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이번 인터뷰의 키워드는 품질이다. 서진식 일동제약 사장은 품질에 대한 경영 철학을 일동제약에 녹여내고 있다. 특히 그는 의약품 품질 보증의 핵심이 자동화 시스템과 전담조직에 있다고 강조했다. 본지가 지난 <서진식 일동제약 사장 ‘단독’ 인터뷰 上편>에 이어 下편을 공개한다. 

9일 서진식 사장이 일동제약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는 모습(사진= 일동제약 제공)
9일 서진식 사장이 일동제약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는 모습(사진= 일동제약 제공)

# 품질 관리에 대한 언급을 안 할 수 없다. 의약품 불순물 혼입, 임의제조 등에 관한 식약처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품질이 중요한 시대란 뜻이다. 그동안 품질 관리에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설명해달라
 

우리의 기업 비전은 신약 개발이다. 이를 위해 남다른 각오와 투자가 필요하다. 신약 개발을 하는 회사에 걸 맞는 품질 등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자고 결정한 이유다. 그런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먼저 제가 합류한 첫해부터 경영방침을 만들어서 전 직원에 게시했다. 바로 저것이다. (서진식 사장은 집무실 의자 위에 있는 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래 사진 참고). 왼쪽 위에 보면 ‘품질 최우선’이라고 돼있는데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이제 일곱 번째 해에 접어들고 있는데 지금도 ‘품질 최우선’을 항상 앞에 놓고 있다. 그만큼 의약품 품질은 중요하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지금의 품질 수준은 우리가 원하는 수준과 차이가 크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차이를 엄청난 노력으로 좁히고 있다. 

#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린다

글로벌 업체는 경영 방침에 ‘품질 최우선’이 없다.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부 지키고 있으니까, 직원들한테 얘기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지키지 않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아직까지도 우리는 갈 길이 조금 남아있다. 

저희는 특히 자동화 기술에 투자를 확대해왔다. 데이터 완전성(Data Integrity, DI) 즉 DI는 사람이 조작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개념이다. DI 입증을 위해 생산 과정에서 기계들이 스스로 기록하도록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생산관리 시스템)를 도입한 이유다. 

기계들이 스스로 생산 과정을 모니터하고 생성한 데이터를 전송해서 생산 기록을 관리하도록 했다. 매 배치마다 품질테스트를 하는데 이때 림스(LIMS, 통합실험 정보관리시스템)를 이용해 시험결과를 자동으로 기록 중이다.

# R&D 영역에서 품질 관리에 역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연구결과에 거짓을 기록하지 못하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연구기록을 사람의 손으로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ELN(Electronic Laboratory Notebook, 전자연구노트)을 통해 모든 기록을 전자노트로 대체하면 기록 시간과 수정 이력이 남는다. 거짓말을 하기 어렵다. 

해당 시스템 도입으로 cGMP(미국 FDA의 우수의약품 품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 관련해 FDA 감사를 받을 때 여러 가지를 설명할 필요 없이 우리는 원천적으로, 기록이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보증된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을 환경적으로 구축 중이고 직원들 교육도 열심히 하고 있다. 
 

9일 서진식 사장이 일동제약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는 모습, '품질최우선'이란 경영지침이 가장 상단
9일 서진식 사장이 일동제약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는 모습, '품질최우선'이란 경영지침이 상단 보인다.

# 품질 보증으로 화제를 바꿔보겠다. 품질 보증팀이 소속된 품질 경영실을 신설했다고 들었다

저희가 원래 품질 보증팀이 생산본부 소속이었다. 생산성 향상이 최대 목표인 생산본부가 스스로 품질 보증을 책임지기는 어렵다. 품질 보증팀이 생산본부 소속으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저는 품질 경영실을 신설해서 공장의 품질 보증을 생산으로부터 독립시켜 CEO, COO(최고운영 책임자) 직속으로 편재하였다. 이로써 품질 이슈를 직접 보고받고 품질 경영을 최고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있다. 

