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RWD(Real World data, 실제 임상 자료)가 희귀 의약품의 허가, 적응증 확대 등에 폭넓게 활용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우리 보건 당국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처럼 RWD를 활용한다면 전통적인 임상 시험이 지닌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목소리다. 

이는 신주영 성균관대 약대 교수가 지난 4일 "한일 의약품 합동 심포지엄"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특히 신 교수는 이날 노바티스의 초고가 신약 킴리아 적응증 확대에 활용된 RWD 연구와 국내 환자들의 RWD를 비교하는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청중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신 교수의 목소리를 토대로, RWD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신주영 교수 발표 모습
신주영 교수 발표 모습

# FDA, 희귀 신약 승인 건수 증가

먼저 FDA가 2019년 허가한 신약 48개 중 희귀의약품은 22개로 절반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항암제가 11개로 가장 많았다. 작은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희귀의약품과 신약 개발 증가로 임상 2상이나 3상에서 무작위 배정이 적용 불가능한 사례가 늘고 있다. 

먼저 샘플 사이즈 확보가 어렵다. 환자 30명을 모으려면 5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고 적합한 비교군이 부재하다. 최근 단일군 임상시험이 점차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여온 이유다. 더 이상 전통적인 형태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약들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약 개발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2016년 12월 법안을 통과시키고 전통적인 임상 시험 형태가 아닌 더욱 완화된 연구 설계를 허용했다. 신약 승인 또는 적응증 확대에 RWD에 기반한 근거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FDA 결정 이후 국제적인 흐름이 바뀌면서 선진 규제 당국은 RWD를 단일군 임상시험을 보완하는 자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 신약 승인 RWD 활용, 적응증 확대도 'OK'

예를 들면 유방암 치료제 입렌스의 대상은 여성뿐이었다. 유병률이 전체 1%에 불과한 남성에게 허가를 내줄 수 없었다. 하지만 오프라벨(허가 외 용도)로 사용하면서 RWD가 쌓였다. 결국 FDA는 RWD를 바탕으로 남성도 입렌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적응증을 확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외에도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아벨루맙)'는 최초 허가를 받을 때 단일군 임상시험과 RWD 레지스트리 외부대조군의 임상결과 비교자료를 근거로 승인됐다. CAR-T 세포치료제 '예스카타', 소아 희귀질환 바텐병 치료제 '브리뉴라'도 마찬가지였다. 

킴리아는 최초 허가 이후, 단일군 임상시험을 진행해서 RWD를 통해 외부 대조군과 임상결과 비교 자료를 근거로 적응증을 추가한 사례다. 킴리아 개발 이전에 항암 화학요법 받은 환자들을 전부 모았다. 이들 환자 636명과 임상 2상 시험(단일군)과 간접 비교한 결과 유효성을 입증해 적응증 확대에 성공했다.

# 우리나라 RWD 자료로 킴리아 효과성 확인?

그렇다면 우리나라 환자들도 RWD 자료를 통해 킴리아의 효과성을 확인할 수는 없을까. 

제가 "국내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을 외부 대조군으로 활용한 킴리아의 유효성 평가 사례 연구"에 나섰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노바티스가 RWD로 활용했던 데이터와 유사한 자료가 혈액학회(삼성서울병원 의무기록)에 있었다.

"우리나라 규제 당국도 FDA와 같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혈액학회를 통해 자료를 확보했다. 

노바티스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출판한 문헌 자료(킴리아 투여군 111명)와 삼성서울병원 혈액암 RWD를 활용해서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를 비교했다. 

신주영 교수
신주영 교수

# 3차 항암 치료 받은 이후 OS 관찰

킴리아 허가 당시 노바티스가 활용한 RWD 관련 연구(SCHOLAR-1)의 대상은 636명이었다. 자료원은 3상 임상시험 2건 및 관찰 코호트 2건이었다. 제가 활용한 삼성서울병원 데이터는 244명이고 단일기관 의무기록이다. 연령은 비슷하고 규모도 상당한 수준이다.

RWD는 빅데이터랑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희귀질환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244명이면 한국에서 분석할 가치가 있는 규모라고 판단했다. 

관심군은 킴리아를 투여한 환자 111명과 비교군은 국내 BLBCL 레지스트리 등록 환자 244명이었다. 3차 항암 요법(치료)를 받은 시점부터 사망, 조혈모 세포 이식 등의 첫 번째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추적 관찰했다.  

# 연구 대상 집단 93명으로 줄었지만...

평가 지표를 OS(전체 생존기간)밖에 보지 못했다. 다른 지표를 많이 보고 싶었는데 가장 정확한 지표가 생존이었기 때문이다. 기존 임상시험이라면 무작위 배정을 하는 순간 연령, 성별, 기저질환 병용 약물이 두 그룹 사이에 같아지지만 RWD는 그런 부분에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MAIC(임상 매칭 조정 간접 비교) 방식을 활용해서 관심군과 외부대조군의 기저 특성에 관한 동질성을 최대한 확보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대조군 인구 집단이 93명으로 더욱 줄어들었단 점이다. 삼성서울병원 레지스트리 자료원은 전체 2321명 중 병리학적 검토를 통해 조직학적으로 확인된 DLBCL 환자는 936명이었다. 

초기에는 244명이었지만 MAIC 가중치 적용을 위해 관심군의 연령구간(22세-77세) 해당 환자만 최종 연구대상자로 선정했다. 또한 결측치가 포함된 데이터도 배제했다. 결국 RWD 기반이 되는 환자 숫자는 93명이었다.

신주영 교수 배포 자료 캡처
신주영 교수 배포 자료 캡처

# HR값 유사 킴리아 유효성 확인 

최종 결과는 간단했다. 킴리아를 투여한 환자 111명 중 54명이 사망했다. 국내 환자 RWD 데이터인 대조군에서는 81명 중에 73명이 사망했다.

킴리아의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다만 저는 노바티스와 관련이 없고 킴리아는 연구 대상 약이었을 뿐이다. 

OS에 대한 HR(Hazard ratio는 일정 시간 간격에서 종료점의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시간 단위 기간으로 나눈 값)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 HR은 상대위험도 개념으로 값이 1보다 작으면 약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는데 이번 연구에서 0.54(95% CI 0.38-0.77, p-0.007)로 신뢰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결국 이번 연구는 개발된 약들이 희귀 질환 대상의 혁신 의약품이고 유효성이 확실하다면 데이터 규모가 작더라도 유효성을 성공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굉장히 걱정이 많았는데 유럽의약품청의 데이터와도 비슷하게 나왔다. EMA의 HR은 0.68(95% CI 0.48-0.96)로 신뢰 구간도 중복됐다. 우리나라도 RWD를 받아들여서 외부 대조군으로 활용할 수 있고 선진 규제당국과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최종 결론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