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상을 다녀왔다. 동문회에서 문자가 와서 확인해보니 대학 동기였다. 평소 연락을 주고받는 절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끔 통화를 하던 친구인데 갑자기 부친상을 당했다는 소식에 장례식장으로 찾아갔다.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하고 보니 낯익은 얼굴이 몇 명 있었다. 코로나 이후 전체 모임이 없다보니 다들 몇 년만에 만나게 된 대학 시절 친구들이었다. 

수원센트럴요양병원 홍두희 원장
수원센트럴요양병원 홍두희 원장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얼굴을 보니 다들 얼굴에 나이만큼의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못 느꼈던 생경한 느낌이었다. 기억 속의 친구들의 얼굴은 대학생때 모습인데, 내 앞에 앉은 중년의 아저씨-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나이이다-의 얼굴이 과거 모습과 겹쳐져서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다들 비슷한 나이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워서 그런가 삶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근황을 묻고 서로 비슷한 고민거리를 풀어내는데 정리해보니 크게 3가지였다. 

첫 번째는 아이들 고민이었다. 공부를 잘 시켜서 좋은 대학 보내고 싶은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 속 소망이자 현실에서의 벽에 부딪혀 전전긍긍하는 인생의 큰 숙제인 것이다. 우리 역시 학창시절 부모님 속썩이고 말 안듣고 그렇게 살았으면서도 내 자식이 나한테 그러는건 참 힘들어하고 푸념을 늘어놓았는데, 아마도 부모님들이 옆자리에 계셨으면 ’그 애비에 그 자식이지 뭐, 너는 더했다.‘ 라고 일침을 놓으실 것 같았다. 

두 번째 고민은 본인 건강 걱정이었다. 노안으로 시작하더니, 무릎이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로 해서 예전 어른들이 왜 그렇게 움직일 때마다 아이구 하셨는지 이제 이해가 간다고 하였다. 맞장구를 치면서 다들 하나씩 여기 저기 아픈데를 풀어놓는데, 잠시 이 자리가 환우회 모임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의사라 해도 딱히 건강 관리를 안 하면 나이는 어쩔 수 없는데 다들 바쁘게 살아 운동도 잘 못하는 상황이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어울리려나 어미게가 자식게에게 너는 똑바로 걸어라 하면서 옆으로 걷는 것이 어울리려나,

그러다 대화는 갑자기 각자 부모님 안부로 넘어갔다. 들어보니 최근에 수술을 안 한 부모님이 안 계셨다. 우리 아버지 포함 다들 크고 작은 수술은 몇 번씩 하셨고, 그 병치레에 병원 다니면서 정신없던 얘기 하다보니 사람 사는거 참 별다를거 없다 싶었다. 다들 더 말은 안했지만 이렇게 모이는 자리가 어느새 결혼식 자리에서 장례식장 자리가 된 상황이 착찹하고 괜히 본인이 이런 자리를 만드는 사람이 될까봐 겁이 났을 것이다. 

상주가 짬이 났는지 옆자리로 와서 그간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다. 파킨슨병으로 몇 년을 고생하셨는데, 자식이 의사라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 병이다 보니 마음 고생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집에서 넘어지셨는게 그게 골절이 되고, 그 이후 여러 안좋은 상황이 되어 돌아가시게 되었다고 했다. 

필자의 병원에도 낙상으로 입원하게 된 분들이 여럿 있다. 고령이고 여러 질환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 넘어지는 것이 먼저인지, 신체 기능이 저하되어 중심을 잡을 힘이 없어 넘어지게 된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낙상 후 침대에서 1개월 정도 안정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다시 걷는 것은 무리이다. 근감소가 급격히 진행되고, 재활을 한다 해도 기초체력이 좋지 않은 경우 오히려 낙상 위험만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람이 스스로 걷지 못하고, 스스로 먹지 못하고, 스스로 용변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그 다음부터는 온갖 문제가 다 발생하기 시작한다.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마지막은 똑같다. 그 문제를 대처해 가는 것이 필자의 역할이지만 때로는 이런 생각을 한다. 왜 사람이 이렇게 아프다 죽어야 하는가. 그냥 태어날 때 언제 죽게 될지 날짜를 미리 받아서 그 전날에 가족에게 작별인사 하고 잠들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나는게 어찌 보면 제일 복받은 인생 마무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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