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식약처가 위해성관리계획(RMP) 이행 결과 보고와 평가 주기를, 최대 3년까지 연장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제약사들은 RMP 대상 품목에 대해 6개월~1년 주기로 보고했지만 재심사를 완료한 품목의 경우 주기를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개정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RMP에는 재심사 이외에도 방대한 정보의 안전성 자료가 있기 때문에 주기를 3년으로 연장할 경우 의약품의 위해 시그널을 즉시에 감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RMP를 도입한 취지마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식약처 의약품안전국 의약품안전평가과는 지난달 27일 "신약, 희귀의약품 등 위해성 관리 의약품의 정기 보고 주기 합리적 운영"이란 제목의 자료를 통해 "종전에는 위해성 관리 계획(RMP) 대상 의약품은 시판 후 수집된 안전성 정보 등을 분석·평가한 결과를 허가 일로부터 2년간은 6개월 주기로, 그 이후에는 1년 주기로 식약처에 보고하도록 일괄 운영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허가 이후 재심사 또는 시판 후 조사가 완료된 품목에 한해 ▲중대한 실마리 정보 발생(변경) 여부 ▲유익성·위해성 평가 결과 등을 검토 받아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약물 위해도에 따라 허가 일을 기준으로 ‘최대 3년’의 기간을 보고 주기로 변경 설정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3일 식약처 의약품안전평가과 관계자는 팜뉴스와의 통화에서 "재심사 또는 시판 후조사를 마쳤을 경우 RMP 보고 기한을 기존의 1년에서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특히 기존에 재심사를 마친 품목들이 있는데 최근에 문제가 없었다면 원래는 1년마다 해야하는 RMP 보고 기간을 더욱 늘릴 수 있도록 일종의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식약처 관계자는 "충분히 안전성 확립이 돼서 1년마다 평가받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면 연마다 지속적으로 보고한 부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라며 "이런 업체들의 RMP 계획 이행 결과 평가 주기를 연장하는 것으로 일종의 3년까지 종합보고서를 내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얼핏 보면 '작은 변경'처럼 보이지만 의약품 안전 관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식약처의 이번 조치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RMP는 약물감시의 패러다임을 바꾼 GVP(good vigilance practice) 핵심 개념"이라며 "단순히 약물 이상반응을 수집해서 정보를 알리는데 그치지 않고 의약품 전주기에 걸쳐 예측 가능한 이상반응을 검출 및 조치하는 능동적인 형태의 약물 감시 체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RMP에는 단순히 재심사 또는 시판 후 조사 뿐 아니라 자발 보고, 시판 후 특정 환자군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등 많은 내용이 들어가있다"며 "예를 들어 천식약 시판 이후 심장독성이 있다면 심장질환이 있는 특정 환자군 모니터링도 해야 한다. 시판 후 조사가 끝났다고 나머지 것들에 대한 보고를 3년 뒤로 하겠다는 것은 RMP 이행 결과에 대한 평가 의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식약처 "의약품의 위해성관리계획 가이드라인(6월 28일 개정판)"에 따르면, 위해성 관리 계획을 제출한 의약품에 대해 품목허가를 받은 자(제약사 등)은 수집된 안전성정보에 대하여 실마리정보 분석 등 안전성 평가 또는 유익성ㆍ위해성 평가 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하여야 한다. 

여기서 안전성 정보는 단순히 재심사 또는 시판 후 조사뿐 아니라  중요 안전성 검토항목에 따른 위해성을 완화하기 위하여 실시하고자 하는 조치(일반적인 의약품 감시 활동이나 추가적인 약물역학 조사 계획 등)와 그 목적 및 타당성, 해당 조치에 대한 기업의 모니터링 및 평가를 위한 주요 점검 결과도 포함된다. 

장기적 모니터링이 필요한 줄기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에 대해서는 최종임상시험 종료 후에도 종양발생 등 장기적으로 발생가능한 중대한 이상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장기 추적 조사계획을 제출하고 그 수행 결과도 보고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일부 업체가 재심사를 했다는 이유로 RMP 평가주기를 3년까지 미루도록 조치한다면 그 사이 발생한 의약품 위해 시그널을 잡아낼 수 없다는 것이 앞서 전문가의 견해다. 더구나 RMP를 기반해 약물감시를 능동적으로 수행 중인 유럽 의약품청(EMA)조차도 평가기한을 3년까지 늘린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앞서의 전문의는 "굉장히 위험한 약물인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뿐 아니라 효과가 있고 허가를 해줬지만 소수만이 임상시험을 해서 안전성 모니터링을 잘해야 하는 경우 RMP 자체가 복잡해진다"며 "특정환자군에 대해 안전성 데이터 추가 제출하라는 것도 있다. 유럽은 코로나19 백신을 허가한 이후 워낙 안전성 자료가 없어 RMP의 일환인 PSUR을 기존의 6개월에서 1개월마다 제출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데이터를 제외하고 RMP의 극히 일부인 재심사를 했다는 이유로 제약사의 RMP 이행상황 평가를 3년까지 연장해주는 것은 안전을 강화하는게 아니라 완화하는 것"이라며 "RMP 평가 주기는 1년이 넘어가선 안된다. 1년이란 기간 동안에도 충분히 새로운 위해 시그널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주기 3년은 선진 규제당국에서도 유례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6일 "업체가 RMP를 보고하면 저희는 상시적으로 평가에 돌입한다"며 "다만 재심사 완료 품목이 RMP를 제대로 보고했고 그 기간안에 유의미한 안전성 문제가 특별히 확인되지 않았다면 1년마다 평가를 하지 않고 3년까지 탄력적으로 평가 주기를 연장해주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앞서의 전문의는 "세상에 안전성에 특별한 문제가 확인되지 않은 약은 없다"며 "의약품의 위해 시그널은 1년 사이도 발생할 수 있다. 그걸 잡아내는 것이 식약처의 역할인데 이를 연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답변이다. 3년이란 기한도 기준이 없다. 안전이 검증됐다면 5년에서 10년까지 연장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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