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국내에서는 '분산형 임상시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면 활동이 제한되면서 임상시험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 까닭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임상시험 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이뤄왔으며 이제는 양적인 부분보다 질적인 측면에서 향상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사장 박인석)과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지난 16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2023 임상시험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박인석 이사장, 보건복지부 정은영 보건산업정책국장을 비롯해 국내 제약사 및 병원 관계자 90여명이 참석했다. 

'세계 임상시험의 날'은 영국 해군 군의관 제임스 린드(James Lind)가 항해 중 괴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1747년 5월 20일에 선원들을 대상으로 최초의 근대적 임상시험을 실시한 것을 기념해 지정됐다.

우리나라는 국내 임상시험 발전에 기여한 참여자, 연구자, 개발자 등의 노고를 격려하고 임상시험 분야의 대외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7회째 기념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행사의 화두는 단연 분산형 임상시험이었다. 분산형 임상시험(DCT, Decentralized Clinical Trail)이란 임상시험 대상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웨어러블 기기나 모바일 기기 등을 활용해 임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험약은 우편으로 배송 받아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방식을 뜻한다. 

DCT는 코로나19 초기에 임상시험 대상자 및 연구원에 대한 감염 위험으로 전세계 임상 연구 등록이 약 70% 감소하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진. 한국BMS제약 배이화 이사
사진. 한국BMS제약 배이화 이사

이날 'DCT Discussion/Activities'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한국BMS제약의 배이화 이사(한국임상개발연구회 대관협력위원장)는 "전통적인 방식의 임상시험은 환자들이 의료기관(병원)을 직접 방문해 임상시험을 진행했는데, DCT는 환자들의 자택에서 진행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자동의를 통해 임상시험 참가 동의를 얻고 약을 배송 받으면 스마트 기기를 통해 데이터가 수집된다. 굉장히 획기적인 방식이다"라고 덧붙였다.

배 이사는 "항암제나 중증질환 치료제와 같은 임상시험은 특수한 의료장비들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이럴 경우에는 의료기관 방문과 재택에서의 임상시험을 병행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분산형 임상시험의 범주에 속한다. 이를 '하이브리드형 임상시험'이라 부르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도 지난 2021년부터 식약처를 중심으로 '탈중심화 임상시험(=분산형 임상시험) 협의체'가 발족돼 임상시험실시기관의 종이문서 전자화 가이드라인 제정, 다기관 임상시험 통합심사 전산시스템(e-IRB) 구축 등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분산형 임상시험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먼저 '용어 정리'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부정확한 번역과 적절치 못한 용어 정의로 제한점이 많다는 것이다. 

배이화 이사는 "임상시험을 위한 용어와 규정을 살펴보면 'Study coordinator'를 '연구간호사'로 번역하고 있는데 임상시험은 간호사의 업무가 아니다"라며 "간호사가 임상시험을 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게 되면 분산형 임상시험은 의료법의 영향을 받게 된다. '임상시험 연구원'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뿐만이 아니다. 'Home health care'는 '가정 간호'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간호라는 단어 역시 의사나 간호사가 수행하는 의료행위로 오해할 수 있다"라며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위한 절차일 뿐, 의료행위는 아니다. '가정 연구'라고 바꾸는 것이 맞다"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Televisit'는 원격의료원격 시험방문으로 ▲'Investigational MP'는 시판용 의약품임상시험용 의약품 등의 제안이 있었다. 또한 근본적으로 임상시험(Clinical trial)이라는 개념 자체가 의료 행위인지, 또는 연구행위인지 검토돼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사진.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한승훈 부교수
사진.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한승훈 부교수

다음으로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한승훈 부교수가 '분산형 임상시험 기술 개발 경험'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우리나라가 임상시험 영역에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양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훈 부교수는 "분산형 임상시험은 기존 방식과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차별점이 존재한다"라며 "하나는 임상시험 참가자의 의료기관 방문을 재택화 하는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참가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는 기간 동안 데이터를 얻어 부가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기간 동안 비대면 방식이 급부상하며 의료기관 방문 재택화에 방점이 찍혔지만 업게 관계자들이 보다 관심 있고 필요로 했던 요소들은 후자에 무게추가 쏠려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분산형 임상시험은 이미 2010년부터 발달해 온 기술이며 임상시험 영역 외에도 '홈헬스케어 산업'을 중심으로 한 다분야 산업 역량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홈헬스케어 산업에서 수집된 환자들의 건강정보와 데이터가 IT(정보통신기술)를 통해 임상시험에 접목됐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분산형 임상시험이 실현될 수 있으며 국가간 역량 차이가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는 것.
 

한승훈 부교수는 "이미 외국에서는 홈헬스케어 산업이 모두 합법이며 미국의 경우, 홈헬스케어 산업이 임상시험 산업에 비해 약 7배나 큰 규모를 갖고 있다"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임상시험 산업에서부터 시작해 '어디까지' 홈헬스케어 영역을 허용해 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출발점 자체가 다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세가지 영역에서 확실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임상시험은 의료인가 연구인가? 
▲둘째, 임상시험에서 사용되는 약물은 의약품인가? 
▲셋째, 가정방문은 의료행위인가?

한승훈 부교수는 "앞서의 명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이나 일본에서 DCT에 대한 좋은 가이드라인이 나왔다고 한들, 우리나라 현실과 맞지 않을 수 있다"라며 "산학연관의 다양한 관계자들이 함께 논의해 우리나라에 가장 적절한 형태의 DCT 수행체계가 구축되길 희망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과 분산형 임상시험 모델 개발 등 임상시험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 15명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수상자 명단]

□ 장대영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교수, 김성제 LSK글로벌파마서비스 고문
□ 조양제 아이진 기술총괄대표, 정종우 대한기관윤리심의기구협의회 회장
□ 박태관 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 교수, 정일용 경기도의료원 의료원장
□ 이현주 한국MSD 전무, 반준우 서울아산병원 임상의학연구소장
□ 이혜영 세브란스병원 차장, 서형래 재생의료진흥재단 팀장
□ 한승환 연세대학교 교수, 배이화 한국BMS제약 이사 
□ 한승훈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부교수, 박현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책임간호사
□ 김성민 세종충남대학교병원 교수 

키워드

#임상시험 #DCT #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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