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의 MR들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도 무리한 세미나 개최 요구를 비롯 비용 선결제 부분에 대한 CP 규정 적용 등 불합리한 ‘인사고과’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연봉과 탄력적인 근무시간, 복리후생 등으로 한때 ‘꿈의 직장’이라 불릴 만큼 선망의 대상이 됐던 다국적제약사의 영업사원(MR)들은 최근 갈수록 열악해지는 영업환경에 대해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9월 시행된 ‘김영란법’으로 인해 기존 영업방식은 ‘무용지물’이 된 데다 내부 CP규정마저 법보다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매출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

더욱이 일부 다국적사의 경우 영업사원들에게 과도한 실적을 요구하면서도 뒤에서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돈’과 관련된 것이라면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최근 임금협상 문제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다국적제약기업 B사의 MR은 ‘인사고과’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사들에게 제품을 알리는 ‘세미나’, ‘프로덕트 브리핑’ 등 횟수가 MR의 고과에 반영되는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는 의사들이 참석을 꺼려하면서 그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어 제대로 된 고과 평가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회사는 이 같은 세미나 개최 등을 마련토록 분위기를 조장하면서 정작 MR들이 관련 비용을 사용하면 나중에 CP 규정을 들이대며 조사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 이 기업은 아예 검사 출신을 CP부서에 책임자로 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녹록지 않은 영업환경은 결국 ‘제 식구(동료 직원) 카드’에까지 손을 대는 등 비상식적인 영업활동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다름 아닌 최근 불법 리베이트 제공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던 다국적기업인 N제약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한 영업 매니저가 의사와 골프를 친 뒤 이에 대한 비용을 이 의사의 실제 담당직원의 카드로 결제한 것이 사내 CP부서에 포착돼 문제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 담당직원은 CP규정 위반과 ‘상납’ 등을 이유로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은 상황.

또 다른 다국적제약사인 Z사 한 관계자는 “최근 MR들의 업무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외부에서 보기엔 양복입고 병원 다니면서 대우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빛 좋은 개살구’일뿐”이라며 “실제로 내부를 들여다보면 임원들은 현실감각조차 없어 심지어는 1인당 판매액을 5억 원(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치)에 맞추라고 한다. 여기에 수금까지 강요해 업무강도는 그야말로 살인적”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부산지점의 경우 인력의 1/3이 줄어들어 1인당 영업거래처 수가 150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대면영업이 어려워지면서 기존의 MR인력 규모가 필요 없게 되자 회사 측에선 다양한 이유를 들어 인력감축을 시행했고 이는 결국 과중한 업무로 이어졌다는 것.

최근 부당해고로 논란이 일었던 다국적기업인 S사의 불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회사 노조 관계자는 “기업이미지 때문에 회사들은 내부 CP강화를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며 “유권해석이 필요한 부분도 있는데 회사는 자의적 판단으로 직원들을 옥죄고 있어 영업환경이 점점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다국적제약기업인 J사의 한 직원은 “의약분업 초기에 다국적제약사들의 영업은 가만히 있어도 매출이 올라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이었다”며 “과거엔 돈이 없어 못썼는데 이제는 돈이 있어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불편한 만큼 모두가 조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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