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의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이 좀처럼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다시금 디테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신약개발도 중요하지만 선진 마케팅과 영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9일 모 제약사 임원은 “여전히 많은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동원하고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사정당국의 수사 강화로 그 방법만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리베이트는 현재 제약사와 의사들 간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해왔는데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제약사가 본연의 커뮤니케이션 창구인 디테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디테일 강화의 한 사례로 종근당은 새롭게 코마케팅 관계를 구축한 MSD 품목들과 글리아티린에 대한 디테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MR들이 집중적인 디테일을 전개할 수 있도록 특정 영업 부서에 소속되지 않은 전담팀을 신설한 것. 

다만 이 팀이 신규 채용된 MR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직원들에 대한 대기발령 정도로 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실제 이들이 해당 약물에 대한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교육을 바탕으로 의사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데 주력한다는 점은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약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리베이트 없는 매출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제는 ‘디테일은 곧 매출에 직결’이란 말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면서 “실제 유효 콜(Call)수와 매출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품목에서 정비례 한다”고 강조했다. 

또 GSK는 지난해 1월부터 MR의 평가방식을 매출 실적을 배제하고 약물 지식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평가하는 정성평가로 전격 전환했다. 

다만 GSK의 한 MR은 “회사는 100% 정성평가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이 경우 사원들 간의 차별화가 힘들다”면서 “현재 평가과정에서 아직 15% 가량은 매출 실적이 반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GSK 관계자는 “워낙 오랫동안 매출에 의한 정량 평가 및 인센티브를 제공해 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장벽들이 존재할 수 있다”면서도 “정성평가 도입은 단기적인 효과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영업사원 개인의 일탈적 행위를 차단하고, 영업활동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설령 MR의 주장처럼 평가요소에 15% 가량은 아직까지 실적이 반영된다 하더라도 국내 제약업계 현주소와 비교해 보면 평가제도 전환 초기인 점을 감안해 충분히 고무적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국내 제약산업이 기술수출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수준의 윤리경영이 담보되지 않으면, 글로벌 진출은커녕 정부의 호의적인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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