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일본 제약 시장이 국내 제약사들의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인도 등 저가형 원료들의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일본 보건 당국이 한국의 제약산업과 의약품 품질에 굳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이치로 일본약업무역협회장이 지난 4일 "한일 의약품 합동 심포지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코가 회장의 발표에 대해 박노준 화일약품 상무가 화답하고, 더욱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행사 현장 분위기가 달아 올랐다.

박노준 화일약품 상무(좌) 이치로 일본약업무역협회장
박노준 화일약품 상무(좌) 이치로 일본약업무역협회장

# 이치로 "한국은 중요한 원료약 수입처" 

이치로: 일본은 현재 제네릭 의약품 원료약(원약)의 60% 정도를 수입 중이다. 이중 '조제품 또는 최종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정제·가공하는' 원약의 조달처 의존도 순위는 중국, 인도, 한국이다. 2022년 3월 기업 수를 기준으로, 한국(9.8%)은 중국(40%)과 인도(20%)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수입해서 그대로 사용하는 원약'의 조달처도 다르지 않다. 중국(20%)과 인도(16%)에 이어 한국(16%)도 상당히 높다. 일본 입장에서 한국이 중요한 원료약 조달처인 이유다. 

중국, 인도의 원료약은 가격이 싸기 때문에 사용하기 편하다. 하지만 한국 역시 나름의 강점이 있다. 품질과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것이다.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려는 의지가 있고 기술력과 컴플라이언스 수준도 비슷하다. 무엇보다도 일본의 제약 산업과 법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한 점도 한국의 장점이다. 의료 보험, 약가 제도가 일본과 비슷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점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로 방문할 수 있다. 한국 특유의 속도도 다르지 않다. 유럽은 원료약 관련 문의를 하면 그 이튿날 답변을 하지만 한국은 당일날 회신이 오는 경우도 많다. 

# 박노준 "한국, 일본에 굉장히 매력적...다만 최근 업계 재편 흐름 파악해야"

박노준 : 코가 회장의 말처럼, 한국은 일본에 원료약을 수출 국가 중 중국만큼 중요한 나라다. 다만 국내사들이 일본으로 원료약을 수출하기 위해 반드시 파악해야할 문제가 있다. 바로 일본 제약사들의 행정 처분 이슈다. 

2021년 이후 다수의 제네릭 기업이 제조 관리나 품질 문제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제네릭 전 품목 중 40%가 출하정지 처분을 받았을 정도다. 

후생 노동성 공식자료를 살펴보면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21년~2022년까지 2년 동안 업체 13곳이 업무 정지 또는 개선 명령을 받았다. 

이중 코바야시는 가장 큰 제네릭 회사인데 분해됐다. 니치코는 행정 처분 이후 경영진을 교체하고 3회에 걸쳐 574품목에 대해 판매 중지를 발표했다. 중복 제품을 통폐합하고 채산성 낮은 품목 정리하겠다는 취지였다.  

중요한 사실은 판매 중지 품목 중 한국 원료제조사의 등록 건수는 36품목이 등록됐다. 이는 한국에서 더이상 니치코에 원료약 공급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 박노준 "원료약 등록율 감소... 시장 재편과 무관치 않아"

일본은 제네릭이 전체 의약품의 80% 달성이 목표였는데 품질 문제로 신뢰도에 대한 재검토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지난 7월, 일본 후생 노동성(PMDA)이 후발 의약품 산업 정책 검토회를 설치하고 매월 회의를 이어가는 이유다. 대학교수, 변호사, 컨설팅 회사 간부로 구성됐는데 기업의 합병·매수시 세제 우대, 생산능력을 증강하는 일정액 이상의 투자시 보조 등을 축으로 업계 재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일본에는 200여개 제네릭 제약사가 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은 연간 매출액 10억엔이 안 된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많은 구조가 품질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후생성의 진단이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인재 확보나 설비투자를 통해 다수의 공장에서 동일한 품목을 만들어 안정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 중이란 뜻이다. 

이는 즉, 한국 제약사들이 너도나도 예전만큼 쉽고 편하게 제네릭에 쓰이는 원료약을 수출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사들의 일본 DMF 등록율이 2019년 이후 급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박노준 "일본, 한국 품질 경쟁력 높이 평가"

따라서 국내사들은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 일단 일본은 여전히 한국 의약품의 품질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연구원들의 기술력도 인정을 받은 상황이다. 

우리가 의약품 상호실사 면제 가입(PIC/S)국인 점도 일본 입장에선 매력적이다. 일본 수출 추진을 위한 대전제가 바로 품질인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원료의약품이 중국, 인도에 비해 비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원료약 소스를 복수로 가졌으면 좋겠다는 정책적 흐름이 있다. 

원료약 수입 국가도 복수로 등재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저렴해도 품질 면에서는 아직도 한국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어서 추가 소스로 한국의 원료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틈새를 찾아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당부할 점은 일본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제약 산업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뉴스를 꾸준히 확인해야 한다. 정치, 경제 등 이슈 파악으로 시장 재편 등을 꾸준히 확인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래야 일본 진출 전략을 촘촘하게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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