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조작에 관한 뉴스가 최근 몇 주 동안 화제가 되었다. 베타아밀로이드에 관한 주요 논문 하나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 논문 때문에 지난 16 년간의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연구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이다. 이 논문에 대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알츠하이머병 약물 개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거의 없으며, 베타아밀로이드 가설도 꿋꿋하게 건재한다. 

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논문 조작 의혹에 대한 배경을 먼저 정리하면, 베타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의 뇌에서 관찰되는 노인반의 주요 성분이 되는 단백질 찌꺼기이다. 20 세기 초반에 정신과 의사이며 신경병리학자인 알츠하이머 박사가 사망한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노인반이 치매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특징의 하나라고 보고함으로써 알려지기 시작했다. 베타아밀로이드의 침착이 신경을 손상시키고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라는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에 입각해서,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으며, 이를 타겟으로 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베타아밀로이드는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이라는 단백질이 잘라져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이다. 부산물이 너무 유명하다 보니, 원래의 단백질이 고유의 이름을 가지지 못하고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신경세포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면서 신경 전달 과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전구체 단백질이 잘라져서 만들어지는 조각들 중의 하나인 베타아밀로이드는 구조가 매우 불안정하여 홀로 있기 보다는 서로 엉키기 쉽고, 불용성의 침착물이 신경세포 바깥에 쌓이면서 노인반을 형성한다. 베타아밀로이드는 비교적 적은 크기로 엉켜서 가용성의 ‘올리고머’의 상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올리고’란 숫자가 적다는 뜻이며, ‘올리고머’란, 구조물이 2 개 이상 합쳐진 상태이다. 

베타아밀로이드가 어떻게 신경을 손상시키는가? 베타아밀로이드의 침착물은 뇌에 존재하는 면역세포를 자극해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인접 신경과의 기능적 연결망도 소실된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으로는 베타아밀로이드가 존재할 때에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나는 신경 손상 과정을 모두 설명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타우 단백질의 변형은 알츠하이머병이 유발되는 과정에서 중요하다. 수용성 성분으로 있는 올리고머 상태의 베타아밀로이드가 신경세포 표면의 수용체에 작용하면서 일련의 신호전달 과정을 통해 타우의 변형을 유도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수용성의 올리고머는 적극적으로 신경세포를 자극해서 세포 내 스트레스에 의한 손상을 유도한다. 

올리고머 상태는 단일한 성분이 아니라, 여러 가지 크기의 올리고머가 함께 존재하는 복합물이다. 문제가 된 2006 년 네이처 논문 (주 저자 레스네)은 올리고머 중에서도 베타아밀로이드 12 개가 모인 형태가 가장 중요한 독성 성분이라는 데이터를 주 내용으로 한다. 독성 성분의 본질을 밝혔다는 점에서 이 논문은 알츠하이머병 연구에서 아주 많이 인용되었다. 이제, 논문 조작 의혹의 여파에 대한 추론이 가능하다. 이 논문은 올리고머 중의 한 종류가 얼마나 중요하냐에 관한 것이다.

이 논문에 오류가 있다고 해도,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에는 아무 영향이 없으며, 올리고머가 독성 물질이라는 가설에도 영향이 없다. 아주 지엽적이고 특화된 내용을 다루므로, 논문에 오류가 있다고 해도 알츠하이머병의 연구나 베타아밀로이드 연구 전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연구와 교차검증을 통해 만들어진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을 흔드는 것은 어느 한 논문의 오류가 아니라, 가설에 근거한 약물 개발이 아직까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현실이다. 

