 지난 10월 원고 A약사가 상가건물 주인인 피고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임대차 보증금 반환 소송 등에서 원고로부터 부동산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피고가 임대차 보증금 등 8471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A약사는 B씨에게 보증금 2억3000만원을 반환하라며 소를 제기했는데, B씨는 반소를 제기해 계약해지일까지 임차료 880만원에 해당하는 비용과 관리비 567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며 부동산 인도 청구 소를 냈다.

B씨는 지난 2015년 10월 한 건물의 점포를 매매해 각각 두 약사에게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사건 부동산을 순차로 임대해 수익을 얻어왔으며, 당시 건물 2층에는 병원이 있었다. 

A약사는 앞서 두 약사의 뒤를 이어 약국을 운영하기 위해 2020년 2월 5일 B씨와 임대차기간 5년,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 880만원의 차임료를 지급하는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A약사는 앞서 임차 약사에게 시설권리금 1억7000만원을 지급하고 2020년 2월 10일에는 전대차 계약에 따른 보증금 2000만원과 임대차 보증금 2억3000만원을 모두 지급하며 인수를 완료했다.

문제는 2021년 8월 병원이 바로 옆 건물로 이전하면서 발생했다. A약사도 기존 건물의 약국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 옆 건물로 옮겨 약국을 운영했다.

그 뒤인 2021년 11월 23일, A약사는 B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저희는 계약기간 안에 병원이 나가게 되면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해서 계약을 진행한 것인데 이렇게 된 상황에서 보증금을 못 주겠다고 하고, 주변 상가 시세보다 훨씬 비싼 상태인데 감액해줄 생각도 없으신가요"라는 내용을 보내 사실상 차임감액 청구권을 행사했다.

▶A약사 주장, 임대차계약 해지했으니 보증금 반환해라

A약사와 B씨는 서로의 주장에 합의를 보지 못하며 소송까지 오게 됐다. A약사는 먼저 임대차계약 당시 특약으로 계약 기간 내에 병원이 이전하는 경우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약정을 넣었다고 했다.

2021년 8월 병원이 옆 건물로 이전하면서 임대차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고, 전화 통화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고를 했으므로 적법하게 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B씨가 보증금 2억3000만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반소한 B씨, 특약 없었고 임대차계약 해지 적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B씨는 오히려 A 약사가 옆 건물로 약국을 옮기면서부터 임대차계약이 정한 차임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임대차계약에 따라 원고가 3기에 해당하는 차임 지급을 연체했고, 사건 반소장 부본 송달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날이 적법하게 해지된 것이라고 맞섰다.

여기에 A약사가 변론 종결일까지 부동산을 인도하지 않으므로 보증금 2억3000만원에서 차임을 미지금한 2021년 8월부터 부동산 인도를 완료하는 시기까지 월 차임료 88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와 관리비 567만원을 공제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법원 "차임감액 청구권 인정, 보증금 반환하라"

재판 과정에서 2020년 2월 임대차계약일 당일 녹취록이 공개됐다. 내용을 보면 A 약사는 특약에 병원이 나갈 경우 해지 조항을 넣고 싶어 했으나, 피고는 특약에 넣는 것을 원하지 않는 대목이 나온다. 

법원은 계약기간 내 사건 병원이 이전하는 경우 해지 약정을 특약에 넣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A 약사와 B씨가 구두로 약정했다면 특약사항에 기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법원은 판결에 앞서 주요한 쟁점을 짚었다.

그 내용은 ▲B씨가 앞서 약사들이 약국을 운영하면서 2층 병원에서 나오는 처방전을 주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점 ▲B씨가 위 사정을 고려해 사건 약국과 같은 건물에서 병원이 개설, 운영된다는 전제로 주변 상가 임대차보증금과 월 차임 시세보다 비교적 고액으로 정했고, 5년의 장기 계약도 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다.

또한 ▲인근에 다른 병원이 존재하지 않아 이전하는 경우 약국 수입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는 점 ▲일반적으로 약국 입점에 있어 같은 건물에 병원 존재 여부가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요소인 점이다.

특히 ▲계약 체결 당시 A 약사가 특약에 병원 퇴거 시 무효화 조항을 넣어달라고 하며, B씨도 병원 이전으로 처방전으로 받을 수 없게 되는 경우 차임을 받을 수 없다고 시인한 점을 들어 병원 운영이 약국 임대차계약 성립에 있어 중요한 기초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해당 계약이 성립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됐으며 아울러 피고와 원고 모두 병원 이전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사정 변경을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기에는 어렵다고 봤다.

그 이유로는 약국개설자는 전문약과 일반약 조제 외에도 의사 처방 없이도 일반약 판매가 가능하므로 병원 이전으로 인해 약국 운영을 전혀 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병원이 바로 옆 건물로 이전했으나 해당 상가 1층에 약국이 바로 들어섰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으며, 인근에는 다른 병원이나 약국도 없기에 불과 25미터 거리인 옆 건물 1층에 새로 약국이 들어와도 병원 처방전을 전혀 받지 못할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임대차계약 해지와 관련해 계약서 조항에 따라 차임 연체가 3기에 달하면 B씨가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A 약사가 약국을 옮긴 2021년 8월부터 차임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고, 반소장 부본을 전달한 2023년 7월을 계약 해지 의사를 표시한 날로 인정했다.

다만, A 약사가 주장한 차임감액 청구권을 받아들였다. 감정인은 해당 건물이 약국 입지로 부적절하고, 주변 점포 공실 상태, 병원 유무 등을 종합 판단해 일반 근린생활시설로 사용하는 게 더 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를 받아들인 법원은 병원이 운영되지 않으면 해당 약국에 일반약만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비율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고 조제약과 일반약 판매 수익 모두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했다. 

이에 약국 수익에 비해 책정된 월 차임이 지나치게 과다하며 해당 건물의 통상 차임료가 월 300만원이므로 800만원의 62.5%인 500만원대로 감액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같은 결정에 따라 B씨가 A 약사에게 반환해야 할 보증금은 임대차계약 3개월 임차료 880만원과 그 이후부터 계약 해지일까지는 감액 청구권을 인정해 550만원으로 계산했다.

최종적으로 보증금 2억3000만원에서 미지급 차임 합계 1억4000만원과 관리비 589만원을 뺀 847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를 대리한 법무법인 규원의 우종식 변호사는 "병원이 폐업하거나 이전했을 때 권리금 문제도 있으나 남은 기간 월차임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우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병원 이전에 대한 임대차 계약상 특약이 존재하지 않았고, 이 경우에도 병원 영업, 입점 등이 계약의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주장하고 입증함으로써 민법이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차임감액요건에 해당한다면 차임감액을 할 수 있다는 판결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능하면 계약 당시부터 병원과 관련한 특약을 남길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계약 당시 녹취 등을 통해 병원 입점, 영업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음을 남겨두시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우 변호사는 "이 사건 같이 약국 차임은 다른 점포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경우가 많아서 바로 포기하면 피해가 큰 경우가 많다. 임대인과 대화가 어려운 경우 해지나 감액 등을 통해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으며 감액 요구는 적기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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