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비타민K 비의존성 경구 항응고제(Non-vitamin K antagonist oral anticoagulant, 이하 NOAC)로 인해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예방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바꼈다. 탁월한 뇌졸중 예방 효과는 지난 10년 동안 진료 현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영국 의료진은 NOAC 처방에 확신을 가지면서 순환기내과 전문의뿐 아니라 가정의학과 같은 일차의료기관에서도 활발히 처방하고 있다."

자타공인 부정맥 치료의 세계적 권위자 그레고리 립(Prof. Gregory Y.H. Lip) 영국 리버풀대 심혈관의학부 교수가 최근 팜뉴스와 인터뷰에서 일선 진료 현장에서 쓰이는 NOAC의 세계적 치료 트렌드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NOAC은 기존 표준요법인 와파린 대비 비슷한 뇌졸중 예방 효과와 낮은 출혈 위험을 입증한 약제다.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NOAC을 선호하고 많이 사용하는 이유다. 국내외 가이드라인은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요법으로 우선 권고하며, 지난 10년간 국내 임상 현장에서도 탁월한 뇌졸중 예방 효과로 많은 처방을 해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시기 NOAC 선호도가 빠르게 증가했다. 와파린과 달리 지속적인 항응고수치(INR) 모니터링이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출혈 위험을 고려해야 하는 항응고제 특성상 약제 안전성 데이터는 임상 현장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규모 임상에서 아시아인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다. 심방세동 관련 NOAC 무작위 임상 연구(RCT)에서 백인은 70~82.9%이지만, 아시아인은 13.6~16%일 뿐이다. 항응고 치료가 고령 환자나 저체중 환자에서 출혈 위험을 높인다는 우려로 처방 시 주의가 요구되지만 아시아인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다국적 인구 기반 코호트 RWD(real-world data, 실제 임상 자료) 연구를 통한 유효성 입증이 중요하다. 그레고리 립 교수가 올해 대한부정맥학회 정기국제학술대회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레고리 립(Prof. Gregory Y.H. Lip) 영국 리버풀대 심혈관의학부 교수
그레고리 립(Prof. Gregory Y.H. Lip) 영국 리버풀대 심혈관의학부 교수

그는 작년 11월, 최초로 NOAC 4종의(아픽사반, 리바록사반, 다비가트란, 에독사반) 대규모 리얼월드데이터(RWD)를 분석하는 'CORAZON' 연구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연구는 미국내과학회지(Annals of International Medicine)에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그레고리 립 교수는 국가 또는 지역별 경계, 치료제 종류를 뛰어 넘는 '경계없는 연구'를 표방한다. 현재 CORAZON 연구 외에 다수의 RWD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의 건강보험 데이터를 통해 고령, 저체중, 신장애 등 환자에서 항응고 치료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다. 아시아인 대상으로 NOAC의 효능과 안전성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최적의 전문가다. 

데이터는 물론, 어떤 기준으로 NOAC을 선택해야 할지 관련 연구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 국내 임상 현장도 출혈 위험 요인 조절과 고위험군에서 항응고제 치료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그레고리 립 교수와 인터뷰에서  NOAC에서 왜 RWD 데이터가 중요한지,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지역에서 심방세동 환자에 대한 최신 치료 지견은 무엇인지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그레고리 립 교수와 일문일답.


▶대한부정맥학회 정기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것으로 들었다. 학술대회에서 어떤 주제를 다뤘나.

"대한부정맥학회가 개최한 세계 부정맥 포럼(The World EP Forum)에는 유럽심장부정맥학회(EHRS), 아시아·태평양부정맥학회(APHRS), 미국부정맥학회(HRS)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부정맥 학회 학회장들이 모두 참석하며, 심방세동을 비롯한 부정맥 관련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심방세동은 서구뿐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 환자에게도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역학과 고위험군에 대한 연구가 다수 공개됐다. 또한 심방세동 환자들은 전반적인 삶의 질이 낮아지고 심부전, 치매 등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제에 대해서도 지견을 공유했다. 나는 '심방세동 환자 관리 관련, 전 세계적으로 적용 가능한 쉬운 치료 접근법(managing complex patients with atrial fibrillation: easy approaches applicable globally)을 주제 강연했다."