논문의 오류가 베타아밀로이드를 타겟으로 하는 약물 개발에 영향이 있을까?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막거나, 침착을 해소하는 기전의 저분자 화합물들이 임상시험 중이지만, 이 논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약물은 없는 듯하다. 베타아밀로이드 항체 개발에 대한 영향도 없어 보인다. 논문에서 주장하는 특정 형태의 올리고머에 대한 항체 약물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허가를 받은 아두카누맙 (아두헬름)을 비롯해서, 임상시험에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체 약물은 침착물 중에 존재하는 베타아밀로이드, 올리고머 복합체, 또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형태 (‘모노머’라고 한다)에 대하여 개발되었다. 약물 개발의 막바지에서 FDA의 승인을 조만간 받으려는 항체 약물들이 있으나, 이들 약물의 개발자들에게는 이 논문에 대한 의혹과 논란보다 최근의 임상시험 결과가 더 중요하다. 

논문의 어떤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가? 논문에 대한 의혹은 7월 22일 ‘사이언스’지의 기사에서 처음 보도되었다. 2006 년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의 데이터 중에서 사진의 이미지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이다. 논문 조작에는 세 가지 경우가 있다. 남의 것을 베끼는 ‘표절’, 없는 것을 있다고 하거나, 있는 것을 없다고 함으로써 데이터의 본질을 바꾸는 ‘위조’, 이미지나 통계를 강화함으로써 데이터를 더 돋보이게 하는 ‘변조’이다. 사이언스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논문에 있는 데이터의 일부에 포토삽을 이용해서 이미지를 수정한 ‘변조’의 흔적이 있다. 2006 년의 논문 외에도, 레스네가 이후 발표한 다른 논문들에도 이미지 변조가 발견되었다. 

기사를 통해 공개된 자료만으로 판단하면, 논문에서 포토샵을 이용해서 이미지 조작을 했다고 하더라도, ’특정 형태의 올리고머가 독성 물질’이라는 논문의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곧장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공개되지 않은 자료 중에 논문의 중심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증거가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논문은 현재 검증 중이며, 이를 통해서 단순히 일부 데이터의 이미지 조작인지, 데이터의 본질이 바뀌어 논문 전체가 잘못되었는지 판단할 것이다. 레스네의 논문은 현재 ‘의혹이 있어서 조사 중’이라는 경고가 붙어 있으나, 아직 철회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지 조작을 한 논문을 믿을 수 없으며, 따라서 논문의 결론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출판사와 학계의 입장이다. 만일 문제가 된 논문의 주장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이 논문을 근거로 하여 레스네가 발표한 다른 논문들도 오류라는 결론이 함께 나오게 된다. 

과학 연구의 당연한 과정 중의 하나로서, 어느 논문이든 데이터에 대한 비판에 노출된다. 네이처 논문의 경우, 특정 형태의 올리고머를 분리했다는 데이터에 대하여, 올리고머는 아주 불안정해서 다른 형태로 금방 바뀌므로 순수한 단일 형태로 존재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논문을 처음 발표했을 때부터 나왔으며, 이 문제는 애초에 논문을 투고했을 때에 심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되었어야 했다. 또한, 논문에서 말하는 특정 형태의 독성 물질을 분리하기 어려워서 거의 아무도 재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험의 타당성과 데이터의 해석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논문에 대한 검증의 결론이 나기도 전에 이미지 조작과 직접 관련이 없는 데이터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까지 조작 의혹의 일부로 발전한 것은 성급한 감이 있다. 막대한 연구비와 개발비가 투입되는 알츠하이머병 연구에서, 과학자들과 약물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자신의 연구는 그 논문의 주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서둘러 말함으로써 의혹이 확대되고, 언론이 베타아밀로이드에 대한 연구 전반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는 듯이 보도함으로써 논란이 재생산된 경향이 있다. 논문에 대한 검증이 결론을 내릴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떠한 결론이 나오든 이미 흠집이 난 논문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성은아 박사 약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미국 뉴저지 주립대 박사

1998-2011년 미국 반더빌트 대학교/ 예일 대학교- 뇌신경계 작용 약물 기전 연구

2011-2015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뇌신경전달 회로 연구

2018-2022년 2월 메디헬프라인(주) 약물 개발 연구, 메디헬프라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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