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국가 필수약 안전공급 예산'은 미스터리다.

식약처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예산안'에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희귀질환자들을 위해 써온 약 10억이 목록에서 빠졌다. 매년 수억원씩 편성된 예산이 갑자기 없어진 셈이다. 

그런데도 식약처와 희귀필수약센터는 예산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이미 받은 돈으로 충분히 운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예산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 예산을 통해 '판매 대금'이 수익으로 잡히기 때문에 새로운 편성이 필요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매년 국가필수약 수요는 넘처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예산을 운용해서 부족한 의약품 수요를 감당하기 벅찰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약사 사회는 식약처와 센터의 입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결정이 희귀질환으로 신음하는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팜뉴스는 식약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토대로 '국가필수약 예산 미스터리'를 전한다.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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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채산성이 없어 국내 공급이 중단된 국가 필수약에 대한 위탁 제조 사업을 시행 중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사업성이 떨어져 필수약 공급을 중단할 경우 센터가 업체에 위탁하는 방법으로 의약품을 제조하는 사업이다. 

올해 10억에 달하는 예산이 배정된 배경이다. '국가필수의약품 안정 공급 지원'을 위해 확정된 예산은 9억 9900만원이었다. 기존 위탁제조(5개 품목) 5억과, 신규 위탁제조(4억 9900만원)를 더해 약 10억이다.

특히 식약처는 올해 연구개발비 1억 8600만원과, 생산비 3억 1300만원의 예산으로 이소프로테레놀염주 한 개 품목을 국내사에 위탁 제조를 맡겼다. 이소프로테레놀염주 주사제는 암담스병, 심근경색, 급성심부전에 사용된 유일한 약제였는데 한국화이자제약이 2020년 5월 공급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이윤이 남지 않아 생산을 중단했지만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약이 희귀필수약"이라며 "식약처가 국내 제약사를 통해 위탁 제조에 나서면 환자들이 공급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 급여 혜택을 또는 재난적 의료비 시스템 등 다양한 지원 제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국가 필수약 안정공급 예산' 항목 자체가 없어졌다. 건강사회를 위한약사회(건약)이 예산 삭감 문제를 제기한 이유다.

건약 이동근 팀장은 "공급 중단 및 공급 부족으로 식약처에 보고된 약물은 2022년 총 247개"라며 "2023년은 상반기에만 172개였다. 하지만 식약처 2024년 예산안에서 국가필수의약품의 안정공급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식약처가 의약품 공급 수급 불안이 심화된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필수희귀의약품 센터 관계자는 "예산 삭감이 아니다"며 "올해 이미 민간자본보조금 형식으로 약 10억을 받았다. 위탁제조 사업을 통해 약을 생산하고 판매한 대금을 다시 반환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있었다. 회전자금으로 운용하도록 예산 성격이 달라졌다. 내년도 예산을 또 받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도 같은 입장이다.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관계자는 13일 팜뉴스 측에 "예산을 회전시켜 운용하는 것"이라며 "예산 삭감이 아닌데 예산 삭감으로 나간 부분은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예산을 쓰고 반환하는 과정이 너무 비효율적이란 지적 때문에 예산의 성격을 달리한 것이지 환자들의 예산을 깎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건약은 이를 즉각 반박했다.

이동근 건약 팀장은 "예산을 새로 편성하지 않아도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매년 새로운 약이 공급 중단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대응 여력이 필요한데 예산이 없다면 새로운 약에 대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소프로테레놀염 생산에만 5억 가까운 돈이 들었다"며 "예산을 미리 잡지 않고 새로운 위탁 제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데 예산 삭감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약 10억을 올해 받았고 판매 대금을 회전시켜 돈을 계속 쓰겠다는데 얼마나 부족한지, 얼마나 남는지에 대한 예상도 어렵다. 환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식약처가 안일한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팜뉴스는 식약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의 추가 입장을 듣는대로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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