▶대회에서 중요한 주제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고 들었다.

"중요한 주제를 몇 가지 소개하면, 첫 번째는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위험도를 분류하는(risk stratification) 것이었다.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해 항응고 치료가 필요하지만,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도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게 옳은지 이견이 오갔다. 그 결과, 비록 출혈 위험을 동반할지라도 항응고 치료로 뇌졸중 위험을 줄여야 환자가 더 큰 치료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심방세동에 관한 전 세계적 추이와 함께 카테터 삽입술, ABC 관리법 등 치료법을 논의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NOAC 효과 대비 출혈 위험을 논의한 이유는 뭔가.

"항응고제는 혈액의 응고 능력을 감소시킴으로써 혈전 생성 위험을 낮춘다. 그러는 동시에 출혈 위험 또한 동반한다. 의료진이라면 누구나 환자 위험을 최소화하고 싶겠지만, 뇌졸중 위험을 줄이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생기기 때문이다."

▶학술대회에서 만난 국내 의료진은 이같은 NOAC 사용에 따른 심방세동 치료에 어떤 지견과 고민을 가지고 있었나.

"출혈 위험을 가장 많이 걱정한다. 특히 고령에 동반질환 등 다른 위험 요인을 가진 고위험군 환자를 진료할 때, 출혈 우려로 항응고제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 나아가 유럽 지역 의사도 동일한 고민을 한다. 그런데 이제 심방세동은 과거처럼 순환기 전문의에게만 국한된 질환이 아니다. 진료과를 가리지 않고 보편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질환이 되었기 때문에 치료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NOAC 항응고 제품 대부분 출시 10년을 넘고 있는데, 최근 논의되고 있는 NOAC 치료의 세계적 경향은 무엇인가.

"NOAC으로 인해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한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기존에 사용하던 와파린도 좋은 약제지만, 타 약물과 상호작용으로 인해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NOAC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뇌졸중 예방 효과가 탁월해 지난 10년 동안 임상 현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일례로 내가 운영하는 심방세동 클리닉에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치료제 선택권을 주면, 심장 판막 이식 환자나 말기 신질환 환자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 10명 중 9명은 1차 치료제로 NOAC을 선택한다. 

영국은 NOAC 처방에 대한 의료진 확신이 생기면서, 순환기내과 전문의뿐 아니라 가정의학과나 일차의료기관에서도 활발히 처방하고 있다. 처방이 늘어남에 따라 뇌졸중 부담은 물론 치매 같은 합병증에 대한 부담도 감소한다. 항간에는 남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아직 항응고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양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아울러 출혈 위험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위험도가 특히 높은 두개내출혈 또한 유의하게 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그래서 출혈 위험을 높이는 요인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출혈 위험 요인은 조절 가능한 요인과 불가능한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조절 불가능한 요인으로는 고령, 과거의 뇌졸중 병력, 회복이 어려울 정도의 말기 신질환 등이 있다. 조절 가능한 요인에는 고혈압 등의 동반질환이 있거나 아스피린을 비롯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나 다른 약제를 함께 복용하고 있는 경우다. 

심방세동 초진 환자의 치료 우선 순위는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앞서 말한 출혈 위험 요인들을 바탕으로 환자 상태를 파악해 출혈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


그레고리 립(Prof. Gregory Y.H. Lip) 영국 리버풀대 심혈관의학부 교수
그레고리 립(Prof. Gregory Y.H. Lip) 영국 리버풀대 심혈관의학부 교수

▶뇌졸중 또는 출혈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를 처음 제안하면서 '경계없는 연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경계없는 연구(Research without boundaries)는 연구에 임할 때 기본적으로 견지하는 원칙이다. 심방세동은 아시아를 비롯해 전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그러나 과거 임상 연구는 서구 중심으로 발표됐고, 아시아나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수행된 연구는 소수에 불과했다. 약 15년 전에서야 심방세동이 범세계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체계적 문헌 고찰(systemic review)이 진행됐다. 

