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2023년 국내 남성에서 3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 전립선암이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만 해도 신규 전립선암 환자는 2015년 대비 60%나 늘었다. 표면적으로 전립선암 증가가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치료 환경에 어려움이 있다.

호르몬치료제를 사용하면 1~2년은 잘 유지되지만 이후부터는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Castration Resistant Prostate Cancer, CRPC)으로 진행한다. 이 경우 어떤 약을 써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 

거세 저항성은 말 그대로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생존기간이 1년 미만이다. 그런데 거세 저항성 환자의 27%에서 확인되는 유전변이가 있다. BRCA를 포함한 상동 재조합 복구 유전자 변이(HRR)다. 이같은 변이가 확인된 환자는 PARP억제제로 부르는 표적치료를 통해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국내 허가가 이뤄져 임상 현장에서 사용하며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보는 PARP억제제가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린파자(올라파립)다. 린파자는 BRCA 변이나 상동 재조합 유전자 복구 변이가 없어도  처방 가능하다. 다만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의료진과 환자 모두 큰 부담을 가지고 있다.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에 효과 있는 치료제가 많지 않다. 이지열 서울성모병원 비뇨기의학과 교수는 "린파자는 단 한 번이라도 엄청난 차이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치료제가 됐다. 다만, 급여 기준도 허가와 동일하게 나와야 실질적인 치료 혜택을 환자들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린파자는 거세 저항성 초기부터 2차 경구용 안드로겐 수용체 저해제(Androgen Receptor Targeted Agent, 이하 ARTA)와 병용 시 기존 호르몬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을 늘리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린파자 같은 PARP억제제 급여 기준이 어떻게 설정되냐에  따라 전립선암 환자들의 치료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팜뉴스는 이지열 교수를 만나 국내 전립선암 환경과 PARP억제제, 호르몬 요법에 따른 치료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지 얘기를 들었다.

 

이지열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이지열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다음은 이 교수와 일문일답.

▶전립선암 치료 환경이 과거와 비교해 어떤가요.

"제가 전공의를 했던 1994년에는 전립선암 환자가 한 달에 1건 정도 있을까 말까 했는데 지금은 하루에 4~5건 수술을 할 정도니까 완전 격세지감을 느끼죠. 전립선암이 그만큼 많이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고요. 

저는 최근에 양극화 형상이라고 얘기를 많이 해요.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는 전립선특이항원(Prostate-specific antigen, PSA) 검사를 많이 하다 보니까 수술을 안 해도 될 정도로 정말 초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요. PSA 수치를 3ng/mL 미만을 정상으로 볼 때, 서울에서는 4~5ng/mL일 때 벌써 전립선암이 진단되는 거죠.

반대로 시골에서는 한 번도 PSA를 하지 않아서 척추 전이가 생겨 통증이 왔을 때 진단이 시작되거든요. 시골에서는 5000ng/mL까지도 수치가 올라가서 전신까지 전이된 환자들이 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아주 초기나 아주 말기로 가는 경우들이 꽤 많이 있죠."

▶대도시에서 전립선암 환자들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진단이 잘 돼서인가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일단 전립선암은 콜레스테롤이나 서구식 음식하고 연관이 많습니다. 우리 생활 습관이나 음식이 질병하고 연관이 많아요. 전립선암도 동물성 기름, 콜레스테롤하고 연관이  많은데 그게 바로 전립선암 원인인 거죠. 우리나라 식생활이 지금 거의 100% 바뀌었다고 봐도 돼요. 젊은 사람들이 밥보다는 고기 좋아하고 또 이제 튀긴 음식, 과자 같이 콜레스테롤이 많죠. 

한식 위주일 때는 당뇨가 많고 전립선암은 별로 없었는데, 미국으로 이민갔다 그러면 갑자기 전립선암이 확 증가를 해요. 왜냐 주식이 바뀌기 때문에요. 예전에는 인종 차이 아니냐 그랬는데 이게 음식하고 깊게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예전에는 전립선암이 10대 암도 아니었어요. 지금은 남성에서 3위이고, 남녀 통틀어서 6위로 올라섰거든요. 이게 점점 올라갈 거예요. 5년에서 10년 안에는 서양과 마찬가지로 남성암 1등은 전립선암, 여성은 유방암이 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전립선암이 조기 치료하고 말단으로 양극화 돼 있다고 말해주셨는데, 현재 치료법은 과거하고 어떻게 달라졌나요.

