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의약품 품절 대란이 장기화 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복지부가 '제2차 건보종합계획'을 통해 내놓은 대안을 향해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약사들이 국가 필수약으로 지정된 기등재 제네릭의 원료를 외국산에서 국산으로 변경한 경우, 상한금액 인상을 통한 원가 인상분 보전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해외 원료의 공급처를 국산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해외 공급처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굳이 공급처를 국내로 옮길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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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약사 대표라면 국산 원료 '안' 쓴다"

지난 4일 복지부가 '제2차 건보종합계획'을 내놓은 순간 업계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그는 "주원료 공급처는 함부로 바꿀 수 없다"며 "해외에서 국내로 공급처를 변경하려면 일단 믿을 만한 업체를 찾아야하고 검증도 하고 시생산도 해야 한다. 벨리데이션도 다시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전부 비용이다.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고난도 작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작업이 끝나도 국내에서 생산한 원료가 해외에서 생산한 만큼 똑같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며 "각 공장마다 레시피가 있고 그건 해외 공장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인도 원료를 써온 제약사가 검증을 마치고 공급처를 국내로 옮겨도, 원료의 품질이 제대로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도식은 단순하다. '국가 필수약 원료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국내 원료 사용을 유도해야 공급망이 안정될 수 있다'-'원가를 보전해주면 국산 원료를 사용할 것이다'- '국가필수약 공급 불안이 해결된다'는 논리가 이번 정책에 깔려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논리적 구조에서 상당한 모순이 느껴진다는 입장이다.

'원가 보전'이 공급처 변경에 따른 리스크를 압도하는 유인책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산 원료 사용을 위한 공급처 변경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 제약사의 필수약 성분의 원료 공급처가 인도의 B 사라고 해보자. A 제약사는 수년 동안 각종 검증 작업을 통해 B 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해놓았다.

인도 공장에서 원료를 제대로 뽑도록 유도하고, 엄격한 현지 실사를 통해 감시한 것이다. 원료 가격이 싸서 수지타산이 맞기 때문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셈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 원료는 본질적으로 품질 관리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서류도 뒤죽박죽이지만 제약사들이 그런 허들을 넘어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단순히 원가 보전만으로는 제약사들의 국내 리턴을 유도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정부가 국산 원료 사용을 유도하려면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뿐이 아니다. 업계는 또 다른 측면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다. 이번 종합 계획 속에서 정부가 밝힌 '약제 원료를 외국산에서 국산으로 변경하는 경우'란 문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제의 원료인지 약제의 원료의약품인지가 헷갈린다"며 "중국의 원료를 국내로 들여와서 정제 작업을 거치는 경우가 있는데 업계는 이것도 국내산으로 이해한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원료를 수급하는 제약사들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공급처 외에 중국 쪽을 뚫어서 원료 생산은 그곳에 맡기고 원료를 정제하는 작업만 국내 원료 제조소가 담당하는 방식"이라며 "기준을 제대로 확립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는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업계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애국심'을 강요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산 원료의 품질은 해외와 차이가 있다"며 "인도나 중국보다는 품질이 좋다. 제약사들이 국산 원료를 쓰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터무니 없이 비싼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지부 대책은 빈틈이 많다. 원가 상승분을 반영한다는 미봉책으로는 제약사들이 움직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애국심에 차올라 갑자기 공급처를 국내로 변경하라는 것인가. 현실성이 결여됐는데 이것이 애국심 강요가 아니고 무엇인가"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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