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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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공급자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대한의사협회 등 의약단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장성 강화로 건보 재정이 적자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공급자단체들은 위기를 타개할 전략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7년간 흑자를 유지하던 건강보험 재정이 보장성 강화 정책 등과 맞물리면서 지난해 1,778억원의 적자를 냈다. 2023년에는 적자폭이 8,681억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건강보험 누적수지도 20조원대에서 2023년에는 11조원으로 반토막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당분간 보험료율을 연평균 3.2% 수준으로 인상하고, 공단의 건보재정 누적적립금 10조원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건보재정에서 할애해야 하는 수가 인상에 따른 추가소요재정인 ‘벤딩’의 규모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공급자단체들이 최저임금 인상, 보장성 강화,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을 이유로 들며 암울한 협상과정을 타개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

한정된 추가소요재정을 향한 ‘제로섬게임’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약단체들의 핵심 전략은 뭘까.

먼저 대한의사협회는 수가협상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 부담이 가중된 부분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필수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의원급은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온몸으로 받았다”며 “병원급 의료기관은 돈이 들어올 길이 많지만 의원급은 경영 사정상 기초체력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년 의원급의 진료비 증가율은 10.1%이지만 상급종합병원은 25.2%였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그 격차가 커졌다”며 “같은 인건비가 고정적으로 나가는 걸 감안하면 병원급은 최저임금 손실분을 완충할 수 있는 재정적인 여력이 있지만 의원급은 그렇지 않다. 이 부분을 강력하게 언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문재인 케어로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2017년 하반기부터 진료비가 급격하게 늘었고, 선택진료비 폐지 등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로 인한 수혜까지 받은 반면 의원급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였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에 의협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악화와 연결지어 수가협상 국면에서 적극 어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최대집 의협 회장이 최근 공단 이사장과 수가협상 상견례 자리에서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쏠림이 심해졌고,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됐다”며 “1차 의료기관은 최저임금 인상과 환자가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 상황으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힌 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

‘동상이몽’일까. 대한병원협회는 의협과는 다른 온도차로 수가협상에 집중할 전망이다.

송재찬 병협 수가협상단장은 “병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증가는 비급여 항목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때문이다. 오히려 비급여 수입 감소로 전체적인 수익성은 개선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급여화로 인한 의료이용량 증가가 병원 매출 증가로 보이는 것 뿐”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MRI,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등에 대한 건강보험 확대는 병원들의 소요 비용을 전체적으로 증가시켜 왔다”며 “단순히 수익 증가가 아니라 오히려 비용 지출 폭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늘었다. 수가 협상에서 이같은 부분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병협은 의원급보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보장성 확대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이 맞물리면서 병원급의 재정이 악화, 이를 수가협상에서 강조하겠다는 뜻이다.

대한한의사협회의 전략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

김경호 한의협 수가협상단장은 “한의원들이 전체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경영 압박을 겪고 있다”며 “치과나 의과의 경우 보장성을 확대하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이마저도 지지부진한데다 최저임금으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며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손실액을 증명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한약사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다른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약사회는 전체 행위료 가운데 약국의 비중이 감소한 상황을 수가협상에서 강조할 예정이다. 신 상대가치점수에서 행위 창출이 거의 불가능한 약국의 한계를 공단 측에 알리겠다는 것.

박인춘 대약 수가협상단장은 “병원과 의원 쪽은 지속적으로 신상대가치가 만들어지고 있다. 파이가 늘어나는데 우리는 계속 줄어든다”며 “보험수가 인상 외에는 파이를 늘릴 방법이 없다. 그만큼 절실하다. 한 푼이라도 더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의협과 함께 수가협상장에서 결렬을 선언했던 치협은 공단 측의 협상 자세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올해는 제대로 수가를 받겠다는 각오다.

마경화 치협 수가협상단장은 “공단에선 적정 수가를 위해 매년 근거를 가져 오라고 하지만 신경을 써서 만들어 간다고 해도 협상 결과는 똑같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RG 모형으로 산출된 유형별 환산지수 조정률 격차와 순위는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이라며 “이미 수가협상 자체가 기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뜻”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치협은문재인 케어에 따른 보장성 확대에 치과 병원이 적극 협조한 부분을 강조하고 그에 상응하는 수가를 받아내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수가협상에 임하는 의약단체들의 주장은 다르지만, 한 목소리로 벤딩폭을 정하는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단의 재정운영위원회가 이번 협상을 통해 공급자들에게 나눠줄 파이인 벤딩폭을 정하는 과정에 정작 협상 당사자들이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가협상단에 소속된 한 인사는 “수가협상은 기본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벤딩폭을 정할 때 정작 우리 공급자들은 빠져있다. 협상 결렬이 매년 반복되는 이유”라며 “재정운영위원회에서 벤딩폭을 정하고 우리가 협상하는 이분법이 아니라, 서로가 상의를 해서 합리적인 벤딩폭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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