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최근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한 갈등을 이어가는 가운데,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이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의 입을 틀어막는 사태가 일어났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 카이스트 졸업생에 이은 세 번째 '입틀막' 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의사 사회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격앙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소아청소년과는 필수의료의 상징인데도 발언권을 탄압하고 과잉 진압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와 다름이 없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 회장은 "대통령님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는데... 오늘 토론회 제목이 무엇인지 아세요?"라면서 행사장 입장을 요구했다. 

이때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은 임 회장을 막아서면서 "저희 다 알고는 있습니다. 알고는 있고요. 이렇게 하시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임 회장이 재차 "의료계 대표자가 왔는데 대통령님이 말씀을 안 듣겠다는 게… 말씀을… 대통령님! …"이라고 외친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경호처 직원들이 임 회장의 입을 틀어막고 팔을 제압한 것.

윤석열 대통령에 위해를 가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지만 임 회장은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최근 카이스트 대학생이 당한 '입틀막' 사태가 또 다시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임 회장은 경호 구역 밖으로 스스로 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입틀막' 피해의 장본인으로 전락한 셈이다. 

임 회장은 이날 SNS를 통해 당시 상황에 대해 "경호인력들은 계속 나가라고만 했고, 제가 안 움직이겠다고 하자 갑자기 양쪽에서 팔짱을 끼고 입을 틀어막은 후 끌어냈다"며 "경호차로 연행했고 결국 체포되어 분당경찰서에 퇴거불응죄로 이첩됐다"고 밝혔다. 

중요한 사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사 사회 내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처신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종합병원 과장(전문의)는 "필수의료의 상징인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필수 의료가 논의되는 장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며 "대통령을 향한 문제 제기를 위해 행사장 입장 정도만 허가해달라고 했는데 별안간 수모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대통령이 반대 의견을 결코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하겠다는 것"이라며 "더구나 경호구역이 아닌 곳으로 자리를 이동하겠다는 목소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한 번도 아니고 이런 일이 세 번이나 반복된 것을 보면, 윤 대통령은 독재자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토론회에 소아청소년의사회를 대표하는 인물을 초청하지 않은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앞서의 과장은 "대통령의 시간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재임 5년 동안, 필수의료에 대해 대통령이 참석해서 논의하는 자리가 얼마나 있겠나. 그런 자리에 소아청소년과를 대표하는 사람을 초청하지 않았다는 점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번 양보해서 임 회장이 가지 않았더라도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졌을지가 의문"이라며 "당시 토론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아는 의사들이 없다. 생산적인 토론 없이 다분히 형식적인 토론이 이어졌다는 얘기다. 대통령 지근거리도 아니고 외부에서 의견을 피력했는데 '입틀막'을 당한 것이 황당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의 첨예한 갈등이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다. 

또 다른 의사는 "국민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라고 정부와 대통령에 권력을 위임한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라며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대통령이 참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나를 보면 열이 보인다"며 "의대 정원 문제를 대하는 방식도 입틀막 사태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타협이 없는 것이다. 필수 의료는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지금도 살릴 수 있다. 그런데도 이를 의대 증원 문제와 묶고 있다. 게다가, 갈등을 대처하는 방식이 불난 의료계에 기름을 붓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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