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악재'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투자에도 한파가 지속하고 있다. 다만, 최근 美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사, 국내 제약사의 대규모 기술이전 등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회복까진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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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기간 동안 급격하게 상승한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발 고금리 정책이 지속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발발하며 전세계 공급망에도 악영향을 끼쳤고, 국내에서는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이슈,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로 더욱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제약바이오 업계는 다른 산업보다 투자자들의 마음이 더욱 굳게 닫히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VC) BNH인베스트먼트의 차승환 팀장은 최근 국가지식재산위원회 'BIO-IP ISSUE PAPER'에 기고문을 통해 "신약개발,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등을 필두로 하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타 분야에 비해 매출과 이익의 지속적 창출이 어려운 비즈니스가 상대적으로 많다"라고 전했다.

이어 "신약개발을 예로 들면 주된 수입원이 기술이전(Licencing out) 혹은 신약 허가 이후 판매를 통한 매출이 될 것"이라며 "즉, 바이오 기업들은 일정 단계에 도달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어려운 특징을 갖고 있어 대부분 펀딩을 통해 연구개발, 사업개발 등을 위한 자금을 수혈하면서 신속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바이오 업계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속속들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제약바이오 섹터는 연구개발(R&D)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산업이다. 지금처럼 고금리, 고물가 환경이 지속되는 환경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다른 산업에 비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된 기술특례 상장 제도가 최근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IPO 문턱이 높아졌다.

실제로 2005년~2020년까지 코스닥에 기술특례로 새롭게 상장된 회사 대다수는 바이오 기업이었으나 2021년 들어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 모델 개정이 이뤄졌고 상장 예비심사에서도 평가 기준이 강화되며 제약바이오사의 IPO가 어려워졌다.

차 팀장은 "시장성에 대한 평가 기준 강화로 특례상장에 성공한 바이오 기업은 2023년 8월 기준, 전체의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이는 과거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IPO에 성공한 바이오 기업 일부에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심사 기준이 강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가 예상과는 달리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업종별 벤처펀드의 수익 배수 현황에서 바이오·의료 분야는 늘 3위권 안에 포함돼 있는 유일한 업종이다.

벤처투자 분야에서 바이오 섹터와 함께 양대 산맥으로 평가 받는 ICT 산업은 2017년에서야 상위권에 진입했고 게임 분야는 배수의 기복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제약바이오 산업의 이러한 결과는 상당히 인상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재 국내외 증시를 둘러싼 대외적인 환경이 점차 우호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3일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 금리를 5.25~5.5% 수준으로 3회 연속 동결했다. 또한 연준 위원들이 찍은 금리 점도표에 따르면 내년에는 75bp 내린 4.75%, 2025년은 100bp 인하한 3.75%가 전망된다.

장기간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끝나고 통화정책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국 증시 주요 지표들이 일제히 상승하는 등 벌써부터 훈풍이 불고 있다.

또한 올 하반기에 전해진 종근당과 오름테라퓨틱의 대규모 기술이전 소식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종근당은 지난 11월, 글로벌제약사 노바티스와 신약 후보물질 'CKD-510'에 대한 13억 500만 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CKD-510은 종근당이 연구개발한 신약후보 물질로 선택성이 높은 비히드록삼산(NHA, non-hydroxamic acid)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HDAC6 억제제다.

종근당은 이번 계약으로 8000만 달러(약 1060억원)를 수령하고 향후 개발과 허가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 12억 2500만 달러(약 1조 6200억원)와 매출에 따른 판매 로열티를 받는다.

바이오 기업 오름테라퓨틱도 올 11월에 BMS에 항체접합 분자 접착제 'ORM-6151'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 1300억원을 포함해 총 2300억원 규모의 계약이며, 선급금 기준으로는 역사상 최대 실적이다.

차 팀장은 "최근 바이오 시장에서 대규모 기술이전 2건이 발표되면서 업계에서는 바이오 기업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있는 기폭제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라며 "계약의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두 기업 모두 국내 바이오 시장이 침체기에 있는 환경에서 긍정적인 소식을 전달하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켜 주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매크로 경제의 불확실성이나 기술특례 상장에 대한 문제점이 거대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으므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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