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그동안 "식약처는 왕조 국가? '품목 연좌제'가 웬 말이냐!"를 시작으로 식약처 위수탁 동일 처분 입법 예고안에 대해 연속 보도를 이어왔다.

특히 수탁사 GMP 위반을 근거로 위탁사의 동일 제형 제품에 대해 3개월 제조 업무 정지 처분을 하는 것이 '품목 연좌제'와 다름 없다는 업계 목소리를 전했다. 

"식약처발 '현대판 품목 연좌제', 결국 피해는 국민이 떠안는다"에서는 위탁사의 동일 제형 제품마저 처벌 대상이 될 경우 의약품 품절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탁사 갑질 계약 명분될까? 수탁사들도 '아우성'"은 입법 예고안 통과를 계기로 위탁사와 수탁사의 불공정 계약 가능성을 언급한 기사였다. "전근대 국가의 공포 행정? 쉽고 편한 식약처 '포비아'의 실체"를 통해서는  행정편의주의 마인드가 엿보인다고 전했다.

후속 취재를 이어가는 중, 기자는 지난 2일 식약처의 간담회 개최 소식을 들었다. 이번달 말, 강석연 의약품안전국장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약사제도위원회 관계자들이 만나 '위수탁 동일 처분 이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간담회를 앞두고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먼저, 간담회가 식약처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업계의 목소리를 듣는 모습을 연출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이번 입법예고가 위탁사와 수탁사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원안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로 간담회에 나선다면 간담회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것이다. 

둘째로, 간담회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법적인 문제다. 법조계에서는 입법 예고안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행정법상의 과잉금지(비례) 원칙 위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입법 예고안은 비례 원칙에 반할 수 있다"며 "수탁사가 GMP 위반 행위를 했다고 위탁사의 동일 제형 제품까지 제조 정지를 시키는 것은 비례 원칙 중 하나인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필요성(침해의 최소성)의 원칙'은 행정청이 선택한 기본권 제한 조치가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해 적정하더라도, 보다 완화된 수단이나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그 제한이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개념이다. 

앞서의 변호사는 "식약처도 행정청이기 때문에 재량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적법하게 행사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 예고안은 과도하다. 위탁을 맡긴 품목에 한해 위탁사들의 처벌 수위를 올리는 방법으로도 목적이 충분히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집행정지 가처분도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식약처의 위법한 처분으로 제약사들에게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할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식약처는 이번 입법 예고안에 첨예한 법률 이슈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 열린 마음으로 제약 업계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만큼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불가능할 때 다툼은 결국 법정을 향한다. 문제는 법정 다툼이 수년째 이어질 경우 서로를 지치게 만든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진정 이런 모습을 원하는가. 스스로에게 묻고, 열린 자세로 간담회에 얼굴을 비춰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간담회의 끝은 결국 법정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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