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구강 점막 약물 전달 플랫폼'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오피오이드 중독 치료를 위해 비강 스프레이 등 효과적인 약물을 개발하면서 구강 점막 약물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 중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집중적으로 구강 점막 약물 개발에 집중해온 이유가 뭘까. 어떤 장점이 있기에 급성장을 거듭하는 것일까. 팜뉴스가 최신 보고서와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 이유를 분석했다.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이 최근 발간한 ‘구강점막 약물전달 글로벌 시장·기술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구강점막 약물전달 (Oral Transmucosal Drug Delivery)은 혀, 볼, 잇몸 등 구강 내 점막을 통해 약물을 체내로 전달하는 방법이다.

기존 경구제 (캡슐, 정제 등), 주사제와 같은 전통적인 약물 전달 방법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구강점막 약물전달은 약물이 소화기관을 거치지 않고 약물이 점막을 통해 혈류로 직접 흡수된다. 

특히 초회통과효과(First pass effect, 경구 투여 시 약물이 온몸 순환에 도달하기 전에 약물의 농도 감소 현상)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경구약 대비 약물 흡수 및 대사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 

보다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약물 프로파일 (Profile)을 파악할 수 있어 약물의 안전성 (부작용 감소)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점막을 통해 흡수된 약물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급성 질환 치료 약물에 용이하게 활용될 수 있다.

정재훈 전북대 약대 교수는 "약물이 입안에서 녹으면 입안에 있는 점막을 통해 흡수된다"며 "피가 간으로 가지 않고 심장으로 간다. 여기서 바로 뇌로 가니까 약효를 나타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정제 (Tablets), 필름(Films) 등 구강 전달 약물 플랫폼 개발이 활발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구강 점막 약물 플랫폼 시장 성장 추이
글로벌 구강 점막 약물 플랫폼 시장 성장 추이

실제로 구강 점막 약물 시장은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앞서 보고서에 의하면 글로벌 구강 점막 약물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50억 달러(한화 19조)를 기록했다. 연평균 6.41% 성장을 거듭하면서 2030년에는 약 244억 달러(31조)에 이를 전망이다. 

이중 북아메리카가 압도적인 시장 규모를 자랑한다. 북아메리카는 지난해 약 54억 달러(7조)의 시장 규모를 기록했고 2030년 약 89억 달러(11조)의 시장 가치를 형성할 전망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약 44달러(5조)에서 연평균 6.55%의 성장을 거듭하면서 약 73억 달러(10조)의 시장 규모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전 세계 구강 점막 약물 시장의 최강자가 미국이란 뜻이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시장 규모가 '오피오이드 중독'이란 키워드로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신명배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연구원은 지난 2일 팜뉴스 측에 "미국을 포함한 북아메리카는 무분별한 오피오이드 처방과 불법 투약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만연한 상황"이라며 "마약류 중독 치료제 측면에서 구강 점막 약물 전달 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한 이유"라고 밝혔다.

북아메리카가 구강 약물 전달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중이다.  
북아메리카가 구강 약물 전달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중이다.  

지난해 오피오이드 의존증(37.88%)은 신경  장애  (26.64%), 기타 (13.85%), 발기부전 (12.41%) 등을 제치고 구강점막 약물전달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신 연구원은 "오피오이드 의존증이 연평균 성장률 6.94%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2030년에도 가장 큰 시장 규모를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구강전달 약물 플랫폼이 오피오이드 의존증 치료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전문의약품(ETC)인 날록손(오피오이드 길항제, Antagonist) 일반의약품(OTC) 전환을 검토 중이다. 지난 3월엔 날록손 비강 스프레이를 OTC로 승인했다. 

정재훈 교수는 "펜타닐 중독 증상이 심해지면 호흡이 억제되는데 날록손을 투여하면 숨을 쉴 수 있다. 펜타닐은 뮤 아고니스트 수용체 효능제이고 날록손은 안타고니스트이기 때문이다. 서로 반대작용을 하기 때문에 날록손 스프레이를 사용하면 죽어가는 사람이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병원들이 무분별하게 펜타닐 처방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수만명이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하고 있다"며 "올해에도 1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일반약 전환을 고민하고 비강 스프레이가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치고 지난해 시장 점유율 1위를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치고 지난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9년까지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미국에서만 50만 명에 이른다. 

신 연구원도 "병원에서 처방받은 오피오이드 복용이 과다 복용으로 이어졌다"며 "하지만 최근 불법 제조된 합성 오피오이드인 펜타닐 (Fentanyl) 등의 남용이 사망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약사 사회에서는 미국 정부가 오피오이드 중독자 치료를 위해 꾸준한 지원을 했기 때문에 구강약물 전달 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했다는 의견이 들린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 정책팀장도 "미국의 오피오이드 중독 사망자는 가히 팬데믹 수준"이라며 "미국 정부가 오피오이드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인 지원을 했고 수많은 제약사가 뛰어들면서 구강 전달 약물 전달 플랫폼 시장 규모가 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펜타닐을 판매하는 사람을 범죄자로 여기지만 복용한 사람은 범죄자로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국가가 건강권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본다. 그런 측면에서 오피오이드 중독 치료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 결과, 구강 점막 약물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오피오이드 중독 문제는 국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해결 자체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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