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백혈병은 항암 치료에도 암세포가 살아남아 재발을 일으킨다. 재발을 막기 위한 최선의 치료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allogeneic 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 allo-SCT)이다. 혈액을 생성하는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공여자 혈액 속 면역 T-세포가 남은 암세포를 죽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은 정상 세포를 공격하기도 한다. 장기에 염증 등이 나타나는 이식편대숙주질환(Graft-versus-Host Disease, GvHD)이다. GvHD는 전신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미치고 예후를 안 좋게 만든다.

 치료 현장의 어려움을 더하는 것은 GvHD 환자 약 절반이 1차 치료인 스테로이드에 실패함에도 2차 치료에서 확실히 사용할 수 있는 정립된 표준 치료제가 없다는 사실이다. 

어려운 치료 환경 가운데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2건의 3상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한 자카비(룩소리티닙)가 등장하면서다.

 자카비는 3상 연구를 통해 전체반응(OR)과 무실패생존기간(FFS) 개선 등 효과를 입증하며 급·만성 GvHD 치료 대안으로 떠올랐다. 환자와 의료진도 자카비가 보인 효과에 적잖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아쉬운 것은 아직 국내에선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가장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기에 치료비 부담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고 한다. 급여 적용 시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치료 성적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료 현장 목소리다.

팜뉴스는 최근 조병식 가톨릭대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를 만났다. 조 교수는 MD 앤더슨 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겸임 교수이기도 하다. 올해 대한혈액학회 중견연구자상을 수상한 자타공인 GvHD 전문가다.    

조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자카비가 왜 GvHD 치료에서 이토록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지, 기존 2차 치료제와 어떤 점이 다른지, 국내 치료 환경이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지 얘기를 나눴다.

조병식 가톨릭대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조병식 가톨릭대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자카비는 야누스 키나아제(Janus kinase, JAK) 1과 2를 억제한다. 이는 GvHD 발생 원인과 연관 있다. JAK 1, 2는 여러 염증 반응이 일어날 때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이 세포에 작용하는 수용체로 하위 신호 전달(downstream signal)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자카비는 사이토카인이 분비돼 세포 수용체에 결합하더라도 그 신호 전달을 억제, 뇌 세포가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한다. 즉 염증 반응에 손상(damage)을 입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JAK 1, 2를 차단하면 면역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났을 때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면역 조절 세포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 이러한 여러 작용으로 일종의 면역 반응인 GvHD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다음은 조 교수와 일문일답.

▶GvHD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 후 약 25~40%의 환자에서 나타난다. GvHD는 어떤 질환이며 구체적 증상은 무엇인가.

"동종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만드는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것으로 이식 후 환자 혈액이 공여자 혈액으로 바뀌게 된다. 이를 통해 혈액 안에 들어있는 T-세포 등 면역 세포가 반응을 일으켜 남아있는 암 세포를 찾아 죽이는 효과가 생긴다. 소위 '이식편대 종양 효과' 또는 '이식편대 백혈병 효과'를 노리고 이식을 하게 되며 재발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환자 신체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혈액세포가 바뀌다 보니 기대한 바와 다르게 이식된 면역세포가 암세포가 아닌 정상 세포를 공격하게 되는데 이것이 GvHD다. GvHD를 예방하기 위해 여러 면역억제제를 예방적으로 투여하지만 이식 환자 절반 정도에서 발생하기에 굉장히 큰 문제다. 

특히 여러 장기에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환자들이 힘들어 한다. 면역억제제를 더 강하게 쓰다 보면 면역 기능이 회복되지 않아 감염에 취약해지고 GvHD 발생 장기에 따라 증상이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 이식 후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 후유증이 남으면 장기간 증상을 갖고 살아야 하기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에서 가장 큰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있는 질환이라 할 수 있다."

▶GvHD 1차 치료에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데 스테로이드 불응 또는 의존성환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며 대안적 치료법은 무엇인가.

