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의약품과 식품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자리가 순탄치 않고 자의든 타의든 도중하차하는 대표적인 자리라는 불명예를 또 다시 남기고 말았다.

정밀화학, 식품화학, 생명공학, 바이러스 미생물분야 등 그야말로 Fine Chemical과 Bio분야를 총망라하는 식·의약분야의 책임자격인 식약청장 자리가 그렇게도 험난한 것인가.

초대 박종세 청장이 금품수수 의혹으로 옷을 벗은 데 이어 2대 허 근 청장 역시 예상보다 단기잔에 물러났고 3대 양규환 청장은 각종 잡음 속에서도 장수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1년 7개월만에 자진사퇴라는 수순으로 물러났다.

지난 2월 장차관급 개각에서도 대부분 차관급이 교체됐음에도 당당히 살아남은 양규환 청장이 돌연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서를 제출한 배경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양규환 청장은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직이 3년간의 휴직만 허용하기 때문에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서 사퇴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학교로 돌아가야 할 시기가 돌아왔기 때문이라면 지난 2월 차관급 개각에서 물러났어야 한다는 것이 주변의 설명이다.

더욱이 차장과의 불화설이 지난 2월 개각 이후 더욱 악화되면서 청 내외에서 구설수에 올랐으며 급기야 차장이 물러난 후 근무할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특정 연구기관에 대거 감사를 투입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다.

그러한 절묘한 시기에 양청장이 돌연 자진 사퇴로 돌변하자 그 배후를 둘러싼 궁금증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양규환씨는 식약청장 당시 취임사에서 개혁을 주창하고 식약청 사람들의 책임과 권한을 함께 묻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 1년 7개월 재임기간동안 과연 이 같은 취임 일성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평가해야할 부분이다.

취임 초기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으나 결국 전임 식약청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오히려 묶어야 될 부분은 풀고 풀어야될 부분은 묶었다는 불만까지 제기되고 있다.

양규환씨는 식약청을 전문가 집단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주장했으나 민감한 사안은 여전히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중앙약심이 마치 식약청 위에 존재하는 허가기관으로 착각케 하는 상황까지 벌어져 민원인의 불만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결국 공무원 세계의 악적인 존재를 척결하겠다던 양청장의 각오는 많은 현실에 부디쳐 좌절한 것일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손발이 잘 맞아야할 청장과 차장이 이번과 같이 불협화음을 낸 적도 청 발족이래 없었던 일이다. 수레의 앞 뒤 바퀴처럼 호흡해야할 1인자와 2인자간에 갈등은 결국 식약청의 위상을 땅바닥으로 실추시켰다.

이번 양규환 식약청장의 자신 사퇴를 계기로 그 동안 불거진 청내 불협화음이나 각종 잡음이 완전히 제거돼야 할 것이다.

민원인을 위해 앞서가야 할 식약청이 자리다툼이나 하고 고위층에 의해 특정 민원인이 골탕을 먹이는 행정을 전개한다면 영원히 3류 부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새로운 청장체제로 출발할 식약청이 진정으로 변화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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