"많이 달라졌죠. 예전에는 국소 전립선암은 수술, 국소 진행성 전립선암은 방사선 치료, 전이성 전립선암은 호르몬 치료 이렇게 갔단 말이죠. 그런데 전립선암 극초기에 진단하다보니까 과잉 진단이나 과잉 치료(overdiagnosis and overtreatment) 같은 회의감이 생기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거 수술해도 되나 그냥 지켜보면 안 될까" 같은 회의감이 생기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초기에 발견된 전립선암은 능동적 감시(Active Surveillance)라고 수술하지 않고 지켜보거나, 전립선을 다 제거하지 않고 국소 치료로 암 부위만 없애거나, 수술도 예전처럼 넓게 떼는 게 아니라 로봇으로 신경을 보존하는 전립선 절제술 이렇게 많이 변화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국소 치료가 전부 다 수술을 했다면 지금은 쉽게 3개 가닥으로 가고 있는 거죠.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 삼간 다 태운다고 그러잖아요. 전립선암 수술을 하고 나서 제일 큰 문제가 요실금하고 발기부전이거든요. 젊은 남자들한테 전립선암이 많이 생기는데 전립선은 괄약근하고 붙어 있어서 수술하고 나서 요실금이 올 수도 있고, 또 발기부전이 생기면 성생활을 어떻게 해요.

예전에는 암이라고 하면 무서워서 그냥 빨리 수술하고 재발하지 않는 것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치료 트렌드가 바뀌었어요. 이제 초기 전립선암은 수술하지 말고 시술해서 치료하거나 능동 감시 기간을 늘린 다음에 수술을 하자. 쉽게 말하면 성생활을 활발하게 할 시기니까 시간이 지나서 나이가 들면 수술하면 좋겠다는 개념 변화가 오는 거죠. 

약물 치료도 마찬가지예요. 예전에는 전립선암이 치료 약물이 없었어요. 근데 전립선암은 특이하게도 남성호르몬을 먹고 자라거든요. 남성호르몬을 차단시켜주니까 전이된 부위가 없어지는 아주 놀라운 효과가 나와요. 전립선암은 온몸에 전이가 돼 있어도 일단 호르몬 치료를 하면 2년 동안은 아주 깨끗하게 없어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반응이 아주 좋아요. 

옛날에는 약이 없으니깐 전이성 암은 호르몬 치료로 버티다가 재발하면 항암 치료가 표준이었는데, 최근에 신약이 많이 나와서 치료 방법도 엄청나게 변하고 있는 게 전이성 암의 특징이기도 하죠."

▶항암 요법에는 어떤 치료제를 쓰나요

"일반적으로 항암은 빨리 자라는 세포를 표적하는 치료예요. 암세포가 정상 세포보다 빨리 자라니까 약을 쓰면 암만 죽겠죠. 그래서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빨리 자라는 머리카락이나 골수에서 혈액 생성 능력이 떨어져요. 백혈구 수치도 떨어지고, 기운도 없어지고 머리가 빠지고 하는 부작용이 있는 거예요.

전립선암 세포는 놀랍게도 빨리 자라지 않아요. 그래서 초반 전립선암은 항암 치료를 안 하고 호르몬 치료를 해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남성호르몬을 먹고 살아서 호르몬 차단제를 쓰는 게 항암 치료의 첫 번째이고, 기본적으로 항암 치료라고 안 하고 호르몬 치료라고 얘기하죠."

▶그러면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은 약물 요법이 어떻게 되나요

"호르몬 치료는 남성 고안을 거세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나타내거든요. 남성 호르몬을 감소 시키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1~2년 효과가 잘 갔어요. 그랬다가 더 이상 호르몬 치료에 반응을 안 하고 재발하면 우리가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이라고 그래요. 당연히 호르몬 치료에 반응을 안 하고 PSA 수치가 다시 올라가니까 약을 바꿔야 되겠죠.

1차 호르몬 치료제가 있고 2차 호르몬 치료제가 있어요. 2차 호르몬 치료제는 안드로겐 수용체 차단제가 있는데 지금은 또 PARP억제제라고 상동 재조합 유전자 복구 결핍을 표적하는 치료제가 있어요. 신약이 계속 나오니깐 어떤 전략으로 가야할지, 어떤 병용을 할지가 고민이 많아지기 시작했죠."

▶방금 고민이 많다고 하셨는데 안드로겐 수용체 차단제랑 PARP억제제랑 쓰임이 각각 다를 것 같은데요.