"스테로이드는 오래 전부터 다양한 질환에서 면역억제제로 쓰이고 있는 잘 알려진 약제로 GvHD 원인이 되는 T-세포를 포함해 여러 면역 세포 기능을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다.  

급성∙만성 GvHD 특성이 비슷한 듯 다르기는 하나, 1차 치료로는 스테로이드를 쓴다. 급성 GvHD 1차 치료로 스테로이드를 썼을 때 60~70% 정도 환자에서 치료 반응이 있지만 30%는 반응이 없다. 만성 GvHD도 약 40%만 치료에 반응한다.  

이처럼 1차 치료제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치료 반응이 없는 환자는 추가적으로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거나 스테로이드 용량을 늘리는 등 치료적 접근을 한다. GvHD를 치료하지 않으면 장기에 손상을 일으키고 환자가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면역 억제 치료가 중복∙강화돼 환자들이 감염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만성 GvHD는 환자가 빠르게 사망에 이르지는 않으나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 부작용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스테로이드 부작용은 쿠싱증후군(Cushing's syndrome)이 있다. 비만 체형으로 변화하고 얼굴이 (달처럼) 동그래지는 문 페이스(Moon face)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겉모습 변화뿐만 아니라 피부와 뼈가 약해지기 때문에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 뼈가 주저앉거나 부러질 수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는 합병증도 잘 생기며 이 경우 고관절 치환술이 필요할 수 있다. 혈당 또는 혈압이 높아지거나 고지혈증 등 여러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어 가능하다면 스테로이드는 최소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대안적 치료법으로는) 최근 자카비 승인 이전까지 여러 2차 치료제들을 썼지만 정확한 임상 연구를 통해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 다른 자가 면역 질환 등에서 효과가 있던 기존 약들을 경험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효과에 대한 확신도 없을뿐더러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았고 실제 효과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스테로이드에 반응이 없거나, 스테로이드를 써서 좋아졌다가도 다시 나빠지는 GvHD 환자들에게 2차로 쓸 수 있는 약제가 필요한 상황이 매우 많다. 

앞서 말한대로 급성 GvHD 환자 약 30%, 만성 GvHD 환자 약 60%에서 2차 치료가 필요하다. 2차 치료제를 적절히 사용해 치료 반응률을 높이면서 스테로이드 장기 사용에 따른 합병증을 줄이는 효과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면, 생존율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개선되는 등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GvHD 진단 및 치료 과정은 어떤가. 스테로이드 1차 치료 후 다른 면역억제제를 통한 2차 치료 과정을 설명해달라.

"급성 GvHD와 만성 GvHD 간에 다소 차이가 있다. 급성 GvHD는 이식 후 100일 이내에 주로 발생하며 초기에 설사, 피부 발진, 황달 등 증세가 나타난다. 

GvHD 진단 후 증상이 심한 편이라 생각되면 스테로이드를 쓰고 이후 치료 반응 평가를 한다. 보통 3~5일차, 1주차, 2주차에 한 번씩 시기에 따라 평가를 진행한다. 스테로이드 치료에 반응이 있으면 충분히 증상이 좋아진 후에 용량을 줄이면서 끊게 되고, 치료 반응이 없으면 2차 치료를 고려한다.

국내에서 2차 치료제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예를 들어 미코페놀레이트(mycophenolate) 같은 약제는 보험으로 쓸 수는 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고, 에타너셉트(etanercept) 등 약제는 본인 부담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사전 신청을 하기는 한다. 이 외에도 항흉선글로불린(antithymocyte globulin, ATG), 시클로포스파미 (cyclophosphamide) 등 약제를 쓰기도 한다.

문제는 (급성 GvHD에서) 이러한 약제들의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고 면역을 억제하기 때문에 감염 합병증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1차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GvHD 환자 대부분 감염 합병증, 특히 곰팡이나 세균성 감염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만성 GvHD는 주로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100일 후에 발생한다. 환자가 급격히 사망하기 보다는 오랜 기간 여러 증상들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모든 장기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주로 눈, 구강, 피부, 위장관, 폐, 간 등 장기, 손톱, 발톱 등에 나타날 수 있어 급성 GvHD와 조금 다른 임상적 특징이 있다. 

