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일동제약의 기세가 매섭다. 약 6년 전부터 연구개발(R&D) 투자에 속도를 올려왔다. 2형 당뇨병,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등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함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를 공동 개발 중이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R&D 투자에 쏟아내고 있다. 도전적이고 과감한 행보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제 일동제약을 아로나민(비타민 영양제)이란 수식어로 바라보지 않는다. 글로벌신약 개발 회사를 목표로 고속 질주를 하는 제약사로 설명한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주요 제약사 연구 개발 담당자 사이에서, 일동제약 소식이 화제를 뿌리는 배경이다.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단순히 R&D 투자 뿐만이 아니다. 신약 개발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품질 최우선’을 경영방침으로 내걸었다. 장기간의 신약 개발 사업을 차질없이 이행하기 위해 품질 관리뿐 아니라 품질 보증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동제약에 품질 시스템에 대한 혁신의 바람이 불어닥친 이유다. 

혁신의 원년은 2016년이었다. 오너 3세인 윤웅섭 부회장은 당시 ‘매출 1조원’의 글로벌 신약개발회사라는 비전을 앞세워 핵심 인재를 공격적으로 영입했다. 당시 합류한 서진식 일동제약 사장은 연구개발(R&D) 분야와 품질 혁신을 이끌어온 주인공이다. 본지가 2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일동제약 본사에서 서진식 사장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진식 사장이 일동제약 본사에서 팜뉴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일동제약 제공)
서진식 사장이 일동제약 본사에서 팜뉴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일동제약 제공)

# 매달 월례사를 써서 직원들에게 보낸다고 들었다. 계기는 무엇인가

월례사는 직원들과 바로 소통할 수 있는 수단 중에 하나다. 저는 2015년 11월에 일동제약에 들어왔는데 2016년 1월부터 쓰기 시작했다. 일동제약을 혁신하자는 윤 부회장님의 제안을 받은 이후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물론, 직원들도 경영진과 바로 소통할 수 있는 무기명 채널 게시판도 있다.

# 기억에 남는 월례사가 있다면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S-217622’에 대한 임상 계획 승인을 지난해 11월에 받았을 때 썼던 월례사다. 당시 월례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신문 기사 내용을 보여주면서 “우리 약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전사가 참여해서 신속하게 시장에 내보내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S-217622’이 좋은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지금은 프로젝트팀 차원에서 진행하지만 모든 직원이 참여해서 개발할 시기가 올 것이다”며 “그런 기회가 오거나, 오지 않더라도 응원을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병원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임상 시험을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것이 어려워졌을 때 많은 직원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나섰다. 지인들에게 임상 참여 기회가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했고 정부 홍보 포스터도 약국마다 붙였다. 그런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다. 

# 주제를 바꿔보겠다. 일동제약의 R&D 투자에 업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매출액의 10%에서 20% 정도를 R&D 투자 중이다. 서 사장은 2020년 주최된 포럼을 통해 “신약을 잘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일동제약은 그동안 ‘신약을 잘하는 회사’에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지난 2년 동안 확실한 진전이 있었다. 2020년 당시 우리가 아이디어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이걸 약으로 개발하는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 특히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양보하지 않아야 하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품질하고 스피드다. 

우리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CRO(임상시험 수탁 기관)을 고용하고 글로벌 CDMO(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를 고용해서 품질 기준을 만족하고 속도를 높여왔다.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라는 임상약리에 특화된 회사를 일동 그룹 쪽으로 가져온 점도 다르지 않다. 글로벌 CRO, CDMO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조직이다. 

#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조직뿐 아니라 내부 인력도 중요하다. 특별히 기울인 노력이 있다면

2015년 말, 제가 회사에 들어왔을 때 일동제약 전체에서 연구개발을 하는 메디칼 닥터(의사)는 한 사람도 없었다. 마케팅을 담당한 의사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동 그룹 내에서 임상 혹은 R&D에 전념하는 의사는 10명이다. 6년 사이에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그만큼 전문가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서진식 사장이 일동제약 본사에서 팜뉴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일동제약 제공)
서진식 사장이 일동제약 본사에서 팜뉴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일동제약 제공)

# 업계에서는 일동제약의 신약 개발의 방향성을 궁금해하는 의견도 있다. 바이오텍처럼 단기적인 시각으로,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기술 수출 쪽으로 방점이 찍히는 것인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통적인 신약 개발 트랙을 밟을 예정인가 

두 가지를 함께 진행하려는 것이다. 일동제약의 꿈은 신약 개발 중심의 글로벌 제약사다. 글로벌 제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힘으로 판매 승인 허가를 받는 약 개발도 분명 필요하지만 자금적으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충분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중간에 라이센스 아웃하는 약도 있어야 한다.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이유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회사 운명을 걸고 나중에 실패하면 굉장히 많은 문제점이 생긴다. 일동제약이 포트폴리오 구축에 힘을 쏟아온 이유다. 지금 일종의 데스 벨리(죽음의 계곡)을 건너고 있다고 표현하는데 기술 수출 가능 시점을 올해 말이나 내년으로 보고 있다. 고달프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결실을 맺을 시기가 오고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다. 

# 일동제약의 R&D 투자 확대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까.  

일단 중간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다. 성과 없이 계속 동력을 얻기는 쉽지 않다. 다만 중간 결과는 곧 나올 것이다. 중간 모멘텀과 수익을 만들어가면서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확대해 갈 것이다. 

# 국내 제약사 중에는 신약 개발 보다는 제네릭 생산에 치중하고, 화장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기업도 많다. 건강기능식품 투자에 더욱 열을 올리는 기업도 있다. 그런데도 일동제약이 신약 개발 쪽으로 방점을 찍고 적자를 감수하면서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희가 지난해 창립 80주년이었다. “우리 회사가 100주년이 되면 어떤 회사가 돼있을 것인가”, “다음 80년 후에는 어떤 회사가 될까”라는 장기 비전에 대한 논의를 오래 전부터 해왔다. 그 결과 이제는 제네릭을 하는 회사가 버티기 힘든 쪽으로 환경이 꾸준히 바뀌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일동제약은 다른 제약사에 비해 아로나민이란 컨슈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성장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이 한계다. 글로벌 시장으로 성장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정리해서 얘기하면, 우리의 기업이념은 “인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하는 초일류 기업”의 실현이다. 이를 위해 우리 업의 본질에 맞게 신약 개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일동제약의 비전이다. 

('서진식 일동제약 사장 단독 인터뷰 下'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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