"기본적으로 치료제를 얘기하자면 전립선암은 한 종류의 암이 아니예요. 그래서 호르몬 반응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굉장히 헤테로지니어스(Heterogeneous, 암세포 형태나 유형·특성이 매우 다양함을 뜻함)해요. 

전립선암에 호르몬 치료를 하면 호르몬 민감성 세포들이 다 죽겠죠. 근데 거기에 호르몬 저항성 세포가 남았다가 치료를 끊으면 호르몬 반응 세포가 다시 자라요. 그래서 호르몬 치료를 기본으로 계속 억누르고 가면서 새로운 약제로 호르몬 저항성 치료를 같이 해줘야 하는 거죠. 이게 호르몬 치료 기본이예요.

그 다음에 남성 호르몬이 어느 정도 수준 이하로 떨어졌고 2차 호르몬 치료제인 자이티가(아비라테론)나 엑스탄디(엔잘루타마이드), 뉴베카(다롤루타마이드), 얼리다(아팔루타마이드)를 사용하니 치료 효과를 보였어요. 호르몬 저항성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전에 따라 또 약이 듣기 시작한 거죠.

이런 약들을 거세 저항성에 써봤더니 한 11개월 정도 효과가 있는 거죠. 이제 1~2년은 단순히 호르몬 치료를 했다가, 그 다음 2차 호르몬제를 쓰면서 11개월 생존 효과가 생긴 거죠. 

그래서 또 연구한 게 처음부터 1차 호르몬제랑 2차 호르몬제를 병용하면 어떨까 하고 써봤더니 두 개를 합쳐서 쓴 게 생존율이 더 좋아지더라고요. 이런 병용 치료가 지금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치료법이 된 거고, 자이티가나 엑스탄디를 호르몬 치료제랑 각각 병용하는 걸 아예 치료 전략에서 권고하게 된 거죠."

▶1차 호르몬과 2차 호르몬 제제를 병용한 후에는 어떻게 하나요.

"PARP억제제가 나오기 전에는 호르몬 치료에 실패하면 도세탁셀이나 카바지탁셀 같은 항암화학요법을 하는 게 표준치료였어요. 새로운 약제들이 나와서 점점 앞단으로 들어오니까 항암요법이 자꾸 뒷단계로 밀려가죠.

카바지탁셀이나 도세탁셀 쓰면요 굉장히 힘들어요. 약이 독하잖아요. 항암 치료는 합병증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의사들은 될 수 있으면 항암요법은 말단에 쓰고, 환자들도 견디기 좋고 PS 수치도 잘 떨어지는 그런 약제를 쓰고 싶어 하지 않겠어요."

▶PARP억제제는 유방암에서 BRCA 변이 때문에 많이 사용했는데 사실 전립선암에서는 생소해요. 또 BRCA1과 BRCA2로도 나뉘는데 전립선암에 효과 있는 이유가 뭔가요.

"예전에는 유전자 검사라는 게 상용화돼 있지 않았을 때 우리나라가 제일 먼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에 보험을 해서 여러 암종에 검사를 시작했고, 전립선암에 유전자 검사를 하니까 BRCA 2가 굉장히 많이 나와요. 유방암은 BRCA 1이 아주 많이 나타나고 전립선암은 BRCA 2가 우세한 거죠.

BRCA가 나오는 사람들한테 PARP억제제 치료를 하면 효과가 좋겠다고 임상을 시작했는데, BRCA가 없는 환자하고 생존율이 비슷할 정도로 생존기간이 엄청 좋아지니 놀라운 거죠. 상동 재조합 유전자 복구 변이(HRR)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고요.

그래서 PARP억제제를 먼저 유방암에 썼고 지금은 치료가 어렵다는 난소암, 췌장암, 전립선암에서 허가가 된 거예요. 그런데 BRCA 유전변이가 나온 환자한테 이 약을 안 쓰잖아요. 예후가 엄청 나빠요. 문제가 유전자 검사로 BRCA 돌연변이가 100% 검출이 안 돼요. 위음성 문제가 있는 거죠.

백혈구에서 찾아내는 생식세포 변이(Germline mutation)가 있고, 암 세포에서 나타나는 체세포 변이(Somatic mutation)가 있는데 PARP억제제는 이 두 개가 BRCA 변이에서 나오기만 하면 치료 효과가 좋은데, 없으면 쓸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지금 어떤 유전자 검사로 대상 환자를 정확하게 찾아낼지가 뜨거운 이슈에요."