진단은 보통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을 기준으로 한다. 필요한 경우 조직 검사를 하기도 하고 이후 치료를 시작한다. 

1차 치료는 역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기에 급성 GvHD에서 말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 반응 평가는 만성 GvHD에서 증상이 급격히 발생하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에 초기 보다는 2주차 또는 4주차, 적어도 한 달 정도 치료하고 나서 한다.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는 적어도 증상이 나빠지지는 않아야 한다. 2주나 4주차에도 안정되거나 좋아지지 않으면 스테로이드 치료에 반응이 없다고 평가하고 2차 치료를 고려한다. 

2차 치료에 쓰이는 약제는 급성 GvHD와 비슷하다. 효과나 현상들도 급성과 유사하나 만성 GvHD는 장기간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기에 2차, 3차 치료까지 여러 약제를 쓴다. 

만성 GvHD에서 가장 치명적인 장기는 폐다. 폐에 증상이 나타나면 스테로이드 등 다른 대부분 약제들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폐 기능이 점점 나빠지면 기관 삽관이나 폐 이식을 고려하기 때문에 가장 치명적인 장기라 볼 수 있다. 

다른 장기는 폐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으나 장기간 증상이 유지되기에 스테로이드를 오래 쓰면서 합병증을 동반하게 된다. 만성 GvHD 환자들의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급성 GvHD와는 또 다른 미충족 수요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스테로이드 불응성 GvHD 첫 번째 치료 옵션 변화 시기.

국내 2차 치료제 건보 급여 적용 경우는 많지 않아.

3상 연구서 급·만성 모두 효과 입증은 자카비가 처음.

▶미충족 수요가 큰 가운데 작년 5월 스테로이드 치료에 충분히 반응을 보이지 않은 환자 대상으로 자카비가 허가됐다. 2건의 3상 연구인 REACH2, REACH3를 토대로 허가됐는데 이 연구 결과가 급·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REACH2 연구는 급성 GvHD 환자를 대상으로, REACH3는 만성 GvHD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두 연구 모두 스테로이드 1차 치료에 반응이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자카비 치료군과 다른 약제로 2차 치료를 한 환자군을 비교했다.

1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두 연구 모두 자카비를 사용한 경우 다른 2차 치료제 대비 치료 반응률에서 유의한 증가를 입증했다는 점이다. 

급성 GvHD 환자는 자카비 투여군에서 28일차 전체 반응(OR)이 62%로, 대조군인 최적치료제(Best Available Therapy, BAT) 투여군 39%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약 20% 정도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만성 GvHD 환자도 자카비 투여군의 24주차 전체 반응은 49.7%로, 대조군의 25.6%보다 약 2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두 임상 연구는) 기존 2차 치료에서 경험적으로 사용했던 다양한 면역억제제들에 비해 자카비 치료 효과가 우월하다는 것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치료 반응이 좋으면 그 후 결과들이 좋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이 연구들을 바탕으로 미국 FDA와 우리나라 식약처에서 자카비를 허가했고, 이미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에 실제 임상 현장도 스테로이드에 반응이 없으면 자카비를 쓰는 것이 기본적인 관행(practice)이 됐다. 

또한 두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살펴 본 평가 변수(end point) 중 하나가 무실패 생존기간(FFS, Failure-Free Survival)이다. 이는 혈액암이 재발해 사망하는 경우와 감염 등 합병증으로 인한 비 재발성 사망 가능성, 이후 추가 치료를 해야 할 가능성 등을 모두 반영한 지표다. 

GvHD가 발생하고 면역 억제 치료를 강화하다 보면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 걱정스러운 것은 '혹시 백혈병 등 혈액암이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다른 면역 억제 치료를 강하게 하다 보면 면역 기능이 억제돼, 몸 안에 숨어 있는 백혈병 세포가 다시 자라 재발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면역 억제 치료를 하다 보면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감염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즉 비 재발성 사망 가능성과 2차 치료 실패로 인한 3차 추가 치료 가능성 등을 반영하게 된다.

