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피노젠 김경호 컨설턴트
사진. 김경호

[팜뉴스=김태일 기자] 백신은 오랫동안 예방주사를 뜻했다. 실제로는 입속에다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소아마비(폴리오)백신도 아주 일찍부터 존재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백신하면 주사를 생각했다. 그리고 백신으로는 예방을 하는 거지 치료는 불가능한 약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이후 80년대에 우리 사회에 컴퓨터에 악성코드가 감염된 것을 초기에 생물체에 빗대어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다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감염된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찾아 기능을 정지시키거나 제거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었다. 사람들은 이를 컴퓨터백신이라고 불렀다. 예방과 치료가 모두 가능하다는 의미로 범위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사실은 오래전부터 암환자의 면역기능을 향상시켜 암을 치료하는 최근의 면역항암제 효시격이라 할 수 있는 항암백신이 이미 시도되고 있었다. 1900년대의 일이다. 당시 감염병에 걸렸던 암환자가 감염병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암이 함께 사라지는 사례가 발견되면서 착안된, Coley`s toxin으로 명명되었던 이 아이디어가 만일 성공을 거두었다면 백신이 예방주사라는 대중의 인식은 오래전부터 예방과 치료로 바뀌어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도에 대한 관심은 방사선 치료, 수술의 발달, 1세대 세포독성 항암제의 출현과 함께 이제 가뭇없이 사라져 갔다.

15년전 쯤의 일이다. 치료백신이라는 컨셉이 붙은 약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식약처와의 허가상담을 생물제제과에 하려고 했던 해프닝도 있었다.

결국 그리 가면 안된다고 잔머리를 썼던 기억이 있는데  첫번째 이유가 그쪽 트랙을 타면 괜히 우리나라에서는 국검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백신이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이 단순했다.

작년 7월 미국 FDA가 글로벌 백신 2개 회사가 공동개발한 RSV백신을 허가 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알고보니 능동면역기전의 백신이 아니라 수동면역을 주는항체였다. 일부 백신쟁이들은 기사를 다룬 언론사의 무지를 탓했고 어떤 이들은 보도자료를 그따위로 뿌리는 회사가 한심하다고 말했다.

정확한 용어를 구사했느냐의 문제 이전에 이러한 보도자료에는 알고보니 어떤 맥락이 있었다. RSV의 면역이 필요한 주요 대상은 노인과 어린이, 신생아 들인데 노인과 어린이들에게는 백신을 직접 접종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어린이들에게는 항체를 줘야 하는데 어떤 회사들은 엄마를 접종시켜 모체에서 이전한 항체를 주는 방식이고 어떤 회사들은 아기에게 주사로 항체를 바로 주는 방식을  택하는 차이일 뿐이다.

백신을 아기에게 직접 투여하는것이 무의미한게, 유병률은 신생아 때 가장 높은데 항체형성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리고 신생아들에서는 능동면역이 잘 안생기니 항체를 빨리 효율적인 수준으로 주는 방법을 찾은 것이 이 두 가지 방법이다.

어느 쪽이 마케팅에서 승리할 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어쩐지 항체를 주는 쪽이 유리해 보인다.

백신이건 항체건 RSV만 예방하면 된다.말은 늘 편리한 방식으로 진화를 한다.사자성어로 실사구시, 흑묘백묘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