▶상동 재조합 복구 유전자(HRR)에 BRCA가 포함되는 건가요, 유전자 검사 시에는 HRR이 아닌 BRCA 검사를 하게 되는 건가요.

"HRR 변이에는 ATM, CHEK2 같은 15개 유전자가 있어요. PARP억제제를 쓰면 이런 변이들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데 BRCA 1,2에서 제일 효과가 좋으니 허가 사항대로 보험을 해주겠죠. 린파자는 아직 급여는 적용되지 않고 있어요."

▶효과라면 무엇을 말하나요.

"치료 효과가 몇 퍼센트까지 나오는지를 보는 거고, 그다음 반응을 언제까지 끌고 가느냐. 이런 것들을 그간 논문 결과를 보고 간접적으로 비교해보는 거죠. 헤드투헤드(Head to head, 직접 비교)로 비교하면 또 다를 수 있지만요."

이지열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이지열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지금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에 1차 호르몬과 2차 호르몬 치료제, PAPR억제제 이렇게 애기해주셨는데 PAPR억제제로 쓰는 건 린파자 뿐인가요.

"아스트라제네카 린파자가 있고 그 다음 니라파립(GSK, 제줄라) 외에도 탈라조파립(화이자, 탈제나), 루카파립(클로비스, 루브라카) 해가지고 많은 약들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허가받은 거는 린파자 밖에 없어요."

▶정부가 정한 급여 기준대로 치료제를 써야 하는데,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에서 치료 전략은 어떤가요.

"모든 약을 쓸 때는 임상 스터디 결과를 바탕으로 써야 되는 거예요. 원래 치료 전략은 1차 호르몬치료하고 2차 호르몬제 자이티가나 엑스탄디를 쓰고 거세 저항성이 생기면 PARP억제제를 쓰는 것인데.

2차 호르몬제를 쓰고 거세 저항성이 계속 진행하면 PARP억제제를 쓰는 PROFOUND 임상이 있었고, 거세 저항성 초기부터 자이티가나 엑스탄디를 린파자랑 병용하는 게 효과가 더 좋은 걸로 나온 PROpel 임상이 있어요.

그래서 이제 호르몬 반응에서 거세 저항성이 생겼다면 두 가지 옵션이 있겠죠. 처음부터 호르몬제하고 린파자를 같이 쓰거나, 기존 처럼 약을 하나 먼저 쓰고 나중에 린파자를 사용할 수 있겠죠. 이건 앞으로 급여 기준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서 전략이 정해질 것 같아요."

▶린파자가 작년 4월 암질심까지 갔는데 약평위에서 협의가 결렬됐어요.

"약가 때문에 그런 걸로 알고 있어요. 아까  니라파립, 탈라조파립, 루카파립 얘기도 했지만 직접비교 연구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볼 때 임상적 효과 면에서 린파자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니라파립은 임상 효과가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 있고, 탈라조파립은 효과는 좋은데 빈혈 같은 부작용이 많아요.

지금 비급여 상황에서 허가받은 내용을 보면 린파자는 모든 환자한테 쓸 수 있는 올커머(All-comer)예요. BRCA 변이나 HRR에 관계없이 다 쓸 수 있는 거죠. 니라파립이나 다른 약제는 BRCA 1, BRCA 2가 나와야 쓸 수 있어요. 그러니까 린파자는 적응증을 아주 좋게 받았죠. 

모든 환자한테 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예요. 다른 약제들은 유전자검사에서 BRCA나 변이 유전자가 안 나오면 약을 쓸 수 있는 기회조차 없어요. 린파자는 올커머로 허가받아서 쓸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지는 거죠. 의사나 환자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써볼 수 있는 약이 하나 더 있다는 거는 엄청난 차이고, 유전자 변이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게 린파자의 가장 큰 장점이예요."

▶환자들이 실질적 혜택을 보려면 급여까지 돼야 하겠네요.

"그렇죠. 급여 기준까지 그렇게 나오면 너무 좋죠. 전 세계적으로 화제에요. 제가 아시아 태평양 비뇨기종양학회 회장이기도 하고, 세계 비뇨기종양학회 임원이기도 한데 얘기해보면 전 세계 허가 상황을 서로들 공유하고, 알고 싶어 하는 게 많아요."

▶그런데 급여는 사실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적응증별 약가는 어떻게 보세요.

