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복지부 국감 전경(국회방송 캡처)
2023 복지부 국감 전경(국회방송 캡처)

[팜뉴스=최선재·김응민 기자] 지난 11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첫날, 야당 의원들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지영미 질병청장을 향해 날카로운 질의를 이어갔다. 윤석열 정부의 보건 의료 정책의 실상을 전하기 위해 고삐를 바짝 당겼다.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정춘숙·한정애·김영주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내세운 '필수의료 국가 책임제' 공약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남인순 의원도 코로나19 백신 피해 보상과 자궁경부암 백신 도입 확대 등 이슈 제기로 조 장관과 지 청장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무엇보다도 서정숙 의원과 전혜숙 의원은 마약 중독자 관리 부실 문제와 DUR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한 장면이 압권이었다. 약사 출신 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국감 현장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 '부드러운 카리스마' 정춘숙, "필수의료 붕괴 심각" 포문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지속되는 응급실 뺑뺑이 사태 등 각종 사건사고가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의료자원 수급을 방관했다. 

이는 사실상 직무유기다. 복지부가 지난 2003년과 2006년에 각각 1, 2차 병상수급계획을 발표한 이후 15년간 관리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30년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6600개 병상 수요가 예상되는데 대책이 없다. 

의사 인력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최하위이지만 급여는 최고 수준이다.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를 대비하기 위해 최근 10년간 의대 정원을 꾸준히 늘리면서 적정 의사수를 확보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대 입학 정원이 동결된 상태다. 의대 정원 수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지방 공공의대 설립, 지방의사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 '三선의 관록' 한정애, "필수의료 정의조차 없어" 일격

필수의료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에 대한 정의 부분에서부터 막힌 상태다. 필수의료 관련 논의가 진척이 없는 이유다.

복지부에 지난해 8월 처음 물어봤을 때 필수의료에 대해 "특정 진료 과목이 아니라, 긴급하게 제공되지 못하면 국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주거나, 의료 수요 감소 등으로 제대로 제공하기 어려운 의료서비스"라고 답했다.

지난 1월엔 필수의료 대책을 '중증, 소아, 분만, 응급' 중심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9월 국민 생명과 건강 관련된 의료행위를 모두 필수의료 행위로 정의하면서 혼란을 초래했다. 사실 이것은 모든 개념을 포함하는 정의다.

모든 일의 첫 단추는 개념 정의를 하는 일이지만 필수의료 관련 정의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 제정법은 진도조차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필수의료 범위와 정의를 국정감사 끝나기 전에 본의원실로 보고하길 바란다. 

# '四선의 경륜' 김영주, "장관 어찌 생각하나" 지적

국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 128명에서 2022년 62명으로 줄어들었고, 전공의가 아예 '0명'인 병원도 13곳으로 집계됐다. 미숙아로 태어나거나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한다.

현재 소아과 전공의들이 부족한 이유는 신규의사의 '절대수'가 부족해서다.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방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서울로 원정 진료를 받은 국민들이 1년에 100만명에 이른다. '환자촌'이란 단어는 암이나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서울 BIG 5 병원에 입원할 수는 없어 병원 근처 고시원에서 거주하며 치료를 받는 세태를 보여주는 말이다.

특히 어린 소아암 환자나 70대 고령 환자들이 의사들한테 고작 3~5분 정도의 진료를 받기 위해 환자촌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BIG 5 병원 선호현상이라기 보다는 지방의 의료 인프라 취약으로 중증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서울로 올라오는 것이다.

필수의료 부족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공중보건의사들의 숫자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같은 문제들은 모두 의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다. 지방에서 산다는 이유로 차별 받아도 된다고 (장관은)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 '三선의 창끝' 남인순, "대통령, 국민 상대로 거짓말" 일갈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직전 '코로나19 백신 피해 국가 책임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백신 부작용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이 스스로 증명하기 이전에 보상금을 선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질병청은 최근 코로나19 백신과 부작용 사이에 인과관계 증명을 (정부가) 하는 것이 어렵다고 시인했다. 결국 4-2(인과관계 인정 어려움)가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국가 책임제도 그야말로 '빈 공약'이다. 

'자궁경부암(HPV) 백신 남자 청소년 확대 적용' 공약도 다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 영상을 통해 '가다실 백신, 빠르게 간다'고 공언했는데도 빠르긴커녕 진척조차 없다.

이는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지키지 못한 공약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든지, 늦더라도 이행계획을 밝혀야 한다.

# "약사 출신의 통찰력" 서정숙, "마약 중독, 벼랑끝이다" 공세

최근 5년간 10~30대 마약사범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가적인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보건복지부의 마약 중독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2024년 기준 복지부의 R&D 예산은 22억원 규모이고 치료예산은 4억 1600만원으로 동결됐다.

반면, 마약류 중독 치료에 대한 해외 정책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미국은 1974년부터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약물중독연구소를 설치해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더구나 2021년 기준 국립약물중독연구소의 마약 중독치료 예산은 165억달러(약 22조 3080억원)이다.

영국은 1998년~2008년까지 총 10년간 약물남용 치료 위한 국가정책을 전반적으로 정비했다. 2001년에는 보건부 산하 특별 보건기구로 국가치료기구를 설립해 마약류 중독 및 재활 치료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 '三선의 약사' 전혜숙, "DUR 경고망 구멍 뚫렸다" 맹공

최근 5년간 마약류 투약자 범죄 실태를 살펴보면 매년 200명씩 범죄자가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향정신성 의약품 관련 투약자는 66%(715명)였다. 마약과 대마 투약자는 각각 19.7%(213명), 14.3%(155명)였다.

이는 일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마약 및 향정의약품을 오남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의료기관들이 이런 과정에서 DUR 시스템상의 오남용 경고를 '무시하고 진행'한다는 것이다. 현행 규정상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마약류 범죄자들은 가족과 지인들을 동원해 병의원을 돌며 많게는 적정량의 10배 가량 되는 마약류를 처방받기도 한다.

DUR의 마약류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법제화하지 않으면 오남용을 방지하기 어렵다. 복지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선서 모습
조규홍 복지부 장관 모습

한편 이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지영미 질병청장은 국감 시작과 동시에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개를 숙였다.

의원들의 공세에 '팩트'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특히 복지부의 마약 부실 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지적에 공감한다" 또는 "제대로 감시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야당발 여풍(女風)의 매서움을 맛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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