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팜뉴스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한 정책 토론회" 현장 목소리를 연속 보도해왔다. 특히 국산 원료약 자급률 감소에 대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산업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정부의 약가 인하 조치가 자급률 부족의 원인이고 이를 높이기 위해 전체 약가를 올리는 것이 효과적이란 주장이었다. 정부가 약가 상승 정책을 통해 생태계를 조성하면 국내 원료약 산업이 자연스럽게 발전할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 현장에는 산업계 주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도 있었다. 그는 토론회에 정식으로 초청된 패널은 아니었지만 약가를 둘러싼 정책 이슈를 향해 약사 사회 입장을 대변해온 인물이다. 

주인공은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팀장이다. 이 팀장은 토론회 참석 직후, 팜뉴스 취재진과 만나 산업계 주장의 일부 대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팀장의 목소리를 아래와 같이 문답식으로 재구성했다.

문: 산업계는 토론회 당시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조치가 원료약 자급률 저하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완제약 제조사들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저가 원료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답: 일괄 약가 인하 조치는 자급률 저하의 근본 원인이 아니다. 오히려 제약사들과 국가 간의 deal(거래)을 한 것이다. 당시 정부가 의약품을 재평가해서 가장 싼 약만 남기고 퇴출하려고 했다. 제약사들이 이를 방어하기 위해 스스로 약가 인하를 하겠다고 정부에 요구해서 성립된 측면이 크다. 

문: 2012년 당시 가장 저렴한 약만 남기고 퇴출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뜻인가. 

예를 들어 혈압약 종류가 5가지다. 같은 기전이지만 성분만 다른 약들이 있다. A,B,C,D,E가 몸에서 작용하는 효과는 비슷한데 성분별로 가격만 달랐다. 정부는 그것들을 재평가한 뒤 A약이 가장 비용 대비 효과가 있다면 A 약만 남기고 전부 퇴출하거나 B,C 약가를 A약 수준으로 낮추려고 했다. 

그런데 이러한 움직임을 막기 위해 제약사들이 스스로 약가를 낮추겠다고 요청했다. 때문에 Deal이 성립된 것인데 이제 와서 정부가 약가를 절약하기 위해 회사에 강요한 것처럼 주장해서는 안 된다. 2012년 일괄 약가 인하를 해석하기 위한 기본 전제가 잘못됐다. 

문: 하지만 일괄 약가 조치 이후로 중국 인도 등의 값싼 원료약을 들여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 않나.

당시 일괄 약가를 하지 않았더라도 제약사들이 국산 원료약을 썼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을 벌어들이는 원리는 원료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약가를 높든 낮게 주든, 회사 입장에서 비용을 낮추는 노력을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문: 그러나 산업계는 정부가 일괄 약가 조치로 시장 개입을 했기 때문에 국산 원료약 자급률 문제가 초래됐다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시장 경제에 개입했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니다. 모든 경제상황에서 민간 주체들은 비용을 낮추고 판매 가격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경제 논리에 따른 선택이지, 국가가 시장에 개입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문: 약가 인하 조치로 시장에 개입한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 

제약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제약 산업에서 구매자는 국가다. 의약품을 구입해서 제약사들에게 돈을 주는 주체가 국가란 얘기다. 소비자가 존재하지만 소비자가 내는 돈은 국가에서 지출된 돈이기 때문에 속성 자체가 자유시장이라고 볼 수가 없다. 

예를 들면, 호텔 숙박료 또는 라면 가격을 얼마로 정할지와 차원이 다르다. 그런 것들은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하지만 건강보험 시장은 정부가 의약품 구매 비용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 경제와 대치시켜서 이야기를 끌어가서는 안 된다. 완제사가 스스로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을, 국가가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억측이다. 

문: 그렇다면 국산 원료 의약품 자급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는가. 

국내 원료 의약품 시장이 낙후된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제약 산업에 일관된 원칙과 뚜렷한 방향성이 없어서 촉발된 문제다. 정부는 제네릭 산업 지원도 애매하고 신약에 대한 지원도 애매하게 하고 있다. 바이오 강국을 얘기하면서 어떤 때는 신약을 얘기하고 어떤 때는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을 강조한다.

하지만 미국은 제네릭 강국은 아니고 유럽의 스위스는 신약으로 돈을 버는 나라다. 우리 정부는 신약도 제네릭도 육성하고 지원하고 싶은데 스텝이 꼬였다. 제네릭 지원이 이상하게 진행되면서 원료약 자급률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안보 주권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인데도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문: 이제는 해법으로 화제를 돌려보겠다. 산업계는 전체 약가를 올리면 원료약 자급화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병원에 입원할 때 건보공단이 수가를 병원에 준다. 환자가 20명당 간호사 1명이지만 너무 숫자가 크니까 환자 10명당 간호사 1명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입원비 수가를 올려줬다. 인건비를 보충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실질적으로 환자 1명당 간호사 숫자는 여전히 20명이다. 늘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체 약가를 올려줘도 완제사가 원료약 약가를 올려주지 않으면 국내 원료 제조사들에게 의미가 없다. 정부가 이를 해결하려면 완제사와 원료사의 계약 관계에 개입을 해야한다. 이같은 고민부터 해셜하고 산업계가 약가를 올려달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맞다.

문: 그렇다면 의약품 자급률 감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맹목적인 약가 상승 정책으로 원료 의약품 시장을 활성화할 수 없다. 다만 보건 안보 측면에서, 원료약 자급화가 반드시 필요한 필수 약제 위주로 접근을 해야한다. 감염병 위기에 대응 가능한 약제 또는 항생제 위주로 자급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이전부터 백신 자급률 지원 사업을 지속해왔다. 같은 방식으로 원료약 중 필수약을 선정한 뒤 해당 약제에 대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회사와 정부 간의 계약 관계 또는 협력 관계가 절실하다.

문: 마지막으로 산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해 정부가 아세트아미노펜 약가를 올려줬다. 그 이후 아세트 아미노펜 원료약을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린 회사가 단 한 곳이라도 있을까. 통계를 내놓을 수 있다면 약가 우대 방법을 원료약 자급화의 해법으로 해석할 수 있을 텐데 제약사들은 이같은 접근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약가 우대만 해달라고 하면 정부를 설득할 수 없다. 

오히려 품질 또는 공급 안정성을 어필하는 편이 낫다. 보통 원료약 선정 기준은 품질, 가격, 공급 안정성인데 그동안 제약사들이 내세운 최우선 기준은 가격이었다. 그것이 원료약 수입이란 결과로 나타났는데 공급 안정성 또는 품질 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전략을 취하면 정부도 호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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