REACH3, REACH2 연구 모두 자카비를 사용한 경우 대조군에 비해 무실패 생존기간(FFS) 연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1차적인 치료 반응뿐만 아니라 꾸준한 치료 후 경과 관찰을 했을 때 전반적인 치료 결과도 훨씬 더 좋은 영향을 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스테로이드 불응성 GvHD에서 자카비가 첫 번째 치료 옵션으로 사용되는 시기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REACH2 임상

REACH2 임상: 12세 이상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불응성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에서 자카비와 최적치료제(Best Available Therapy, BAT)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한 공개 라벨, 무작위, 다기관 임상 3상.

■전체 반응(OR) 개선: 자카비 투여군에서 28일차 전체 반응(OR)은 62%(96명/154명)로, 대조군 최적치료제(Best Available Therapy, BAT) 투여군의 39%(155명 중 61명)보다 높았다. 임상 56일차에 지속된 전체 반응(durable overall response)은 대조군 22%(34/155명) 대비 약 2배 가량 높은 40%(154명중 61명)를 기록했다.  

■무실패 생존기간(FFS) 연장: 무실패 생존기간(Failure-Free Survival, FFS) 중간값은 자카비 투여군이 5개월, 대조군이 1개월을 기록하며 자카비 투약군이 약 4개월 가량 연장된 결과를 보였다.

REACH3 임상

REACH3 임상: 12세 이상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불응성/의존성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에서 자카비와 최적치료제(BAT) 유효성, 안전성을 비교한 공개 라벨, 무작위, 다기관 임상 3상.

■전체반응(OR) 개선: 24주차 전체 반응은 자카비 투여군이 49.7%로, 대조군의 25.6%보다 약 2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무실패 생존기간(FFS) 연장: 무실패 생존기간(FFS) 중간값은 자카비 투여군이 18.6개월 이상으로, BAT 투여군 5.7개월보다 약 3배 이상 길게 나타났다.

 

▶폐암은 연구 규모가 1000명 단위인데 반해 REACH2, REACH3 연구는 약 300여 명의 GvHD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3상 연구임에도 규모가 다소 작은 듯 한데 질환 특징에 따른 것인가.

"3상 연구를 진행할 때 참여 환자 수를 결정하는 것은 1차 평가 변수(Primary endpoint), 즉 연구 목적을 어떤 것으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REACH2 연구는 1차 평가 변수가 치료 28일차 전체 반응(완전 반응 또는 부분 반응, overall response)이었고, REACH3은 치료 24주차 전체 반응(완전 반응 또는 부분 반응, overall response)이었다.

기존 스테로이드 불응성 GvHD 환자 치료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자카비 치료 군은) 이보다 좋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약 300명의 참여 환자(sample size)로도 연구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겠다는 (판단 하에) 디자인 된 것이다.

다만 약제에 의한 (치료 효과) 차이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거나, 기존 치료 효과가 꽤 좋은 편이라 이를 넘어서기 위해 임상 참여 환자가 많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또 평가변수를 생존율로 설정 할지 등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급·만성 GvHD 환자를 대상으로 3상 연구가 이뤄진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전에 있었던 일부 3상 연구는 실패한 경우도 있었다. 3상 연구를 통해 급·만성 GvHD 모두 효과를 입증한 것은 (자카비가) 최초라고 볼 수 있다.

스테로이드 불응성 급성 GvHD에서 유일하게 FDA 허가를 받은 약제가 자카비다. 만성 GvHD에서는 이브루티닙(ibrutinib)이라는 약제가 먼저 허가를 받았지만 3상 연구 없이 1/2상 만으로 FDA 허가가 이뤄졌다. GvHD 환자의 미충족 수요가 워낙 높은데 반해 쓸 수 있는 약제 자체가 없다 보니 3상 데이터 없이도 허가해 줄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 이후 자카비가 허가 받았고 최근에는 벨루모수딜(belumosudil)이라는 또 다른 기전의 약제가 2상 연구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만성 GvHD에서 3개 약제가 허가된 상황이다. 다양한 약제에 대한 임상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어 추후 (허가 약제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조병식 가톨릭대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GvHD 치료에서 효과가 좋다고 해도 한편으로 부작용이나 안전성 우려도 있을 듯 하다.

