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아파트 주민이 엘리베이터에 머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아무리 30층 높이 아파트라도 2분을 넘기기 힘들다. 15층 이하에 사는 주민들은 더욱 적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광고의 흔적이 존재한다.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시시각각 흘러나오는 광고가 그렇다. 이는 일명 '엘리베이터TV'로, 수많은 기업들이 아파트 주민들을 향해 자신의 제품을 광고 중이다.

놀라운 사실은 최근 제약사들이 엘리베이터TV를 통해 일반약 광고를 공격적으로 집행하고 있단 점이다. 그것도 이미 유명세를 얻어 광고할 필요가 없는데도, 엘리베이터 공간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제약사들이 엘리베이터 광고를 진행했을까. 엘리베이터 광고의 최대 장점은 뭘까. '최선재의 광고맛집'이 엘리베이터 광고 속 '숨은 일인치'를 들여다봤다. 

지난 15일, 기자가 출근을 위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을 당시 뜻밖의 장면을 목격했다. 엘리베이터 문 옆에서 익숙한 느낌의 빨간 빛깔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문 옆 LED 영상에서 한국존슨앤존슨(켄뷰)의 해열진통제 '타이레놀' 광고가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화면 최상단에 "종합감기약엔 세상 간편한 타이레놀 콜드"란 문구가 보였다. 

아래에는 타이레놀 10정 제품 이미지가 담겼다. 타이레놀의 빨간색 빛깔과 파란색 바탕이 선명한 대비를 이뤘기 때문에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는 광고였다. 

그런데, 기자는 순간적으로 "안 그래도 잘 팔리는 타이레놀이 엘리베이터에서도 광고를 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누구나 아는 제품인데 사람도 없는 비좁은 엘리베이터에 광고를 하는 이유는 뭘까"라는 호기심이 들었다. 

'최선재의 광고맛집' 취재 결과, 켄뷰(타이레놀 마케팅 담당)가 수도권 아파트 5300여 단지에 엘리베이터TV 7만 2000여대에 공격적으로 타이레놀 광고를 집행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포커스미디어(엘리베이터 TV 운영) 관계자는 "광고기간은 지난 12일부터 내달 10일까지"라며 "엘리베이터TV는 매일 4회 이상 이용하는 승강기에서 정보를 얻는 생활 밀착형 플랫폼이다. 타이레놀과 같은 상비약은 소비자 인지도, 즉 최초 상기도가 매우 중요한 품목이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적극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녹십자가 지난해 출시한 감기약 '콜록'도 1월 1일부터 2월 25일까지 수도권 아파트 5300여 단지에 설치된 엘리베이터TV 7만 2000여대를 통해 아파트 주민들을 공략했다.

지난해에는 한국먼디파마의 인후 스프레이 '베타딘', 한국GSK의 백신'싱그릭스 & 플루아릭스테트라', 경동제약의 생리진통제 '그날엔'도 엘리베이터를 통해 광고를 선보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타이레놀, 베타딘, 싱그릭스, 그날엔 등이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는 제품이란 점이다.

굳이 엘리베이터라는 공간까지 광고할 이유가 없는데도, 최근 1년사이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광고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공간 광고는 생각 이상으로 효과적이다. 회피도가 상당히 낮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스마트폰을 볼 것 같지만 너무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거울이나 엘리베이터 주변을 관찰한다. 더구나 엘리베이터는 혼자 타기 때문에 LED 광고판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포커스미디어코리아 데이터전략팀이 한국갤럽에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엘리베이터TV에 대한 입주민의 회피도는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호감도 56%, 시청률 98%를 기록했다. 디지털 옥외광고(DOOH) 중에서도 회피도 20%는 상당히 낮은 축에 속한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15초씩 40개의 광고가 하나의 싸이클로 돌아간다"며 "전부 돌면 약 10분인데 하루에 100회 이상 광고가 노출된다. 평균적으로 아파트 입주민들이 4회 이상 엘리베이터를 탄다는 것을 고려하면, 노출도가 굉장히 높은 셈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구나 회피도가 낮고 집중도가 높아 짧은 시간 내에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라며 "점유율이 높은 제품이라도 광고 형태 자체가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포커스미디어 관계자의 일문일답 

문: 엘레베이터TV의 시청률 98%가 나왔다고 하는데,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디지털 옥외광고(DOOH)는 보통 시청률이 아주 낮고 회피도가 높다. 삼성역 코엑스 사거리에 걸린 대형 옥외광고판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없는 이유다. 지나치는 사람들을 붙잡고 광고 노출도나 시청률 조사를 진행할 수도 없다. 워낙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공간은 다르다. 좁고 사람들이 머무르는 시간이 적어서 왠지 광고 효과가 없을 것 같지만 저희가 지상파 시청률를 집계하는 닐슨코리아와 패널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9명이 엘리베이터TV를 시청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문: 지상파 TV는 수신기를 달고 리모트 컨트롤의 채널 측정으로 시청률 조사를 하는데 엘리베이터TV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보통 닐슨코리아 시청률 조사는 4200가구를 패널로 선정해서 수신기와 리모콘을 통해 어떤 채널에 얼마나 머물렀는지를 확인한다. 저희는 2200가구를 패널로 선정했고 닐슨코리아가 패널로 선정된 아파트 주민에게 앱을 깔도록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몇 번 정도 승강기를 이용했는지, 엘리베이터 TV를 시청한 빈도수가 앱에 기록된다. 남녀노소는 물론 지역별 균형을 고려한 2200명의 패널을 조사한 결과 시청률이 98%가 나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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