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김원이 민주당 의원의 고성은 매우 유명하다. 지난 복지위 국감에서 김 의원의 고성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진 기관장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일단 목소리를 높여 기세를 올리고 기관장을 코너로 몰면 복지부 장관, 식약처장 등 기관장들이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그만큼 김 의원은 국감장의 존재감과 체급 자체가 남다르다.

이번 국감도 다르지 않았다. 김 의원은 첫날부터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향해 전남권 의대 신설을 요구하면서 "언제까지 의협의 눈치를 봐야 하는가"라고 몰아세웠다. 그가 식약처 해썹 부실 인증을 정면으로 거론한 순간 오유경 처장도 꼬리를 내렸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 역시 건보공단 국감에서 자료 제출 미비에 대한 김 의원의 연이은 질타에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임명된 강중구 심평원장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시종일관 부드럽고 차분한 모습으로 김 의원의 날선 질의를 무색케 만들었다. 오히려 김 의원을 치켜세우면서 '정책 국감'의 취지까지 살려냈다. 생생한 현장을 아래와 같이 공개한다. 

# '호통' 김원이, 강중구 심평원 향해 '공격' 개시 

김 의원은 이날도 강중구 심평원장을 향해 첫 질의부터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먼저 "최근에 심평원이 왕진 의사 개념의 1차 의료 방문 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고령화 시대에 만성질환, 치매 등 노인성 질환 가정에서 케어받을 수밖에 없는 분들한테는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9년부터 3년간 시범사업을 했다. 그런데 본 사업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또 다시 3년간 시범사업을 하겠다는데 환자 만족도 등 시행에 문제가 있었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강 심평원장은 "실제적으로 환자 숫자도 많지 않아서 중증에서 경증으로 확대도 하고..."라고 했지만 말을 끊은 김 의원은 "많이 알려지지 알아서 그런 것 아닌가"라며 "환자 만족도가 85%로 굉장히 높다고 들었다. 직원들에게 보고를 받지 않았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 '스펀지' 강중구, 지적이 불편해? NO! '인정' 또 '인정'

하지만 강 원장은 당황하지 않고 김 의원의 질의 자체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환자 만족도는 그렇게 알고 있다. 의원의 지적대로 더 홍보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때부터 김 의원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강 원장이 국감 의원의 질의를 존중하고 차분히 답변하는 태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온화한 표정의 김 의원은 다음 질의를 이어갔다.

그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참여 의사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라며 "한의사를 빼면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이 4만 9500여곳인데 683곳만 참여했다. 전체 의원의 0.5% 수준밖에 안된다. 의사 참여를 확대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욱 큰 문제는 지역별 현황을 살폈더니 방문 진료 참여 의사의 49.2%가 서울, 경기 지역"이라며 "실제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전남이 25.4%, 경북 24%, 전북 23%다. 1차 의료 방문 진료가 도시보다는 시골, 농촌지역에 훨씬 유리한 정책인 이유"라고 말했다.

건보공단 심평원 기관장과 임직원들의 국감 선서 모습
건보공단 심평원 기관장과 임직원들의 국감 선서 모습

#  "좋은 아이디어" 극찬, 김원이도 스며들다

강 심평원장은 또 다시 이 의원의 지적을 수용했다.

그는 "실제로 참여 의사가 적고 서울 경기 쪽으로 집중된 점을 알고 있다"며 "다음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쪽으로 방문 의료 지역을 선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책 질의까지 나아갔다. 그는 "입법조사처의 조사 결과 방문 진료는 도시와 농촌간 대상자 격차를 발생시켰다.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문진료가 필요한 농촌주민도 113만 2000명으로 분석했다. 실제 이곳들 대부분은 의사 없는 도서 벽지일 것"이라며 "이런 곳에 방문진료를 시행하면 만족도는 더 높아지고 필요한 환자수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심평원장은 김 의원의 질의 도중 "네", "네 맞습니다"를 반복했다.

김 의원은 "하지만 젊은 의사 안 가려고 한다"며 은퇴를 앞둔 의사들은 가능하다. 그런 선생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책 제안을 드리는데 검토해볼 수 있나"라고 물었다.

강 심평원장은 "좋은 생각인 것 같다"라며 김 의원의 아이디어를 칭찬했다. 그러면서 "실제 방문을 보내면 서울 근처에서도 교통이 막혀서 많은 환자를 소화하지 못해서 거리 제한도 두는데 의원의 정책 제안을 전향적으로 고려하겠다"고 열린 태도를 보였다. 

강중구 심평원장과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
강중구 심평원장과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

# 야당 중진인데, 대놓고 칭찬? 전혜숙 "역시 우리 강중구 원장" 

한편, 국감에 나선 기관장의 일관된 특징이 있다. 긴장된 얼굴과 당혹스러운 표정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의원들이 기관의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면 회피를 하면서 얼굴을 찡그리거나 부인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하지만 18일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장에서 정반대의 모습으로 이목을 끌었다. 열린 태도로 현안을 간파하면서 국감장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무엇보다도 국감 내내 심평원의 과오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단순히 김원이 의원뿐 아니라,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선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의사의 마약류 셀프처방 문제 방지를 위해 DUR 시스템 개선을 지적했을 때도 그는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DUR을 꺼도 큰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의무적 시행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이때 "역시 우리 심평원장"이라고 칭찬했다. 야당 중진의 보기 드문 국감 발언이었다. 이날 심평원 대상 국정감사가 '정책 국감'이란 선례를 남긴 이유다. 그야말로 신인 기관장의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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