"어려울 것 같아요. 글로벌 본사가 결정한 약가가 있는데 한국만 저렴하게 낮추는 거는 거의 불가능하죠. 그래가지고 한국에서 판매 안 한다고 철수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떻게 해서든 적응증이 허가되고 급여권으로 들어와야 의사나 환자나 편안하게 쓸 수 있는데, 의사로서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죠."

▶린파자 처방 상황은 어떤가요.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들이 있긴 한데 비급여라 많이 사용하지 않아요. 일부 환자가 돈 내고 쓰겠다고는 하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BRCA 1,BRCA 2변이 환자는 반드시 급여가 들어가서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HRR 변이 15가지도 같이 들어가면 더 좋겠지만 BRCA 환자군은 반드시 급여를 해야 하는 거죠."

▶PROpel, PROFOUND 임상은 방사선학적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 질병 진행, 사망 감소 효과가 좋게 나왔어요. 린파자의 두 임상 결과가 전립선암 치료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보세요.

"굉장히 큰 영향이 있다고 봐요. 기존 국제 가이드라인은 거세 저항성에 빠지면 2차 호르몬제로 자이티가, 엑스탄디 쓰다가 이제 PARP억제제를 쓰라고 권고해서 3차 치료에 들어왔거든요. 지금은 또 호르몬에 반응하는 민감성이어도 처음부터 자이티가나 엑스탄디를 호르몬 치료하고 같이 쓰라고도 하잖아요. 이렇게 임상 연구는 가이드라인을 쫒아가요.

PROFOUND 임상 기반으로 2차 치료 이후에 PARP억제제 쓰다가 PROpel 발표 이후부터는 거세 저항성이 되자마자 자이티가나 엑스탄디하고 PRRP억제제를 병용하는 걸로 치료 환경이 바뀐 거죠.

지금은 어떤 임상을 하고 있는지 아세요? 전이가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유전자 검사를 해요. 그래서 BRCA 변이가 나왔으면 세 가지 약을 같이 써요. 처음부터 1차 호르몬, 2차 호르몬 약제 쓰고 PRRP억제제를 쓰는 거예요. 아직 임상 결과는 안 나왔는데 2제하고 3제 요법하고 비교할 때 생존기간 차이가 나면 당연히 PARP억제제가 1차 약제로 갈 수도 있겠죠."

린파자 PROpel, PROFOU상

■PROFOUND 임상(린파자 단독요법)

린파자는 BRCA 변이 mCRPC 환자를 대상으로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78% 감소 시켜 rPFS 중앙값 9.8개월로 엑스탄디∙자이티가의 3개월 대비 개선했다. 

HRR 변이 환자에서도 rPFS 5.8개월로 대조군 3.5개월 대비 효과를 확인했으며 사망 위험은 21% 줄였다.

■PROpel 임상 (린파자 +자이티가 또는 프레드니솔론 병용요법)

·린파자 병용요법은 항암화학요법 치료경험이 없는 mCRPC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 병용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4% 감소시켰다. rPFS 중앙값은 8.2개월 연장시켰다. 

HRR 변이가 있는 경우 위약 병용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50% 줄였다. 까지(HRRm: HR 0.5, 95% CI, 0.34 to 0.73 / non-HRRm: HR 0.76, 95% CI, 0.60 to 0.97), BRCA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76%까지 개선했다.

 

▶전립선암에서 방사선학적 무진행 생존기간(rPFS)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가 있나요.

"옛날에는 호르몬 치료, 항암 치료할 때는 죽느냐 사느냐로 결판을 냈어요. 지금은 방사선 치료 하니깐 생존율을 보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그러면 임상 연구를 몇 년은 더 해야 해요. 제약사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환자도 엄청나게 늘어나야 되는데 그거 감당하기 어려워요. 

원래 전체생존기간(OS)을 봐야 하는데 영상학적으로 암이 진행했느냐 안 했느냐 가지고 결정하는 게 효과를 판정하기가 좋은 거죠. 영상학적인 건 골 스캔, CT, MRI, PSMA PET CT 등을 하는 건데 PRRP억제제를 안 썼을 때 암이 진행하는 게 6개월 걸렸는데, PRRP억제제 쓰니깐 12개월까지 잘 유지가 되네. 이런 걸로 약의 유효성을 어느 정도 판정할 수 있죠."

▶앞으로 전립선암 치료는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세요.

"급여가 된다고 하면 엑스탄디나 자이티가랑 린파자를 처음부터 병용하는 게 좋아요. 전립선암이 호르몬 저항성으로 빠지는 순간에는 어떤 약을 써도 생존기간이 짧아요. 그런데 그전부터 쓰면 저항성이 되는 기간을 늦출 수 있을니깐 오래 갈 수 있거든요. 