그 결과 심방세동과 치매 등 합병증이 어느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초래한다는 점이 확인되며, 국가 간 경계가 없는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필요성이 알려졌다. 이번 학회에서 발표한 CORAZON 연구 또한 경계 없는 연구의 대표적인 사례다.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4개국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대규모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진행됐고, 이를 통해 4개의 NOAC간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의미있는 비교가 이뤄다. '경계를 없애는 것'은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 외에도 치료제와 관련한 세계적 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하다. 특히 관리를 단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CORAZON 연구에서 시판 중인 4개 NOAC을 비교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CORAZON 연구는 기존 연구와 접근법이 다소 다르다. 2018년에 내가 제1 저자로 참여한 ARISTOPHANES이라는 연구는 미국 의료보험사 5곳의 청구 데이터를 토대로 와파린 대비 NOAC의 유효성을 비교한 유의미한 연구였다. 그러나 미국에서만 진행했기 때문에 당시 미국에서 사용하던 엘리퀴스(아픽사반), 다비가트란 그리고 리바록사반만 포함한 한계가 있었다. 그 이후 프랑스 공공의료보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와파린 대비 NOAC 효능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한 NAXOS라는 연구도 공개됐지만, 이 또한 3개의 NOAC만 포함했을 뿐이다.

반면 CORAZON 연구는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4개국에서 52만 7226명의 환자 데이터를 동일한 양식으로 클라우드에 취합하고 분석했다. 리얼월드에서 4개 NOAC간 효과를 비교한 것으로, 허가를 위한 무작위 배정 임상연구(RCT)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RCT에서 제외한 통제되지 않은 환자군에서 각 치료제 유효성을 현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평가변수는 각 NOAC 간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두개내출혈, 위장관 출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었고, 특히나 치명적인 두개내출혈을 비롯해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4가지 NOAC간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다만 엘리퀴스(아픽사반)의 위장관 출혈(GI Bleeding) 위험이 다른 NOAC에 비해 3분의 1정도로 낮았다. 이러한 차이는 과거 ARISTOPHANES 연구에서도 확인했었다. 당시 고용량 NOAC을 사용했을 때, 다른 약제 투여군에서 위장관 출혈 위험이 높아진 반면 엘리퀴스(아픽사반) 투여군은 와파린군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그 이후 RWD·RWE(리얼월드에비던스)에서도 유사한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이번 CORAZON 연구는 전체 환자군 뿐 아니라 고령, 만성 신질환(CKD) 등 하위군에서도 낮은 위장관출혈 위험을 보였다. CORAZON가 서양 국가를 대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국 등 아시아 환자에 대한 효과 측면에서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의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와파린 대비 NOAC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CORAZON 연구란?

■2010~2019년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 4개국에서 1차 외래 진료를 본 환자 2억 명 중 처음으로 NOAC을 처방받은 성인 심방세동 환자 52만 7226명에 대한 5개 의료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분석했다.

NOAC 4종(아픽사반, 리바록사반, 다비가트란, 에독사반) 간 뇌졸중, 전신색전증, 두개내출혈, 위장관 출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비교한 결과, 엘리퀴스(아픽사반)는 다른 3종류의 NOAC과 비슷한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두개내출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보였다. 위장관출혈 위험은 더 낮았으며, 이러한 결과는 하위그룹 분석(80세 이상 고령, 만성신장질환)에서도 대체로 일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픽사반과 3가지 NOAC 위장관출혈 위험비(HR)

-    vs 리바록사반 0.72[95% CI, 0.66~0.79]

-    vs 다비가트란 0.81[95% CI, 0.70~0.94]

-    vs 에독사반 0.77[95% CI, 0.66~0.91]

80세 이상 고령 환자 및 만성신장질환 환자 하위그룹 분석에서도 대체로 일관적인 결과를 보였음. 

