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본격화된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걷는 모양새다. 수급이 부족한 의약품들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약가를 인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일선 약국가에선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약사들은 DUR 연계를 통해 품절약 관련 정보를 병의원과 공유해 처방 단계에서부터 조정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수요에 한참 못 미치는 공급이라는 지적이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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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코로나19 엔데믹 선언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품절사태가 오히려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며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동절기가 찾아오면서 감기약이나 해열제, 진통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독감약 '타미플루'나 감기약 '슈다페드' 등의 의약품에서 품귀현상이 발생했고 골관절염 치료제 '이모튼'도 대체약이 없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건당국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등의 정부기관과 관련 단체(대한약사회, 대한의사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한국병원약사회)로 이뤄진 '의약품 수급 불안정 대응 민관협의체'를 운영하며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모양새다.

실제로 대한약사회가 작년 5월에 이어 올해 초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여전히 대다수의 약국에서 품절약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약사회 민필기 약국이사는 지난 17일 전문언론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한약사회는 재작년부터 품절약 사태를 해소하고 약국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약품 균등 공급 사업을 실시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지난 2023년 5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회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라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회 민필기 약국이사
대한약사회 민필기 약국이사

먼저 약국의 '처방조제 빈도가 높은 의료기관 진료과목'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내과가 51%(n=1409)로 가장 많았고 소아청소년과 17%(n=487), 이비인후과 16%(n=455), 정형외과 12%(n=324) 순으로 이어졌다.

다음으로 약국당 수급 불안정 의약품 품목 수는 11개 이상이라는 답변이 37%(n=1040)를 차지했고 7~10개, 3~6개라는 답변도 각각 30%를 기록했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약국이 3개 이상(97%) 품목에 대해 수급 불안정 의약품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특정 의약품이 아니라 전체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대한약사회가 실시하고 있는 의약품 균등 공급이 필요한 제품에 대해서는 ▲슈다페드(코감기약) 31% ▲이모튼(골관절염 치료제) 21% ▲듀락칸이지(변비약) 13% ▲툴로부테롤 패치1mg(노테몬 등) 8% ▲아세트아미노펜 325mg(세토펜 등) 7% ▲브로나제장용정(소염제) 5% 등으로 집계됐다.

민 이사는 "의약품 균등 공급이 필요한 1순위 의약품에 슈도에페드린 제제가 31%로 가장 많다"라며 "약가 인상 후에도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것을 알 수 있고 이모튼정, 듀락칸이시 시럽, 기관지 패치 및 항생제 등이 가장 시급한 의약품으로 꼽혔다"라고 전했다.

다만, 의약품 균등 공급 사업 만족도에 대한 문항에서는 과반이 넘는 응답자(63%)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거나 보통이라고 응답했는데, 여기에는 '숨은 일인치'가 있다.

불만족에 대한 이유가 대부분 균등 공급 의약품 수량이 적었던 까닭이다. 즉, 의약품 균등 공급 사업의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시행 빈도와 약국당 공급 물량에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해결책들이 필요할까. 약사들은 우선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아무리 생산량을 늘려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조제나 공급이 아닌 처방 단계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며,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알림을 통해 의사에게 품절약 정보를 제공해 처방 단계에서부터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 이사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약사회 차원의 수요 조사를 통한 균등 공급에 대해 지속적으로 더 자주, 더 많이 공급해달라는 회원 요청을 알 수 있었다"라며 "하지만 기존 유통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 물량이 확보되었을 때 제한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약국은 동일성분조제 또는 처방 변경 등 중재 활동을 통해 대응하고 있으나 개별 약국의 노력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라며 "또한 근거 없는 처방 변경 불가 처방전, 복잡한 사후변경통보 등이 동일성분조제 활성화의 장애물임을 알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결국 의약품 수급 불안정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공급 부족 때문"이라며 "제약사의 생산 동기를 올려주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필수 의약품 생산을 강제하는 제도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2023년 12월 20일부터 22일까지 전국 개국약사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응답 수는 2790건(응답률 12.4%)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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