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지난 25일, 정재훈 전북대 약대 교수가 "마약 없는 건강사회"라는 주제로 열린 국정과제 유튜브 공개 강좌(식약처 주최)에서 마약 중독 문제의 위험성과 해법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팜뉴스를 통해 다수의 칼럼을 공개하면서 주목을 받은 마약류 전문가다. 이날도 날카로운 지적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의 발언 내용을 아래와 같이 문답식으로 소개한다.

정재훈 교수

문: 강남 마약 음료 권유 사건 등 최근 마약 사건이 늘어난 것 같은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답: 사회 풍조가 바뀐 점이 첫째 원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폐쇄적이고 개인적 성향의 활동이 많아졌다. 동시에 인간이 본능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욕구가 강해져서 그것이 마약 투약으로 전환됐다.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생겼다는 점은 둘째 원인이다. 

셋째는 환경의 변화다. 이전과 달리 인터넷 환경이 좋아졌다. 우리나라는 마약의 출원지가 아닌데 해외국의 마약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쉬워졌다.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클럽 정도에서 일부 사용하던 것들이 일반 가정까지 침범하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문: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데, 학생하고 소통하면서 들었던 충격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답: 요즘 학생들은 "대마는 괜찮지 않아?"라는 인식을 꽤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마는 마약 중독으로 가는 징검다리다. 해외 국가들에서도 대마 규제를 그냥 푼 것이 아니다. 

어떤 나라는 대마 규제를 할 수 없이 풀었고 어느 나라는 상당히 엄격한 통제 하에 풀고 있다. 이런 사실을 전제하지 않고 학생들 사이에서 그런 풍조가 만연하는 것이 우려스럽다. 

문: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가.

답: 의료용 마약을 사용했을 때, 본인조차 중독 여부를 모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펜타닐을 패치나 구강정으로 쓰면 통증이 정말로 눈 녹듯이 사라진다. 통증을 못 느끼는데 그 이후 숨겨진 다행감이 나타난다. 통증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약간 기분이 좋아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보통은 펜타닐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행감이 지속된 점을 본인이 감지를 못한다. 특히 진통제로 사용한 경우 용량에 따라 다행감이 강하게 나타나지 않아서 본인이 구별하기 어렵다. 

그러다가 "약을 안 했더니 불쾌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때부터 약물 의존성이 생긴다. 그게 좀 불편하면 통증도 심해지면서 약을 더욱 많이 산다. 남용으로 가는 첫 관문이다. 그 이후 통증과 상관없이 기분을 위해 약을 사용하는데 결국 오용 단계로 접어든다. 

정재훈 교수와 이현웅 YTN 아나운서

문: 마약 오남용하고 약물중독은 어떻게 다른가, 오남용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중독되는 것인가. 

답: 정확히 말하면, 약에 탐닉하는 상태가 중독이다. 약에 탐닉하는 사람은 정상적인 생활이 안 된다. 약이 주는 독성 말고 정신적 폐해 때문에 그렇다. 정신적 폐해에 의해서 일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니까 생활 자체가 무너진다. 

문: 그렇다면 마약 중독 예방적 측면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특히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데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은가. 

답: 마약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은 예방이다. 생각이 바뀌어야 언행이 바뀌고 생각을 변화시키는 효율적인 방법은 교육이다. 다만 생각 자체와 생각하는 방식, 생각의 흐름이 사람마다 다르다. 생각을 변화시키는 교육도 사람마다 달라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양복점에서 신체 치수를 알아야 양복을 맞출 수 있듯이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는 각 사람의 생각 치수에 관한 자료가 필요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연령, 지역, 문화 등 다양한 맞춤형 치수를 만드는 작업이 급선무다. 

문: 약학대학에서도 마약 예방 관련 수업이 있나. 

답: 기본적으로 약에 대해서 공부하기 때문에 그런 내용이 다뤄진다. 의약학 또는 보건대학에서 예방 교육은 큰 문제가 안 된다. 다만 다른 전공의 학생들에게 마약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한 기본 상식을 알릴 필요가 있다. 

약대 학생은 너무 잘 알고 있는데 다른 전공 학생들은 그런 교육을 접할 일이 없다. 미국은 모든 교육과정에 약물안전교육이란 과목이 들어간다. 

왼쪽부터 정재훈 전북대 약대교수, 오유경 식약처장, 이현웅 아나운서
왼쪽부터 정재훈 전북대 약대교수, 오유경 식약처장, 이현웅 아나운서

문: 많은 분들이 실시간 채팅을 통해 재활에 대해 궁금증을 남겨주고 있다. 마약 예방, 적발, 규제도 중요하겠지만 재활은 어떤 측면이 필수적인가. 

답: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우리 사회가 '마약 중독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법무부 시각으로 보면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은 법적 처벌을 받기 때문에 범법자다. 하지만 식약처나 복지부는 그 사람을 환자로 봐야 한다. 

마약 사범을 모두 범법자로 보면서 재범 방지에 초점을 두기보다, 그들의 일부를 환자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문: 청소년 마약 중독에 대해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답: 흡연 중독에 대한 실험적 연구를 진행했다. 성인기 중독됐던 사람들은 중독이 다시 재발되지 않는데 청소년기 중독됐던 이들은 한참 시간이 지났어도 중독 물질에 노출되면 바로 중독됐다. 마약도 마찬가지다. 청소년은 정말로 조심해야 한다.

문: 마약 중독 재활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답: 미국 사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은 지역 공동체에 기반해서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프로그램이 사용되는데 우리는 일단 마약사범 낙인이 찍혀서 치료와 재활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프로그램을 충분히 개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의 경우에 10만명이 매년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는데 2020년도 예산이 46조였다. 이중 44%인 20조원이 치료와 재활에 쓰인다. 우리 예산의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 

문;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답: 펜타닐은 굉장히 위험한 약이다. 우리 사회는 펜타닐의 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한 번 쓰는데 사용하는 용량이 100~200mcg(마이크램)이다. 확인도 어려울 정도의 양인데 치사량은 2mg이다. 좁쌀 만한 크기인데 그렇게 먹어도 죽는다. 

효과를 내는 용량과 사망을 이르게 하는 용량의 차이가 크다는 뜻이다. 조금만 잘못하면 사망하는데 대부분 부적절한 처방으로부터 중독이 시작된다. 의료용 마약에 대한 부적절한 처방으로 복용한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펜타닐을 불법적으로 취득하면서 사회에 퍼진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식약처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의료용 마약에 대한 종합적 통제가 가능한 국가다. 다만 여기서 빈틈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하고 해당 시스템을 통해 펜타닐 오남용 방지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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