■80세 이상 고령 환자 그룹에서 아픽사반 및 3가지 NOAC 위장관출혈 위험비(HR)

-    vs 리바록사반 0.64[95%CI, 0.57~0.72]

-    vs 다비가트란 0.65[95% CI, 0.44~0.95]

-    vs 에독사반 0.64[95% CI, 0.50~0.82]

※ 현재 국내 허가사항 기준 아픽사반 권장 용량·용법은 5 mg 1일 2회 경구 투여다. 그러나 최소 2가지(나이≥80세, 체중 ≤60kg, 혹은 혈청 크레아티닌 ≥1.5 mg/dL (133 mmol/L) 이상 특징을 가진 NAVF 환자에게 2.5mg을 1일 2회 경구 투여할 수 있다.

 

▶CORAZON 연구에서 낮은 위장관 출혈을 엘리퀴스(아픽사반) 강점으로 강조했다. 고령, 만성 신질환 환자에서 출혈 위험을 낮추는 것은 왜 중요한가.

"CORAZON을 통해 확인한 엘리퀴스(아픽사반) 투여군에서 낮은 위장관 출혈 위험이 중요한 이유는, 다른 3개 NOAC의 RCT 당시 에독사반, 리바록사반, 다비가트란을 각각 고용량인 60mg, 20mg, 150mg씩 사용했을 때 와파린 대비 위장관 출혈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반면 엘리퀴스(아픽사반)는 RCT에서도 위장관 출혈 위험이 적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번 CORAZON 분석을 통한 리얼월드에서도 그 효과를 재확인한 것이다. 약을 처방하는 의사 입장에서 위장관 출혈 이력이 있는 환자에게 NOAC 처방을 꺼릴 수 있는데, 엘리퀴스(아픽사반)는 비교적 위장관 출혈 위험이 낮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다."

▶CORAZON 연구 결과와 한국 의료진에게 들었던 임상 사례 등을 토대로 한다면, 한국 환자 중 엘리퀴스(아픽사반) 처방을 권하고 싶은 환자군은 무엇인가.

"10~15년 전만 해도 항응고제 처방이 필요한 환자에게 와파린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으나,  NOAC의 등장으로 선택지가 생겼다. 이제 각 환자의 프로파일에 맞춰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 

2018년 발표된 CHEST 가이드라인은 각 환자의 특징에 따른 NOAC 사용법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예를 들어 HAS-BLED 점수제를 통해 출혈 고위험군(3점 이상)으로 확인된 환자에게는 엘리퀴스(아픽사반), 에독사반 또는 다비가트란 110mg 사용을 권고한다. 

위장관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엘리퀴스(아픽사반)와 다비가트란 110mg을 권장한다. 대부분 NOAC이 신장을 통해 대사 후 배출되기 때문에 출혈 위험뿐 아니라 신장 기능도 고려해야 한다. NOAC 중 엘리퀴스(아픽사반) 신장 배설률(27%)이 가장 낮다. 그래서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NOAC 처방 시 적정 용량 이슈도 있다. 현재 엘리퀴스(아픽사반)의 적정 용량은 무엇으로 보나.

"엘리퀴스(아픽사반)는 기본적으로 5mg 알약을 하루 2회 복용하는 것이 권고 용량이다. 세 가지 기준 중 2개 이상을 충족하면 용량 감량이 가능해 2.5mg 알약을 하루 2번 복용할 수 있다. 세 가지 기준은 80세 이상이거나 몸무게가 60kg 이하, 또는 혈청 크레아티닌이 1.5 mg/dL 이상인 경우다. 위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환자는 표준용량으로, 2개 이상을 충족하는 환자는 감량된 용량으로 항응고 치료를 할 때 최선의 예후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아시아인에서 저용량 NOAC 투여가 적절할 수 있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허가사항에 권고된 용량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저용량 처방 시 출혈 위험이 낮아진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이나 대만, 태국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저용량 복용 시 오히려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 위험만 높아졌다. 반대로 용량 이상으로 과다복용을 하게 되면 당연히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정확한 용량 대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레고리 립(Prof. Gregory Y.H. Lip) 영국 리버풀대 심혈관의학부 교수
그레고리 립(Prof. Gregory Y.H. Lip) 영국 리버풀대 심혈관의학부 교수

▶아시아 지역 RWD 연구에도 다수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등 아시아지역에서 고령, 신기능 장애, 출혈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의 항응고 치료는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나.

