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업계의 강한 반발 속에 유통아웃소싱을 놓고 長考에 들어갔던 한국화이자제약이 결국 쥴릭파마코리아를 파트너로 선정함으로써 도매상들이 힘겹게 2002년을 출발하고 있다.

한국화이자의 쥴릭선택은 이미 예상됐던 결과이지만 막상 공식 입장이 발표되면서 정작 우리 도매업계가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 다시 한번 생각토록 한다.

물론 화이자는 기존 도매업소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쥴릭에 유통을 아웃소싱해도 기존 도매업소들과도 조건이 맞으면 거래하겠다는 유화책을 제시했다.

왜냐하면 도매업계의 反화이자 투쟁발단이 저마진, 현금거래 종용 등 타이트 한 유통정책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할 때 기존 도매상과도 거래하겠다는 것은 명분에 불과할 뿐 업소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도매업소들은 지난해 차라리 화이자가 쥴릭과 제휴하면 기존 유통마진보다는 개선될 것이며 화이자의 유통정책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작년 도매업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反쥴릭투쟁 이후 쥴릭 제휴제약사들은 도매업소와 거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협상타결 후 3-4개월이 경과한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

이는 이미 예상했던 사안이다.

화이자 역시 쥴릭과 기존 거래도매업소와 차별적인 유통정책을 추진하거나 쥴릭파마가 시장 확대를 위해 손실을 감수하면서 화이자제품에 대한 거래조건을 완화한다면 끝까지 저마진을 감수하고 화이자와 직거래할 도매업소는 과연 몇 곳이나 되겠는가.

외자계 유통업체는 당장의 이익보다 시장확대라는 장기적 목표달성을 위해 얼마든지 손실을 감수할 것이다.

화이자의 쥴릭거래 소식을 접한 중견 도매업소 한 대표는 "국내 도매업소들은 끝났다. 작년 한해동안 도매업계가 뭉쳐 투쟁한 결과가 겨우 이것뿐인가. 투쟁방향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 화이자의 쥴릭제휴는 기존 도매업소들의 눈치를 보면서 유통정책을 결정하지 못했던 여타 외자계 제약사들에게 쥴릭과 제휴할 수 있는 물고를 터 준 결과"라고 한탄했다.

강자만이 생존할 수밖에 없는 정글의 법칙이 일반화된 무한 경쟁속에서 더 이상 反외자계 투쟁을 전개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매의 자체적인 노력밖에 없다.

도매의 역할 강화에 일조 했던 종합병원급 유통일원화까지 백지화 위기에 직면한 시점에서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정부나 의약관련단체 등 주변의 도움을 호소하기엔 이미 늦었다.

특정 제약사가 쥴릭 또는 앞으로 등장할 재벌이나 외자계 유통업체와 손잡을 때마다 기존 도매업소들이 투쟁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물류센터와 유통현대화 방안이 도매업소 및 도매협회에 의해 제시되고 물거품이 됐던가. 말로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역간 연대 또는 물류 현대화가 아니라 이제는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가시적인 변화를 보여주어야 한다.

제약사들은 도매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일정을 다소 늦출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유통아웃소싱 정책을 바뀌지는 않을 것이 자명하다. 외자계 유통업체가 한국시장을 진출하고 싶어도 한국에는 "△△도매업체 때문에 진출해도 시장확보가 어렵다"고 두려워할 상대가 최소한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도매업계는 화이자의 쥴릭참여가 시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깊이 숙고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재무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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