품질 보증은 더 이상 생산 조직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품질을 끌어올리는 감시 집단이다. 그런 작업을 진행해보니, 같은 이슈가 연구와 개발 쪽에도 있었다. 연구절차와 연구데이터의 품질을 객관적으로 감시하는 연구단계의 품질 보증 체계가 새롭게 필요하고 기존의 임상연구단계의 QA(Quality Assurance, 품질 보증)도 임상조직에서 독립적으로 분리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의약품 연구개발 단계에서도 품질 관리와 보증의 분리가 필요하단 뜻인가

그렇다. 연구원들이 실험 데이터를 오염시키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 점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 그것을 누가 보증하느냐에 대한 이슈가 생기는 이유다. 따라서 2단계로 연구 개발 부분의 ‘R&D QA’와 임상 단계의 ‘임상 QA’를 품질 경영실로 편재하여 CEO, COO 소속으로 두었다. 

그런데 R&D QA와 임상QA의 직원을 뽑기가 힘들었다. 인력이 업계에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주 소수의 회사에 전문가들이 있었다. 관련된 유사 직종을 뽑아서 트레이닝을 시키기도 했다. 
 

9일 서진식 사장이 일동제약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는 모습(사진= 일동제약 제공)
9일 서진식 사장이 일동제약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는 모습(사진= 일동제약 제공)

# 일동제약이 품질 보증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연구개발 단계부터 약이 판매되어 소비자에게 가는 최종단계(Drug Product Life Cycle)까지 품질 보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 바이오테크 중에서도 3상 허가 시점에서 임상시험이 잘못 관리됐고 약이 바뀐 해프닝이 있었다. 이처럼 품질 보증이 없으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회사 차원에서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데 품질 보증을 하지 않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품질 보증을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사람이 개입할 수 없도록 자동화를 많이 도입하고 전담조직을 통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일종의 암행어사 개념의 감시 부서가 필요하단 뜻인가 

암행어사라기보다는 직원들을 교육하고 이들에게 품질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개념이다. 사실 자신의 보스(수장) 밑에서는 바른 소리를 하지 못한다. 제3자가 가서 얘기해야 한다. 이런 순간에 FDA 감사가 왔다고 생각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적인 리스크 관리도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포트폴리오 관리다. 그걸 하지 않고 한 개의 과제에 회사의 운명을 걸면 아무도 그 직원에게 거짓말하라고 얘기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부담이 돼서 거짓말을 한다. 꼭 거짓이 아니더라도 긍정적인 데이터에만 집중하고 부정적인 데이터를 간과하는 왜곡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 신약 포트폴리오의 다양화가 직원의 거짓말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된다는 말인가

사실은 직원들이 순수하지 않은 게 아니다. 이걸 당장 접을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된 점이 문제다. 리더가 특정 과제에 지나친 기대를 표명하는 경우에도 그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제가 2020년에 ‘Quick Win, Fast Fail’(신속의사결정모델)을 회사에 소개했다. 안 되는 것을 빨리 죽이는 게 회사한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죽이는 것에 대해서 부담이 없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대신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을 빨리 입증해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다. 

# 실제로 일동제약에 도입된 `Quick Win, Fast Fail`(신속의사결정모델)이 도움이 됐나

지금은 싹수가 노란 과제를 자기들이 먼저 접는 경향이 생겨서 너무 좋다. 연구원들은 마일스톤까지만 가면 된다. 마일스톤까지 가면 거기서 평가를 하고, “해당 과제는 여기서 중단하는게 좋겠다”라고 연구원들이 스스로 말하거나, 아니면 “당연히 빨리 가야 한다”고 제안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여기에 참여하는 스폰서들이 의사결정을 해주면 된다.

# 품질 관리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특히 회사 내부의 오해가 없이 일치된 마음이 중요하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 안 된다. 하지만 많은 제약사가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가 있다. 선뜻 말하지 못하는 품질 위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액면 그대로 얘기를 못한다. 걸리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 자신있게 얘기를 못한다. 이점을 빨리 극복해야 한다. 일동제약은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그런 점을 없애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이 일반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다소 잃었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 과정에서 국민들이 알아서 우리를 인정해주도록 기다리는 것보다 우리 내부에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혹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신약 개발에 성공하고 FDA 승인을 받으면 국민들이 인정해줄 것이다”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똑바로 일을 해야 그런 결과가 나올 것이고 이같은 과정 속에서 국민들이 우리를 믿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일단 종업원들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경영진도 종업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런 수준이 돼야 국민들이 회사를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약사 차원의 노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뜻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