"대전제는 허가사항 대로 치료하는 것이 최상의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에서 90세 이상 환자에서 NOAC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나아가 90세 이상이면서 고위험 요소(위장관 출혈, 두개내 출혈, 만성 신질환)가 하나 이상 있는 환자에 대한 후속 연구도 이루어졌다.

보통 이정도 고령 환자는 이상반응을 우려해 항응고치료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 또한 엘리퀴스(아픽사반) 등 NOAC으로 치료할 경우 와파린에 비해 임상적 예후가 더 좋은 것으로 확인했다.

미국에서 심방세동으로 치료 중인 80세 이상 환자를 와파린 투여군과 NOAC 투여군으로 나눠 예후를 비교한 결과도 있다. NOAC군에서 출혈 및 뇌졸중, 치매 발생 위험이 더 낮았다. 

일련의 연구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단지 나이가 많아 위험하다는 이유로 항응고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 고령일지라도 적극적으로 NOAC 치료를 하면 뇌졸중 발생과 사망 위험을 분명히 낮출 수 있다. 다만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추적, 관리할 때 주의를 요한다."

▶RWD를 통해 한국과 다른 나라간 적절한 NOAC 제제 용량에 대해 비교할 만한 특징이 있었나.

"실제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의 RWD를 보면 NOAC을 저용량으로 처방하는 트렌드가 확실하다. 그리고 각각의 약제별 데이터에서도 아시아 지역 저용량 처방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다소 높았다. 특히 RCT 보다도 RWD에서 더 많은 환자들이 저용량 처방을 받는 양상이 확인된다."

▶NOAC 처방 용량과 관련해 한국 전문가, 환자들에게 제언한다면 어떤 얘기를 해줄 수 있나.

"한국 의사들이 NOAC을 저용량으로 처방하는 것은 당연히 환자의 출혈 위험을 걱정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임상이나 리얼월드 데이터를 보면 저용량 처방 시에도 출혈 위험이 감소하지 않고, 되려 뇌졸중 등으로 인한 사망 또는 입원 위험만 높아진다. 

이는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입원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야기한다. 따라서 허가 용량으로 사용했을 때 개인도, 사회도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이 점은 앞으로 교육 혹은 홍보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데이터를 분석하다가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초고령층 환자에게 아무런 항응고 치료도 하지 않는 경향을 발견했다. 앞서 소개했듯 NOAC은 와파린 대비 뇌졸중 및 사망 위험, 두개내출혈위험을 줄인다. 그래서 당연히 이들 또한 NOAC으로 항응고 치료를 받는 게 좋다."

▶NOAC을 통한 항응고 치료 외에 심방세동 관리를 위해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항응고 치료는 심방세동 환자 관리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항응고 치료가 심방세동으로 인한 모든 위험을 다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유럽이나 아시아태평양 지역 심장 관련 학회에서는 심방세동 환자의 전반적인 예후 관리를 위해 ABC 경로를 따를 것을 권고한다. 

A는 항응고 치료를 통해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Avoid stroke with anticoagulation), B는 심박수나 리듬 등 환자의 증상을 잘 관리하고 조절하는 것(Better symptom control)이다. 그리고 C는 환자의 동반질환이나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파악해 관리하는 것(Comorbidities/Cardiovascular risk factor management)이다. 

실제 고혈압이나 당뇨 등 동반질환, 흡연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약 3분의 2가량 줄어들고, 뇌졸중과 출혈 위험도 감소한다. 이처럼 심방세동 환자는 대부분 동반질환을 가지는 등 복잡한 임상 양상을 띄기 때문에 ABC 경로를 따라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레고리 립 교수는?

부정맥 치료의 세계적 권위자다. 영국 버밍엄대 심혈관센터 자문의원이자 교수로 활동하며 덴마크 올 보르그대 석좌 교수와 서울대, 연세대 부교수도 겸임하고 있다. 립 교수는 심혈관 질환에 대한 다양한 임상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현재 뇌졸중 및 출혈 위험을 평가하는 HA2DS2-VASc 및 HAS-BLED 점수를 처음 제안했다. 경계없는 연구(Research without boundaries)를 목표로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을 포함한 광범위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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