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연 카이스트 교수가 지난 7일 열린 세미나에서 강의하고 있다. (히츠 유튜브 캡처)
김우연 카이스트 교수가 지난 7일 열린 세미나에서 강의하고 있다. (히츠 유튜브 캡처)

[팜뉴스=최선재 기자] 'AI 신약 개발'은 베일에 싸인 주제다. 대형 제약사들은 일찍부터 AI신약개발팀을 꾸리고 업계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깜깜 무소식'이다. 인공지능을 통한 신약 개발 전략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김우연 카이스트 교수는 최근 히츠가 주최한 행사에서 내놓은 답변이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배경이다. AI 신약 개발를 향해 쏟아진 질문에 대해 해답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팜뉴스가 지난 보도의 후속으로, 업계의 현장 질문에 대한 김 교수의 목소리를 전한다. 

문: 전통적인 신약 개발 기술(CADD, 신약개발 과정에 활용되고 있는 컴퓨터 기반 신약 디자인 과정)과 AI 신약 개발 기술에 대한 명확한 분류가 가능한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AI라고 하면 AI 안에도 커다란 범위에서 AI가 있고 머신러닝이 있다. 딥러닝이 있고 생성AI도 있다. 여기서 데이터가 많을수록 성장할 수 있는 폭이 커진다.

그러나 CADD는 지난 20~30년 사이에 많은 발전을 하지 못했다. AI가 기가 막힌 것 중에 하나는 데이터만으로 문제를 풀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데이터만 있으면 풀 수 있다. 특히 독성을 CADD로 푸는 것은 어렵지만 딥러닝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많은 데이터만 있으면 특별한 전처리 없이 문제를 풀 수 있다. 

문: 제약사들은 데이터 기반의 최적화된 자체 AI 플랫폼을 갖기 원하는데 일종의 '내재화'가 가능할까. 

제약사들은 자체적으로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갖고 싶어한다. 공동연구는 당장은 좋지만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5년, 10년 뒤에도 계속해서 AI 스타트업과 공동연구를 해야 한다면 중요자산을 외부에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다. 제약사 입장에서 지속하기 쉽지 않은 모델이다. 

그러나 내재화도 쉽지 않다. 내재화를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자원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구글(Google)의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자회사인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는 창업한 이후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학회에서 확인해본 결과, 직원이 100명이 넘는다고 들었다. 

꽤 많은 분들이 아이소모픽에 참여했고 그 뒤에는 딥마인드와 구글이 있다. 그렇게 해야 지금 정도의 기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그런 정도의 투자를 할 수 없다면 최신 AI 기술을 국내 제약사들이 내재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문: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답이 정해진 것 아닌가.

물론 '답정너'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이유 때문에 제가 운영하는 히츠가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웹 기반의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개발한 것이다. 제약사들이 내재화에 대한 욕구가 있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돕기 위해 만들었다.

다만 저희뿐 아니라 여러 가지 플랫폼들이 있다. 머크, 엔비디아, 인실리코메디슨 등이 개발한 AI 신약 개발 플랫폼이 있다. 내재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은 당장은 이런 플랫폼을 이용해보는 것이다. 

문: AI 신약 개발 플랫폼의 현재 예측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연구에 실질적으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저희 히츠에 제약사에서 의약화학팀장을 하셨던 분이 오셨다. 지금 히츠의 기술을 잘 알고 있는데 "10%의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한 만큼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AI 신약 개발 방법의 효용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제약 선진국의 빅파마가 최근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이유다.

문: AI 신약개발은 수많은 데이터를 다루는데, '컴퓨팅 파워'가 얼마나 중요한가. 

상당히 중요하다. 데이터가 집약적일수록 딥러닝 파라미터가 많아지고, 파라미터가 많아질수록 컴퓨터 파워가 필수적이다. 그것이 정확하게 엔비디아 주식과 매출이 높아진 이유다.

예를 들어 최신 H100은 GPU 카드 한 장에 5000만원을 한다. 심지어 5000만원을 지불해도 몇 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그 정도로 수많은 컴퓨팅 수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AI가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크기가 커질수록, 컴퓨팅 파워가 중요할 것이다. 

문: 마지막으로 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증기선이 실생활이 쓰이고 세상을 바꾸는데 100년이 걸렸다. 반도체도 1900년대 초반에 등장해서 실리콘 시대를 만들기까지 100년이 걸렸다. 모바일은 그보다 빨랐다. 2000년 후반에 등장해서 이미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기술이 등장한 이후 리드타임(Lead Time)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형성된다. 기술 성장으로 부강했던 서양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 우리는 역사를 주도한 경험이 없다. 때문에 기대감에 차올랐다가 실망하고 만다. 

하지만 기술은 투자를 하면 반드시 성장한다. 실제로 수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AI를 통한 신약 개발에 벅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가 과감하게 투자를 하고, 각자도생하기보다는 함께 연구하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인재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에 AI 신약 생태계가 자리잡고 AI가 그린 미래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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