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 정책팀장이 식약처 국감 참고인으로 나섰다. 이 팀장은 식약처의 국가 필수의약품 대규모 지정 해제 관련해서 건약을 대표해 수차례 성명을 냈던 주인공이다. 

그는 오유경 식약처장 바로 앞에서 국가 필수의약품 지정 해제 기준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식약처가 타당한 근거 없이 국가 필수약 지정 해제한다면, 의약품 안정 공급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염병, 테러, 방사능 유출 등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가 필수 의약품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팜뉴스는 남인순 민주당 의원과 이 팀장의 국감 발언을 토대로, 식약처의 국가 필수약 해제 시도에 담긴 '숨은 일인치'를 짚어봤다. 

이동근 건약 팀장(좌)

 

남인순: 식약처가 국가필수 의약품 지정을 해제 검토 중인 의약품이 90개(식약처는 지난 8월 지정해제 대상안 90개 성분 및 제형 목록을 공개했다)로 드러났다.  이중 "전문가 평가 결과 기준 점수 이하"를 이유로 48개, "미허가 및 5년 내 긴급도입 이력 없음"을 근거로 25개가 포함됐다. 건약에서는 식약처가 밝힌 지정 해제 사유가 빈약하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동근: 식약처의 주요 지정 해제 사유는 3-4개 정도다. 하지만 저희는 3-4개의 지정 해제 사유 전부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식약처는 전문가 평가 점수가 기준 점수 이하일 때 국가 필수약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필수약은 지정 사유가 개별 의약품마다 다르다. 

때문에 여러 기준들을 종합하고 점수로 만들어 기준 점수 미달이란 이유만으로 해제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식약처가 제시한 "미허가 및 5년 이내에 사용 이력이 없는 약"이란 지정 해제 사유도 마찬가지다. 

이뿐이 아니다. 식약처는 일부 필수의약품에 대해 다수의 허가 품목이 시장에 나와있단 이유로 필수약 지정 해제를 검토 중인데, 이는 품절약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품절약 사태가 의료 현장에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항생제 같은 약을 필수약 목록에서 해제하면 당장은 아니어도 훗날 약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지정 해제를 하는 것은 식약처가 의약품의 안정공급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남인순: 그렇다면 오유경 식약처장에게 묻겠다. 필수 의약품 무더기 지정 해제가 능사가 아닌 것 같은데 이 참고인의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유경: 국가 필수의약품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하려고 한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좀 더 논의를 수렴하면서 진행하겠다.  

'여기까지'가 이동근 팀장과 남인순 의원 그리고 오유경 처장의 국감 현장 발언 내용이다. 팜뉴스는 19일 이동근 팀장과의 유선 인터뷰를 통해 건약의 구체적인 주장을 들어봤다. 

문:  국감에서 "필수약 자체는 지정 사유가 의약품마다 다르다"며 "때문에 여러 가지 기준들을 종합하고 점수로 만들어서 그것이 기준점수 미달이란 이유만으로 지정 해제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는다.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가 

: 애초에 국가 필수약이 지정될 때 지정 사유가 각기 다른데 한 가지 평가점수로 판가름하면 본래의 지정 목적에 따라 평가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에이즈 치료제들은 환자들마다 케이스가 전부 다르다. 

여러 종류의 에이즈 환자가 있는데 에이즈 환자군의 다양한 사례에 대한 이해 없이 치료제의 치료필수성을 전문가들이 평가하기는 불가능하다. 얼마나 전문성 있게 평가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는 뜻이다.  

더구나 에이즈 치료제들은 본질적으로 의약품 자체가 공급이 불안정한 약이다. 정부가 공급 안정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는 약이기 때문에 필수약으로 지정된 목적이 크다.

식약처가 이런 약들에 대해 '공급안정'에 대한 평가를 협소하게 하면서, '치료필수'라는 가치를 강조하면 필수약에서 탈락될 수 있다. 다양한 환자군, 사례군에 대한 파악 없이 국가 필수약을 종합점수라는 이름으로 재단하면 단순히 에이즈 치료제 뿐만 아니라 다른 약들에도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문: 건약은 "식약처가 제시한 '미허가 및 5년 이내에 사용 이력이 없는 약'이란 지정 해제 사유도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 예를 들어 방사선 피폭이 됐다면 피폭 대응 의약품이 있을 것이다. 이런 약은 최근 5년 동안 피폭에 대한 경험이 없고 긴급도입 요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지정해제를 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필수약들이 재해, 감염병 위기, 방사능 재해 등 응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비축 의약품들이다. 해외에서 발생했지만 우리나라에선 발생하지 않을 때 언제 어떻게 한국에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문: 품절약 이슈도 언급하면서 식약처가 항생제 같은 치료 필수적인 의약품조차 해제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인가. 

답: 항생제 일부 품목이 빠진 것은 맞다. 다만 감기약 대응 항생제는 아니다. 폐렴에 대한 항생제, 탄저병 관련 항생제 등이 누락됐다. 그런 약들이 시중에 다수 허가된 품목이 있긴 하지만 원료가 중국에 있고 거기서 물류상, 외교상의 문제가 생기면 원료 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

공급 불안정 이슈는 허가 품목이 다수라고 해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제 하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사유가 필요한데 식약처는 '단순히 많다'는 이유만 대고 있다.

문: 국민들 입장에서는 방사능 피폭, 탄저병 피해 등에 대한 경험이 없다. 때문에 식약처의 일부 필수약 지정 해제 시도가 피부로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국감 발언 이후에도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 있는데 이런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팬데믹처럼, 반대로 갑자기 일어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특정 의약품이 필수약 목록에서 제외되면 식약처의 비축 의무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비축 의무가 있으면 '비축하지 않아 국민이 피해를 당했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목록에서 빠지면 그럴 수조차 없다. 

식약처가 단순히 "시장성이 없어서 사라진 것"이라며 책임을 부정할 수 있단 얘기다. 이는 의약품 안정 공급 책임 공방에서 식약처만 빠지겠다는 것이다. 각 국가들이 의약품 안보주권을 위해 공급 안정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데 식약처는 거꾸로 가고 있다. 

문: 하지만 오 처장은 국감 당시 "국가 필수의약품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하려고 한다"고 답변했다. 

답: 이는 자신의 국가 필수약 안정 공급에 대한 역량이 부족하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다. 우리 식약처 역량이 그 정도라는 고백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역량으로, 국가 필수약 500개를 안정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공급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90개라도 줄여서 400여개만이라도 하겠다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문: 행정 편의주의적인 행태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답: 만약 식약처가 의약품 안정공급에 책임 있는 부처라고 스스로 이해를 하고 있다면 오유경 처장이 국감에서 그렇게 언급할 수가 없다. 진정으로 책임 의식을 느낀다면 일찍이 해제 사유 자체를 분명하고 상세하게 밝혔을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구체적인 기준과 사유를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지정 해제를 결정한 전문가의 명단과 회의록조차 비공개로 일관 중이다. 

만약 국민들의 의약품 안정공급에 대한 책임이 식약처에 있고 식약처가 이 부분에 대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평가한 이후 지정 해제가 이뤄졌다면, 뭔가 납득할만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현재 품절약 이슈에 대해 국가적으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어떤 부처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식약처가 주요한 책임의 원천인데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식약처 태도가 국가 필수약에 그대로 반영된 것 같아 매우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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