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의대 증원' 문제를 향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전국 의대생들의 동맹 유학은 날이 갈수록 확산 중이고 수천명의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에 들어갔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허용과 업무 개시 명령을 통해 맞불을 놓고 있다. 

팜뉴스는 숙고를 거듭한 끝에 이번 이슈에 대해, 강윤희 박사(55, 서울의대 졸) 의견을 들어보기로 결정했다. 강 박사는 언론 칼럼을 통해 의사국시, 의예과 유지 등 주요 현안에서 언제나 소신을 드러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약 5년 전 식약처 임상 심사위원 소속으로 의약품 안전성 심사의 부실 문제를 공론화했고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을 위해 수년간 싸워온 의사다. 특별 기획으로 구성한 강 박사의 인터뷰 상(上)편을 아래와 같이 문답식으로 공개한다. 

왼쪽에서 세번째(윤석열 대통령). 9차 국무회의 모습(MBC캡처)

문; 정부가 '의대 증원'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의대 증원은 수험생을 둔 부모라면 보수와 진보에 상관없이 전부 찬성하는 것이다. 수험생, 예비수험생, 초중고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의대 증원은 전부 원한다. 정부가 참 무자비하고, 총선용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문: 총선용이라고 생각하는 구체적인 근거는. 

총선용이 맞다. 정부는 의사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의사들에 대해 양가 감정이 있다. 좋은 의료 서비스를 해주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이 있는 반면, OECD 국가들 사이에서 의사들의 급여와 평균 급여에 차이가 크다고 하는 괴리감도 있다. 

정부가 그런 통계를 토대로 국민 정서를 건드리면서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총선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의사들이 파업할 것을 모르고 밀어붙였겠는가. 100% 알았을 것이다.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이 아니라 반드시 얻고자 하는 이득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총선용이고 정치적이라는 뜻이다. 

문: 정부가 어떤 이득을 얻고자 한다는 뜻인가.

영부인, 채일병 사건 등 이슈로 정부가 약간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이슈가 의대 증원으로 빨려들어가서 국민들이 의사들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의대 증원은 교육 문제고 국가 의료시스템의 문제다. 이런 것들은 매우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의대 증원을 발표했다. 의사들의 파업이 100% 예상된 상황이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제는 "의사들의 파업 때문에 국민들이 죽어나가도 나는 괜찮다, 내가 원하는 것만 이루면 상관이 없다"라는 마인드마저 보인다. 저는 중도 보수 성향이 짙은 성향인데 정부가 이렇게까지 무자비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할 줄은 몰랐다.

문: 하지만 의대생 2000명을 증원하면 전체 파이가 커지면서 필수·공공의료 의사들이 늘어 국민들이 혜택을 본다는 여론이 있다. 국민들도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지금 성형외과와 피부과 의사 숫자는 넘친다. 노동 강도가 높고 수익은 적은 과의 의사들이 부족하다.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의 의사 숫자가 적다. 의사 전체의 숫자가 적은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은 너무 모자라고 한쪽은 너무 많은 상황이다.  

우리 국민들은 성형외과 의사가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결국 모자란 부분을 보충해주면 된다. 그렇다면 부족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쪽에서 일하시는 의사분들이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문: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이란 것이 무엇일까.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없는 환경이다. 분만 중에 일어난 불가피한 부분에 대해서 대법원이 10억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사건을 보면 그렇다. 이대병원 소아과 사건에서도 교수가 구속됐다. 그 이후 소아과와 산부인과 지원자가 뚝 떨어졌다. 

일선의 의사들이 엄청난 민원들을 겪고 최종적으로 법적 소송으로 가는데 판결이 황당하게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도저히 소아과와 산부인과를 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지, 당장 2000명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국민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총선을 생각한 의도가 보인다.  

문: 하지만 윤 대통령은 최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의료개혁에 동참해 달라"며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필수의료에 대한 정당한 보상체계 확립과 사법리스크 완화 제안을 같이 했는데 의사 단체가 듣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는 맞물리는 문제가 아니다. 한 명의 전문의가 만들어지기 까지는 남자는 14년 여자는 11년이 걸리는데, 우리나라는 증원을 하지 않아도 그 시간이 지나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숫자가 OECD 평균을 넘는다.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체계 확립과 사법리스크 완화는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조건을 내걸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정책이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꺼낸 것이다. 의대 2000명 증원이 자신의 자녀가 의대에 들어가기 원하는 학부모를 겨냥한 총선용 정책인 이유다. 

정부가 순수하게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고민했다면, 총선이 끝나고 진행했어야 한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슈를 덮기 위해 국민의 의사들에 대한 악감정을 이런 식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의사들이 이번 정부의 행태에 대해 분노하는 이유다. 

[특별기획] '의대증원' 강윤희 박사 인터뷰 후속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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