  "자카비는 3상 연구가 명확히 진행됐기 때문에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지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먼저 골수섬유화증이라는 혈액암 치료제로 쓰일 만큼 오래 사용해 혈액종양내과 의사들은 자카비를 쓰게 되면 임상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잘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카비는 골수 기능을 어느 정도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혈소판이 다소 감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빈혈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이 치료하면서 신경 써야 하는 부작용 중 하나다. 다만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할 때처럼 심하게 감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험 있는 혈액내과 의사라면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

임상현장, 스테로이드 불응 시 자카비 사용이 관행.

만성 GvHD, 최소 6개월·2배 이상 용량 써야 효과.

비용 부담으로 용량 절반 처방, 경제적 이유로 중단.

늦게 사용할 경우 기대 효과 감소, 힘든 상황 만들기도.

▶자카비 치료 경험을 충분히 갖고 있는 것 같다.

"3상 연구가 나오기 전부터 사용했고 현재도 많은 환자에게 쓰고 있다. 문제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안 된다는 점이다. REACH2, REACH3 임상 연구에서 자카비 10mg을 1일 2회 사용해 하루 용량이 총 20mg인데, 약제 가격이 높아 사전 신청은 절반인 5mg 1일 2회로 했다. 

초기 데이터에서는 절반 용량을 쓰기도 했고, 절반을 써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감안했으나 현재는 그 두 배 용량을 써야 효과가 좋다는 것이 확인된 상황이다. 환자들에게 적절 용량을 주지 못하고 이마저도 본인 부담으로 쓰고 있다. 만성 GvHD는 한 번 (약제를) 쓰게 되면 최소 6개월 이상 써야 하니 장기간 치료에 따른 비용이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약제비 부담으로 실제 처방 자체가 어렵거나 복용을 중간에 중단한 환자들도 있나.

"자카비를 쓰자고 했을 때 경제적 이유로 쓰지 못하는 환자들이 꽤 있다. 치료를 시작하긴 했는데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더 이상 못 쓰겠다고 말하는 환자들도 있는데, 사실 이러한 경우들이 비일비재 하다"

▶치료를 중단한 경우는 어떻게 하나.

"자카비를 끊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앞서 말했던 2차 치료제들 중 건강보험 급여 적용 약제를 써보거나 짧은 기간 사용하는 다른 약제를 추천한다."

▶좋은 효과가 있는 치료제여도 급여 문제로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자카비 관련 연구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급성 및 만성 GvHD에서 기존 스테로이드에 반응이 없는 경우 바로 (2차 치료로 자카비를) 적용하는 경우 효과가 더 좋다. 다른 면역 억제제를 사용한 후 적용하면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지므로 빨리 쓰는 것이 좋다. 

다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안 되다 보니 의료진 입장에서는 자카비를 바로 쓰기 보다는 다른 도움이 되는 약제를 먼저 써 본다. 치료 반응이 없으면 그 때야 조심스럽게 환자에게 자카비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기대했던 효과보다 (치료 반응이) 늦게 나타나거나, 치료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듯 하다. 이런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임상 현장에서 다소 힘든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GvHD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개인적으로는 확실하게 과학적 근거가 나와 있고 임상적 미충족 수요 또한 확실한 상황이라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카비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치료받게 된다면 치료 반응률이 높아지고 삶의 질도 좋아질 것이다. 환자들이 경제 활동도 할 수 있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결국 전반적인 의료 비용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치료를 제때 못하게 되면 다른 치료들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합병증이 생겨 또 다른 치료나 수술을 하는 상황들이 생길 것이다. 이러한 비용을 생각하면 (자카비를 통한) 치료로 환자들을 빨리 호전시켜 합병증도 겪지 않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일 것이라 생각한다.

