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정부가 의료인력 부족과 필수의료 붕괴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의사 사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필수과목 기피 현상을 해소하지 않은 채 무작정 숫자만 늘린다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까닭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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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26일 서울 정부청사 브리핑을 통해 "오는 2025년학년도부터 여력이 있는 의대부터 입학정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우선 고려하겠다"라며 "증원 수요가 존재하지만 추가 역량이 필요한 곳은 대학별 투자계획 이행 등을 확인해 2025년학년도 이후부터 증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지난 10월 29일에는 전국 40개 의과대학에 공문을 보내 입학정원 확대를 위한 수요조사에 착수했다. 각 대학별로 역량을 고려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인원 및 최대인원을 산출한 후 이에 맞는 증원 수요를 작성해 제출하면 복지부는 교육부 등과 함께 '의학교육점검반'을 꾸려 타당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의사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10월 한 달 동안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수의 의원들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최하위이지만 급여는 최고 수준이다"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정의사 수 확보가 필수이지만, 지난 2000년 이후 의대 입학 정원이 동결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의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라며 "서울 BIG 5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지방 보건소 공중보건의 인력 공백, 소아과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그러나 의사 사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목할 점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대한의사협회나 의학 단체가 아닌, 의료 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의사들이라는 것이다.

구독자 113만명(2023년 10월 기준)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유튜버 '닥터프렌즈'는 최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닥프(닥터프렌즈)의 생각'이라는 영상을 게시했다.

닥터프렌즈는 정신건강의학과(오진승), 내과(우창윤), 이비인후과(이낙준) 전문의 3명으로 구성된 의학 유튜브 채널로 의학 상식이나 유익한 의료 정보들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의학 전문 유튜버 닥터프렌즈(출처=닥터프렌즈 유튜브 채널)
사진. 의학 전문 유튜버 닥터프렌즈(출처=닥터프렌즈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우창윤 전문의는 "한가지 분명하게 하고 싶은 점은 정권에 따라 저희의 생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라며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에도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한다는 영상을 업로드한 바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오히려 생각의 변화는 제가 읽는 책이나 주변 지인들과의 대화,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과 주고받는 경험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라며 "정권에 따라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들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커다란 위기 속에 있으며 적절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는 줄고 노인은 늘어나면서 인구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필수 의료가 붕괴되고 있지만, 본질적인 고민 없이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지금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우 전문의는 "의대 증원이라는 정책이 나온 배경은 현재 의사가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 같다"라며 "하지만 동네에 개업한 의원이나 미용, 피부, 성형외과 의사가 부족한 것은 아니며 소아과,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와 같은 필수의료 병원들은 현저히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말해 어떤 의사들은 너무 많은 반면, 또 어떤 의사들은 극히 적은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라며 "지금은 전체 의사 수가 많고 적음을 따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전국 소아과 전문의 TO는 총 207명이었나 33명이 지원하면서 소아과 지원율 15.9%를 기록했고, 강남세브란스 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작년부터 소아 환자 응급 진료를 중단한 상태다. 외과 전공의 지원율 2019~2022년까지 92%에서 75%로 떨어졌고, 흉부외과는 66%에서 47%로 감소했다.

자료=닥터프렌즈 유튜브 채널
자료=닥터프렌즈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는 현 상황을 수도관과 깔때기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물(의대생)이 깔때기로 들어오면 이들은 필수의료 과목과 인기과 및 전공의 수련을 하지 않는 일반의(GP)로 나뉘게 되는데, 5:5라는 비율을 이상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인기과목으로의 쏠림이 심해지면서 비율이 8:2까지 오게 된다면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과들로는 지원자가 적어지는 이른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우 전문의는 "양쪽으로 흘러가야 할 수도관의 물이 한쪽으로만 과도하게 흐른다면 배관공을 불러 수도관을 고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지금 나오는 대책들은 원래 100의 물을 붓던 것을 150, 200으로 늘리자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이 비율이 더 악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관 한쪽이 막혀버리면 물을 많이 부었음(의대 증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쪽(필수의료)은 물이 부족하고 다른 쪽(인기과목)은 넘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의사들의 소송 리스크 감소와 ▲필수진료만으로 병원을 경영할 수 있게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에서는 확률적으로 의료 사고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필수의료 수가는 낮게 고정이 된 반면, 의료사고 보상금액은 진료비 대비 너무 커졌다는 설명이다. 또한 필수의료의 낮은 수가만으로는 병원 경영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비보험 진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인 상황이다.

오진승 전문의는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가 직면해 있는 문제는 단순히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며, 이러한 정책은 한 번 시행되면 다시 되돌리기가 어렵다"라며 "예민한 현안에 대해서 왜 의사들이 반대하는지 (국민들이) 경청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비난이 아닌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한 성숙한 토론이 이뤄지길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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