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책팀 신용수기자

정부가 18일 셀트리온 항체치료제에 대한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이 내린 결론은 ‘임상3상을 전제로 한 품목허가’였다. 국내 시판의 길이 열린 셈이다. 셀트리온으로서는 9부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식약처의 이번 결정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셀트리온에 대한 정부의 ‘무한 긍정’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식약처는 이날 발표에서 회복기간을 전체 환자는 3일, 중등증(moderate) 환자를 대상으로는 5일가량 줄일 수 있었다면서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3일가량 임상을 줄이는 것이 과연 임상적인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지난주 본보는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관련 보도를 통해 회복기간을 3일가량 줄이는 것이 현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셀트리온 항체치료제, 발표는 ‘2상’ 실상은 ‘이상’?)

데이터의 신뢰성에서도 의문을 제기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P값’의 부재다.

P값(유의 확률)은 쉽게 설명하면 신뢰도의 지표다. 예를 들어 P값이 0.1이면, 이 데이터는 90%의 신뢰도를 갖는다. 과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데이터의 신뢰도가 95% 이상이어야 실험결과를 믿을 수 있다고 간주한다. 즉 P값이 0.05 이하여야만 결과를 신뢰할 만 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전체 환자의 임상적 회복에 걸린 시간에 대한 P값을 밝혔다. 하지만 중등증 환자에 대한 임상적 회복 시간에서는 유독 P값을 공개하지 않았다. 같은 종류의 데이터에 대해 한 데이터만 굳이 P값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지 의구심을 가질 만한 대목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셀트리온이 불리할 만한 부분에 대해 식약처가 적극적으로 대변에 나선 까닭이다.

식약처는 유효성 평가 기준 중 하나인 ‘바이러스 음전’의 경우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임상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면서 기준 자체를 평가 절하하는 식으로 무마했다.

하지만 바이러스 음전을 1차 유효성 평가지표로 내세운 주체는 다름 아닌 실험을 진행한 셀트리온 자신이다. 스스로 바이러스 음전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고 한 것. 만약 바이러스 음전이 지표로서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면, 임상2상 결과 발표 전 임상 설계 실패를 인정하고 지표를 바꾸는 과정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했다.

또 식약처는 셀트리온 항체치료제의 중증 환자 발생률 감소는 보조수단으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는데, 이 부분 역시 문제가 있다. 셀트리온이 임상2상 결과를 발표할 때 맨 앞에 내세웠던 성과지표가 바로 중증 환자 발생률인 까닭이다.

셀트리온은 13일 임상2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결과 중 가장 첫 번째 데이터로 중증환자 발생률을 내세웠다. 많은 언론들이 일제히 중증환자 발생이 감소했다면서 셀트리온 항체치료제의 임상2상이 성공적이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결과 발표 이후 본보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중증환자 발생률 데이터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중증환자 발생률 데이터 중 ‘50세 이상의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중증환자 발생률을 제외하면, 모든 데이터의 P값이 학계 기준인 0.05 이상이다. 심지어 일부 데이터의 경우 P값이 0.4를 넘어서기도 했다. 데이터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중증환자 발생률은 보조수단이었다는 말로 무마해버렸다. 셀트리온이 임상2상 발표에서 선봉으로 내세운 데이터를, 의미가 없다고 평가하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바이러스 음전부터 중증환자 발생률까지, 셀트리온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측면이 있는 데이터는 모두 평가 선상에서 배제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기자도 하루빨리 코로나19 치료제가 성공적으로 개발이 완료되길 바란다. 치료제와 백신의 신속한 보급으로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고 코로나19 이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가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팬데믹 속에서 앞으로 수많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라면, 오히려 더욱 엄격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

식약처와 셀트리온에 묻고 싶다.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K-방역의 체면 그리고 코로나19 치료제라는 거대한 시장이 과연 국민의 안전보다 소중했는지.

데이터 신뢰성과 윤리적 태도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한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는 분명 재고가 필요하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