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 셀트리온 CI

셀트리온이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임상2상이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임상 전문가들은 셀트리온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진정성에 의문이 있다는 것. 게다가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는 논문은 전임상 시험에 대한 논문이었다.

셀트리온 측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침에 따라 공개 범위 내 자료만 공개했다고 반론했지만, 식약처는 그런 지침은 따로 없었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13일 ‘2021 하이원 신약개발 심포지아’에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CT-P59)의 글로벌 임상2상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를 진행한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체치료제(40mg/kg) 투여 결과 경증 및 중등증 환자가 입원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증으로의 발전 발생률이 전체 환자에서는 54%, 50세 이상 중등증 환자군에서는 68% 감소했다”며 “회복기간도 전체 환자 평균 8.8일에서 5.4일로 3일 이상, 중등증 환자에서는 5일 이상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계는 셀트리온 임상2상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셀트리온이 1차 유효성 평가지표에 대한 결과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은 까닭이다.

익명을 요구한 임상 전문가는 “임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험 설계이고, 그중에서도 면밀하게 봐야할 것은 유효성 평가지표”라며 “미국 국립보건원이 운영하는 클리니컬트라이얼(clinicaltrial.gov)에 올라온 내용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1차 유효성 평가지표로 바이러스가 더는 검출되지 않아 양성에서 음성으로 바뀌는 네거티브 컨버전(바이러스 음전‧negative conversion)을 지표로 삼았다. 하지만 발표에서 이에 대한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매체에서 의문을 제기하자 셀트리온은 식약처와 의논 중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1차 유효성 평가 지표도 제대로 설정하지 않고 실험을 진행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사실 네거티브 컨버전을 지표로 잡게 되면 성공했다는 결과를 얻기 쉽지 않다. 차라리 임상 설계 실패를 인정하고 중간에 지표를 바꾸는 것이 현명한 대처였을 것이다. 지금처럼 바이러스양이 줄었다고 의뭉스레 넘어가는 건 일종의 조작이다. 윤리성을 의심할 만한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셀트리온이 제시한 통계 수치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데다, 실제 현장에서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의 전문가는 “표본 데이터 자체가 너무 적다. 중증으로 가는 환자가 너무 적어 통계적으로 의미 있다고 하기 어렵다”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치료제 투여군 204명 중 9명이 중증으로 악화된 것과, 대조군 103명 중 9명이 중증이 된 것을 비교해 54% 감소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데, 표본이 너무 적어 결과가 유효하다고 단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가 너무 적은데다, 통계의 유효성를 살펴보는 p값도 너무 높다”며 “일반적으로 p값이 0.05 이하여야만 실험이 의미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셀트리온의 시험결과는 50세 이상 중증환자, 그것도 투여군 전체에서만 p값이 0.05 이하였다. 용량별 투여군으로 보면 또 p값이 높아, 아주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유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데이터만으로 항체치료제가 굉장히 효과가 있는 것처럼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셀트리온은 회복 시간도 근거로 내세웠는데, 이 또한 현장에서 유효할지 의문”이라며 “항체치료제가 회복기간을 3~4일가량 단축시키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렘데시비르의 경우에도 임상에서는 5일가량 단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차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그동안 사용한 결과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사용중단을 권고했다. 중등증 환자의 치료기간을 5일 단축시켰다는 데이터도 p값을 공개하지 않아 의미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의 과장 섞인 홍보는 화룡점정이었다. 셀트리온은 보도자료를 통해 임상2상 결과를 홍보하면서 “항체치료제의 연구 성과는 1월 12일자(현지 시간)로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기도 했다”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해당 논문에서는 임상을 진행한 엄중식 교수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논문이 임상2상이 아닌, 전임상 단계 연구에 대한 논문인 까닭이다. 사람에게 적용한 연구가 아니라 동물시험을 다룬 논문이라는 것.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해당 논문은 전임상 단계 논문이 맞다”며 “학술지 특성상 시간이 걸려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의 전문가는 이에 대해 “보도자료에 정확하게 전임상이라고 명기를 했어야 한다. 이 또한 업체의 윤리성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항체치료제 임상2상 데이터의 신뢰성을 놓고 논란이 지속하자, 임상에 참여했던 엄 교수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엄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개 범위에 해당하는 부분만 발표한 것”이라며 “식약처에 로우 데이터(미가공 데이터‧raw data)를 제출했고, 식약처가 검토 중이다. 향후 세부적 내용은 식약처와 협의를 통해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팜뉴스 취재 결과 식약처의 입장은 엄 교수의 해명과 달랐다. 식약처 관계자는 취재진의 질문에 “식약처는 임상시험 자료 공개를 회사에 일임했다”며 “엄 교수가 언급한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식약처에서 데이터 공개를 제한한 사항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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