제 임상에 들어온 환자가 있어요. BRCA 변이가 있고 PSA가 200ng/mL 정도로 높았는데 사진을 찍어보니깐 임파선에 전부 전이가 있던 거죠. 그래서 1년간 PARP억제제를 썼는데 촬영을 해보니깐 하나도 안 보여요. 완전 관해가 된 거죠. 

영상의학과 선생님이 "이 사진을 처음 봤다고 하면 임파선 전이가 없었던 환자라고 판독하겠다"고 할 정도로 완벽하게 없어지는 환자들이 있어요. 이 환자가 저항성에 빠지기 전에 약을 쓴 건데 그 케이스를 보고 나서는 BRCA 유전자가 있는 사람한테는 반드시 처음부터 써야겠구나 생각이 드는 거죠. 

린파자가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 입증이 되고 있는 상황인데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와 논문이 나올 거예요."

▶1차치료부터 BRCA 변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진단이 되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진단 검사도 급여가 제한되잖아요.

"급여가 돼도 지금은 비싼 거죠. 그래도 전 세계에서 NGS 검사에 급여가 적용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어요. 예전에는 10개 암종에만 해줬다가 지금은 모든 암종으로 풀어줬고, 3~4기는 환자가 50%만 내면 되는 거죠.

앞으로 유전자 검사는 점점 싸져요. 조금 더 지나면 10만 원 하는 시절이 올 건데 사람들이 그냥도 한번 하지 않겠어요.

유전자 검사가 지금은 비싸서 우리나라 보험 수가상으로는 3기 4기인 앞으로 약을 쓸 기회가 있는 사람을 해주겠다는 거죠. 1기 2기는 수술만 해도 끝나서 굳이 유전자 검사를 할 필요가 없겠지만 3기 4기는 재발 확률이 50% 90%니까 미리 검사를 해놓는 거죠."

현재 전립선암에서 BRCA 변이 확인을 위한 검사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기반 유전성유전자 검사와 비유전성유전자 검사가 있다. 유전성 유전자검사는 질환 별 1회 50% 선별 급여 적용 가능하며, 비유전성 유전자는 진행성·전이성·재발성 환자만 진단 시 1회, 재발 및 치료 불응 시 추가 1회 50% 선별 급여 적용이 가능하다.

▶전립선암 치료 환경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면요.

"지금 전립선암 발병 환자가 점점 젊어지고 있어요. 옛날에는 전립선암 수술 환자 중에 40대가 한 명도 없었는데, 40대 수술 사례가 벌써 10명이 넘어요. 30대도 나와요. 이건 정말 생활 패턴 등이 바뀌어가지고 일찍부터 자꾸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유방암이나 자궁경부암에 대한 검사는 국가암 검진에 들어가 있는 반면에 전립선암 검진은 없거든요. PSA 검사비가 1만원도 안 해요. 피 검사 한 번만 하면 전립선암을 다 진단할 수 있어요. 찾을 수 있는데도 국가 암진단에 빠져 있어서 안 좋은 상황이 생기는 거예요."

▶PSA 진단을 확대해서 거세 저항성 진행을 막는 게 이득이라는 거군요.

"훨씬 낫죠. 미국과 유럽도 똑같은 이슈가 있었어요. PSA 검사를 하지 말자고 해서 진단율이 뚝 떨어졌어요. 발생률은 떨어지는데 사망률이 확 올라가는 거예요. 검사가 돈이 많이 들고 굉장히 어려운 거면 뭐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만 원도 안 하는 피 검사 한 번으로 진단할 수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전립선암 환자들한테 힘이 되는 얘기를 해주신다면요.

"다른 암들은 치료가 워낙 힘드니까 항암 치료 몇 번 하면 대부분 포기를 해요. 그런데 전립선암은 호르몬 치료가 워낙 좋아요. 1~2년 쓰다가 내성이 생겨서 PARP억제제 같은 약제를 써야 할 때 유전자 검사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아직도 수십만 원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유전자검사를 안 하면 이 약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거든요.

전립선암도 유방암처럼 BRCA 변이가 중요하고 치료했을 때 결과가 훨씬 좋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제 유전자 검사의 시대가 왔어요. 유전자 검사로 PARP억제제를 쓸 수 있으면 너무 효과가 좋은데 잘 안 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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