국내에서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는 환자가 1년에 약 2000명 정도고 40% 정도에서 (GvHD라는) 합병증이 생긴다. 이중에서 약 60%가 자카비를 써야 한다고 본다면 그 수가 아주 많은 것도 아니다. 

제한된 재원에서 건강보험 급여 결정을 내려야하니, 당연히 여러 생각을 할 것이다. 다만 미충족 수요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뤄진다면 당연히 보험 적용에 동의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빠르게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 안에 든다고 본다."

▶만약 GvHD에서 약제 경제성 평가를 해야 한다면, 어떤 약제와 비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나.

"비교 대상 약제는 없다."

▶최근 자카비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급여 적응증 확대가 가시화되는 것으로 알려 지면서 환자와 의료진 기대가 클 것 같다.

"환자들은 너무나 많이 기대하고 있다. 작년에 한국혈액암협회에서 일반인 대상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 질문들을 통해 자카비에 대한 기대감을 많이 읽을 수 있었고, 오랜 시간 자카비를 본인 부담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분이 많았다. 한국혈액암협회에도 자카비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만성 GvHD는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환자들이 많다. 여러 장기에 문제가 생겨서 오랜 시간 힘들게 투병 생활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은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의사들은 지금도 현장에서 이 약제를 힘들게 쓰고 있다. 빨리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어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길 학수고대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GvHD 치료 접근성이 개선된다면 환자들이 누릴 수 있는 치료 혜택은 무엇이라고 보나.

"어려운 질문이다. 치료 반응률, 치료 실패율, 삶의 질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자카비 치료 효과가) 좋기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에 적극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GvHD는 증상이 발생하면 외래 치료를 기본적으로 진행한다. 특히 스테로이드 불응성 GvHD는 질환 특성상 입원해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입원 시 장기간 치료해야 하고, 그만큼 합병증도 많이 생기니 조기에 자카비를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낮출 수 있다."

▶자카비 등 새로운 치료 옵션의 등장으로 GvHD 치료가 점차 개선되길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다. 앞으로 치료 환경이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나 

"자카비를 필두로 해서 표적 치료제, 면역 억제를 유도하는 세포 치료제 등 여러 약제들에 대한 임상 연구가 보다 활성화 될 것이라 생각한다. 1차적으로는 스테로이드 불응성 GvHD 환자를 대상으로 하겠지만, 2차에 효과가 있으면 치료 차수를 앞으로 당겨와서 스테로이드와 함께 처음부터 사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스테로이드 사용 기간은 조금 더 줄이고 치료 효과는 보다 극대화해서 스테로이드 불응성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약제 효과가 입증되면 1차 치료로 앞당기고, 전체적인 GvHD 치료 효과가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표적 치료제뿐만 아니라 면역 억제를 유도하는 다양한 세포 치료 분야다. GvHD 1차 및 2차 치료 효과를 훨씬 더 좋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으며 이 방향으로 임상 연구도 준비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한다면.

"GvHD라는 합병증이 워낙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것이 두려워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꺼릴 수 있다.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지 않고 혈액암을 완치할 수 있으면 최선이겠지만, 이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에만 진행한다. 여러 전문가들이 많은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므로 이해했으면 한다.

특히 GvHD 때문에 걱정하는 환자가 있다면, 힘든 합병증이기는 하나 최근 도입된 자카비 등 여러 약제 개발로 (질환) 조절이 아주 멀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이 꺼려진다는 생각은 최소한으로 했으면 좋겠다.

GvHD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백혈병 환자들의 이식 후 재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만성 GvHD는 면역 반응이 많이 일어나는 데, 이러한 면역 반응이 백혈병 세포를 죽이기도 한다. 그래서 GvHD는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좋은 점도 일부 있고 안 좋은 점도 있기 때문에 GvHD가 발생했을 때 조기 발견해서 신속하고 적절하게 치료하면 충분히 조절 가능하다고 믿는다.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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